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하지못할 망정 세금이라도 제대로 내야”

“사실관계 확인도 않고 마녀사냥식 비난은 곤란”


프로 씨름선수로 천하장사까지 지냈다가 연예인으로 변신, 유명 MC로 맹활약하던 강호동씨가 거액 탈세 혐의를 받고 결국 잠정적으로 연예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 “이유를 막론하고 자신의 불찰이고 잘못이라며 자숙 기간동안 그동안 놓치고 살아온 것은 없는지 초심을 잃고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도록 하겠다”라며 진행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연예계 잠정 은퇴는 국세청이 강씨에게 수억원 대의 추징금을 부과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강씨의 소속사는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추징된 세금을 충실히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으로 상당한 고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탈세는 곧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고 한 개인이 그를 서울중앙지검에 탈세혐의로 고발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고발에 이어 인터넷에서는 강씨 퇴출운동도 벌어져 관련 카페가 생기는 등 그의 도덕성을 질타하는 분위기가 급속하게 확산됐고 결국 강 씨는 잠정 은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그의 탈세가 고의적이었는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파렴치한처럼 몰아붙여 은퇴까지 이끌어낸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정치인들은 이보다 더 한 불법을 저지르고도 버젓이 활보하는데 연예인에게만 유독 가혹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강씨의 탈세와 은퇴를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강 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사업가 전 모씨는 고발장에서 “강호동은 연예활동과 개인사업 등을 합해 연 3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MC이면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

그래놓곤 추징금만 내면 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엄격하고 단호한 조사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가 직접 강호동의 은퇴까지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사랑으로 큰 인기를 얻고 돈을 번 만큼 잘못에 대한 엄격한 법의 적용과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 씨 퇴출운동을 벌였던 누리꾼들 중에도 그를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나는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지만 세금은 충실히 낸다”는 비아냥성 글부터 “기부는 하지못할 망정 세금이라도 제대로 내라”는 식의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

강 씨가 착오로 세금을 적게냈다고 해명한 데 대해 “착오, 가장 피해가기 쉬운 말”이라는 등의 반응도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12월부터 방송을 시작하는 종편채널에 거액을 받고 스카웃됐고 그 때문에 오랫동안 출연해 왔던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했다는 소문을 인용, “국민들의 마음이 이미 그를 떠났다”며 지나친 출세 가도를 달려온 그에게 부정적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강 씨의 연예계 은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국민적인 스타인 그가 일반인과는 다른 도덕성과 청렴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탈세 사실이 밝혀진 것만으로도 강 씨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 반대

강 씨가 잠정 은퇴를 선언한 뒤에는 그에 대한 동정론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아직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진 것도 아닌데 국세청이 세금을 추징했다는 이유만으로 마녀사냥식으로 범죄인 취급하고 고의로 세금을 안낸 파렴치한으로 몰아붙인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실제 강 씨는 세금 관련 문제는 담당 세무사에게 맡겼고 세무사는 내야할 세금을 계산하면서 비용인정 부분에 대한 착오로 결과적으로 세금을 덜 내 국세청이 이를 추징했다는 분석도 있다.

강 씨가 고의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한 부분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실제 국세청은 그를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중에는 강씨 은퇴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사람도 늘고 있으며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연예계 퇴출까지는 부당하다”는 여론도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강호동씨가 탈세로 비판을 받다 은퇴 선언까지 했지만, 다른 분야의 탈세와 비교할 때 과도하게 비판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공인이기 때문에 개인의 명예까지 훼손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의 탈세와의 형평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수 많은 정치인과 장관 또는 장관후보자들이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양도세 등록및 취득세 등을 탈세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이들에게는 관대한 여론이 유독 연예인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 생각하기

이번 일은 단순히 한 개인의 연예계 은퇴 내지는 퇴출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연예인들의 세금문제, 소위 공인으로 불리는 연예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의 수준 등 여러가지를 동시에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우선 분명한 것은 그가 고의든 실수든 탈세를 한 것만은 분명하다는 점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강 씨에게 책임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인기 연예인의 탈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제 연예인중에는 아직도 허위 영수증과 가공 인건비 등을 과다 계상하거나 영화 CF 출연료의 일부만을 신고하는 방법으로 탈세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럴 경우 연예인이 세금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고의가 없다고 발뺌해버리면 실제 탈세 의도가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강 씨가 이런 수법을 썼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탈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일부 인터넷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강씨의 탈세는 소위 ‘착한 탈세’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일이 지속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국세청에서 앞으로는 연예인 직종의 특성을 감안한 소득세 신고및 부과 가이드라인 등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과세도 지금보다 쉬워지고 불필요하게 연예인들이 탈세범으로 오해받는 사례도 줄어들 수 있다.

연예인이 정치인이나 일반인에 비해 더 엄격한 도덕성을 지녀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이에대해서는 어떤 결론보다는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대중의 지지와 인기를 먹고 사는 만큼 그 판단은 연예인들 스스로 내리는 것이 더 옳을지 모르겠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

☞한국경제신문 9월 10일자 A26면


국세청으로부터 수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방송인 강호동이 9일 “연예계에서 잠정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강호동은 이날 서울 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금과 관련한 불미스런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시간 이후로 잠정적으로 연예계를 은퇴하고자 한다”며 “자숙의 시간 동안 세금 문제뿐 아니라 정신없다는 핑계,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놓친 건 없는지 인기에 취해 오만해진 건 아닌지 찬찬히 제 자신을 돌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제작진과 상의해 최대한 방송국과 시청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하겠다.

지금 떠나지만 시청자 여러분께 받은 분에 넘치는 사랑 절대 잊지 않고 감사히 살겠다”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유재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