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투표 무산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33.3%를 넘기지 못해 무효화됐다.
이로써 민주당이 주도하는 ‘무상복지 시리즈’(무상급식+무상주택+무상의료)의 빗장이 풀리게 됐다.
미국발 재정위기로 논란이 되고 있는 ‘포퓰리즘’(정책의 실현가능성을 무시한채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 남발하는 정치행태)이 득세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
#무상급식비 연간 4000억 이상 소요
주민투표 무산으로 2014년까지 서울지역 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 80여만명에게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된다.
연간 예산은 약400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서울의 공립 초등학교 1~3학년과 4학년 일부(25개구 가운데 21개구)에서 무상급식이 이뤄지고 있다.
예산은 1326억원이며 대상 인원은 30만1700명이다.
중학생에는 2012년 1학년을 시작으로, 2013년 1~2학년, 2014년 1~3학년으로 해마다 대상을 넓히겠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도로 치러진 이번 ‘무상급식 전쟁’은 처음부터 이기기 힘든 싸움이었다.
주민투표 성립조건인 투표율 33.3%인 279만5760표는 2007년 17대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에서 득표한 268만9162표보다 많은 숫자다.
대선은 전국단위 투표 중 투표율이 가장 높고,당시에는 ‘반노무현 정서’ 등 여권에 호재가 된 소재들이 총동원된 선거라는 점에서 평일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지고 시작한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칙으로 얼룩진 선거
이번 선거를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야당의 조직적인 투표 불참 운동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의 무상급식안인 ‘단계적 무상급식 확대’가 ‘전면 무상급식’안보다 높은 수치가 나오자 야당은 투표 불참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결국 단계적 무상급식안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야당의 눈치를 봐야하는 선거로 변질된 것이다.
투표소에 민주당측 참관인들이 배석하게 돼 있어 사실상 누가 주민투표에 찬성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의 분열도 선거 패배의 무시못할 요인이 됐다.
수도권내 15% 정도로 추산되는 견고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는 점은 오 시장에게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오 시장측은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러브콜’을 보냈다.
오 시장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여권내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 전 대표를 의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여기에 주민투표 홍보에 열을 올려야 했던 일부 친박계 서울지역 의원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향후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간의 불화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야당,무상 시리즈 밀어붙일듯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맛본 야당은 ‘무상복지 시리즈’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 확실하다.
민주당은 무상급식을 현재 6개 광역시·도에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무상복지 시리즈’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높아져 포퓰리즘을 둘러싼 보수진영과 진보진영간의 싸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번 투표를 통해 포퓰리즘의 유혹에 자유로울 수 없어졌다는 것이다.
선거 직후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우리 역시 선거 상황이 다급해지면 복지 포퓰리즘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서울시 무상급식안에 찬성하는 유권자들만 투표장을 찾았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 결과를 전망할 수 있는 단초도 제공했다.투표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강남벨트(강남+서초+송파)가 그나마 오 시장에게 힘을 실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금천·관악 등 전통적으로 야당성향이 강한 지역은 투표율이 저조했다.
#오시장은 ‘보수 아이콘’으로
선거에선 패배했지만 주민투표를 주도했던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오 시장은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 중에 한명이었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라는 거목에 막혀 큰 빛을 보지 못해왔다.
오 시장은 약속한대로 서울시장직을 사퇴해 당장은 정치의 뒷무대로 사라지겠지만 이번 주민투표에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상해 언제든 정치무대에 복귀할 수 있다.
특히 오 시장은 당과 청와대의 반대에도 ‘전면 무상급식 반대’라는 소신을 지켜 그동안 보여줬던 ‘유약한 이미지’를 벗어버리게 됐다.
보수진영에서는 오 시장이 ‘애매한 중도’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보수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재목으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구동회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kugija@hankyung.com
---------------------------------------------------------
박근혜에도 그림자...MB 레임덕 가속화 될 수도
>> 정치권 '무상급식' 후폭풍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정치권은 ‘메가톤급’ 후폭풍에 휩싸이게 됐다.
당장 눈앞에 닥친것은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오 시장이 9월 말 이전에 사퇴하면 당장 10월26일에 선거를 치르게 된다.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행정과 예산집행에 대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선거 결과는 곧바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정치권은 ‘정권 재창출’과 ‘정권 교체’의 기로에 설 수 있다.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투표에서 오 시장의 수차례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거리를 뒀다.
선거 패배 직후 여권에선 “박 전 대표만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어도…”라는 푸념섞인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가 ‘발등의 불’이 된 당 지도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박 전 대표의 ‘조기등판’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하지만 조기등판을 하던 안하던 박 전 대표는 적지않은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선택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부재자투표를 하는 등 청와대가 사실상 주민투표를 지원해왔던 만큼 패배의 ‘불똥’이 청와대로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포퓰리즘’ 논란으로 부각됐던 여권내 정책적 갈등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33.3%를 넘기지 못해 무효화됐다.
이로써 민주당이 주도하는 ‘무상복지 시리즈’(무상급식+무상주택+무상의료)의 빗장이 풀리게 됐다.
미국발 재정위기로 논란이 되고 있는 ‘포퓰리즘’(정책의 실현가능성을 무시한채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 남발하는 정치행태)이 득세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
#무상급식비 연간 4000억 이상 소요
주민투표 무산으로 2014년까지 서울지역 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 80여만명에게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된다.
연간 예산은 약400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서울의 공립 초등학교 1~3학년과 4학년 일부(25개구 가운데 21개구)에서 무상급식이 이뤄지고 있다.
예산은 1326억원이며 대상 인원은 30만1700명이다.
중학생에는 2012년 1학년을 시작으로, 2013년 1~2학년, 2014년 1~3학년으로 해마다 대상을 넓히겠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도로 치러진 이번 ‘무상급식 전쟁’은 처음부터 이기기 힘든 싸움이었다.
주민투표 성립조건인 투표율 33.3%인 279만5760표는 2007년 17대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에서 득표한 268만9162표보다 많은 숫자다.
대선은 전국단위 투표 중 투표율이 가장 높고,당시에는 ‘반노무현 정서’ 등 여권에 호재가 된 소재들이 총동원된 선거라는 점에서 평일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지고 시작한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칙으로 얼룩진 선거
이번 선거를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야당의 조직적인 투표 불참 운동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의 무상급식안인 ‘단계적 무상급식 확대’가 ‘전면 무상급식’안보다 높은 수치가 나오자 야당은 투표 불참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결국 단계적 무상급식안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야당의 눈치를 봐야하는 선거로 변질된 것이다.
투표소에 민주당측 참관인들이 배석하게 돼 있어 사실상 누가 주민투표에 찬성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의 분열도 선거 패배의 무시못할 요인이 됐다.
수도권내 15% 정도로 추산되는 견고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는 점은 오 시장에게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오 시장측은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러브콜’을 보냈다.
오 시장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여권내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 전 대표를 의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여기에 주민투표 홍보에 열을 올려야 했던 일부 친박계 서울지역 의원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향후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간의 불화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야당,무상 시리즈 밀어붙일듯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맛본 야당은 ‘무상복지 시리즈’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 확실하다.
민주당은 무상급식을 현재 6개 광역시·도에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무상복지 시리즈’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높아져 포퓰리즘을 둘러싼 보수진영과 진보진영간의 싸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번 투표를 통해 포퓰리즘의 유혹에 자유로울 수 없어졌다는 것이다.
선거 직후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우리 역시 선거 상황이 다급해지면 복지 포퓰리즘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서울시 무상급식안에 찬성하는 유권자들만 투표장을 찾았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 결과를 전망할 수 있는 단초도 제공했다.투표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강남벨트(강남+서초+송파)가 그나마 오 시장에게 힘을 실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금천·관악 등 전통적으로 야당성향이 강한 지역은 투표율이 저조했다.
#오시장은 ‘보수 아이콘’으로
선거에선 패배했지만 주민투표를 주도했던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오 시장은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 중에 한명이었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라는 거목에 막혀 큰 빛을 보지 못해왔다.
오 시장은 약속한대로 서울시장직을 사퇴해 당장은 정치의 뒷무대로 사라지겠지만 이번 주민투표에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상해 언제든 정치무대에 복귀할 수 있다.
특히 오 시장은 당과 청와대의 반대에도 ‘전면 무상급식 반대’라는 소신을 지켜 그동안 보여줬던 ‘유약한 이미지’를 벗어버리게 됐다.
보수진영에서는 오 시장이 ‘애매한 중도’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보수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재목으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구동회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kugija@hankyung.com
---------------------------------------------------------
박근혜에도 그림자...MB 레임덕 가속화 될 수도
>> 정치권 '무상급식' 후폭풍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정치권은 ‘메가톤급’ 후폭풍에 휩싸이게 됐다.
당장 눈앞에 닥친것은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오 시장이 9월 말 이전에 사퇴하면 당장 10월26일에 선거를 치르게 된다.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행정과 예산집행에 대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선거 결과는 곧바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정치권은 ‘정권 재창출’과 ‘정권 교체’의 기로에 설 수 있다.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투표에서 오 시장의 수차례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거리를 뒀다.
선거 패배 직후 여권에선 “박 전 대표만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어도…”라는 푸념섞인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가 ‘발등의 불’이 된 당 지도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박 전 대표의 ‘조기등판’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하지만 조기등판을 하던 안하던 박 전 대표는 적지않은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선택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부재자투표를 하는 등 청와대가 사실상 주민투표를 지원해왔던 만큼 패배의 ‘불똥’이 청와대로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포퓰리즘’ 논란으로 부각됐던 여권내 정책적 갈등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