[Cover Story] 군림서 소통으로... 리더십의 進化
리더십(leadership)의 사전적 의미는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능력’이다.

우리말로는 지도력,통솔력 정도로 해석된다.어느 국가,어느 시대나 변화와 개혁은 리더십이 있는 몇몇 인물이 주도했다.

때로는 권위적 리더십이 세상을 바꿨고,때로는 섬김의 리더십이 변화를 이끌었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시대상황이나 경제상황에 따라 달랐다.

리더십에도 일종의 패러다임이 있는 셈이다.패러다임(paradigm)은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쓴 이후 널리 통용되고 있는 말로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 “짐은 곧 국가” … 군림의 리더십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는 절대주의 왕권의 상징적 인물이다.

72년이라는 재위기간(1643∼1715년)에‘하나의 군주,하나의 믿음,하나의 법’을 외치며 통치권을 강화했다.

국왕의 권력은 신의 뜻에 근거를 둔다는 왕권신수설로 절대권력을 정당화했다.베르사이유 궁전은 당시 프랑스 왕권의 권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 건축물이다.

‘짐은 곧 국가’라는 말로 유명한 루이 14세는 절대적 왕권을 기반으로 왕립회화조각 아카데미(현재 미술아카데미)를 세우고 로마상을 제정하는 등 예술과 과학 등 학문진흥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자신이 좋아한 발레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 놓은 것도 루이 14세다.

아이러니한 것은 절대왕정을 구축한 그가 사치에 빠져 스스로의 왕정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군자오미(君子五美)중 욕이불탐(慾而不貪·욕심을 갖되 탐욕을 부리지 마라)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냉철한 인물이었다.

법 집행이 엄격했고 정적을 제거할땐 모반의 틈을 주지않았다.

그의 권력과 카리스마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그는 문자와 도량형을 통일시키는 등 실용적 정치를 편 인물이기도 하다.

불로장생을 꿈꿨지만 절대적 권세도 세월을 이기지는 못했다.

최근 중동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줄줄이 권좌에서 물러나고 있는 장기 집권자들의 뒷모습도 그리 아름답지는 못하다.

# 포탄 현장으로 … 용기의 리더십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리더십의 키워드는 용기다.

2차대전 초기 유럽 대륙을 손에 넣은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고립무원의 땅 영국을 함락시키기 위해 연일 런던에 포탄을 퍼부었다.처칠 특유의 베짱은 이 순간 빛났다.

그는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건물위로 올라가곤 했다.

포연이 자욱한 격전지를 찾아 장병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용기는 전염성이 있다’는 그의 말은 적중했다.

총리가 당당히 지붕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평상심을 되찾았고 병사들은 용기를 얻었다.결과는 역전승이었다.

그의 리더십은 용기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뛰어난 외모는 아니었지만 자신만의 패션감각이 있었고 글쓰기와 언어훈련을 통해 설득의 달인으로 거듭났다.

깊이있는 교양도 그의 리더십을 빛나게 했다.과학과 역사 철학 역사를 넘나드는 독서로 쌓아진 지식은 어떤 협상에서도 밀리지 않는 뚝심과 판단력의 기초가 됐다.

세심함과 소박함 역시 그의 지도력이 칭송받는 이유다.

처칠의 리더십은 이순신과 맥이 닿는다.이순신의 리더십도 용기가 골격이지만 그 바탕에는 성실 사명 믿음 애국이 깔려있다.

‘죽을 각오를 하면 살고,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확고한 사생관도 처칠과 별반 다르지 않다.

# 대화 또 대화 … 소통의 리더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정치판의 태생적 비주류다.

피부색에 대한 미국사회의 뿌리깊은 편견을 극복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그를 주류의 정치계보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의회의 민주 공화 의석분포도 그의 정치행보엔 부담이다.오바마는 자신의 약점을 끊임없는 소통으로 커버한다.

의료개혁,정부 부채한도 증액,재정축소 등 현안이 있을때마다 의회 지도자들과 머리를 맞댄다.

호소하고 설득하며 때로는 제3의 접점도 찾는다.

미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그의 지지도 역시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소통 리더십 덕분인지도 모른다.이 시대 리더십의 핵심은 소통이다.

소통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 윤활유다.

# 국가가 최우선...애국의 리더십


리더십은 누군가를 의도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이다.

따라서 참된 리더십은 이끌고자 하는 방향이 옳아야 한다.

기업가라면 직원들의 근무의욕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정치가라면 국가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착실히 추진하는 실천력이 있어야한다.

철학과 정책이 달라도 ‘나보다는 국가가 우선’이라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국가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인기라는 소의(少義)를 버리는 것이 손자가 강조한 용기다.

국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정치인들은 한번쯤 되새겨봐야하는 단어다.

몽골제국을 건설한 칭기스칸의 포용력과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의 설득의 리더십이 그리워지는 시대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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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책인가... 위대한 사상서인가...

>>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Cover Story] 군림서 소통으로... 리더십의 進化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16세기 이탈리아에는 왕이라는 구심점이 없었다.

그가 살았던 피렌체를 비롯해 베네치아,밀라노,제노바 등 여러 도시들은 서로 대립하고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다.

그사이 국력을 키운 프랑스와 스페인 등 외세의 위협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악마의 책’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군주론’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태어났다.

1532년 출간된 이 책은 피렌체의 권력자 로렌초 메디치에게 헌정되었지만 마키아벨리는 등용되지 못했고 불우하게 살다가 죽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대담한 주제는 끊임없이 해석되고 반박되고 숭배됐다.

마키아벨리는 냉혹한 군주였던 체사레 보르자를 모범적인 군주로 들며 “정치와 도덕은 분리돼야 한다”고 썼다.

그 외에도 “군주는 부도덕하게 행동해야 할 경우가 훨씬 많으며 필요에 따라 속임수도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사상은 당시 종교가 지배이념이었던 유럽세계에는 너무 파격적이어서 교황과 성직자들의 권위를 위협하는 ‘악마의 사상’이라고 비난 받았다.

1559년에는 교황청으로부터 금서조치까지 당했다.하지만 루소와 새뮤얼 애덤스는 군주론을 참고로 정치사상을 엮어냈고,이는 각각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혁명에 영향을 주었다.

20세기 사상가 버트란드 러셀은 “선악의 범위를 넘어 마키아벨리는 핵물리학자처럼 자신의 분야를 탐구했을 뿐”이라며 “당시 권력자들의 정치적 술책에 대해 논했다고 그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