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대한민국 '복지의 덫'에 걸렸다
무릉도원(武陵桃源)과 유토피아(utopia).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이상향이다.

어느 유행가의 노랫말처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신천지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그리스어의 '없는(ou-)'과 '장소(toppos)'를 결합한 용어다. 동시에 이 말은 '좋은(eu-)'이라는 뜻도 연상시킨다.

합쳐보면 '이상적이긴 한데 존재하지는 않는 세상'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10만명이 사는 유토피아에서 사람들은 마음대로 먹고 입고,자물쇠 없는 똑같은 집에서 산다. 타성에 젖지 않기 위해 10년마다 이사도 한다.

재미난 것은 하루 6시간씩 일하고 강좌를 들으며 교양도 쌓는다는 것이다.

이상향에서조차 노동의 가치에 의미를 둔 것이 이채롭다. 서양의 유토피아가 동양의 무릉도원보다 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는 복지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투표함조차 개봉되지 못한 것은 복지의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복지가 바탕이 되는 풍요로운 사회는 모두가 추구하는 미래다.

여기엔 보수 · 진보가 있을 수 없고,여당 · 야당이 다를 수 없다.

다만 이런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 즉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복지=재원,재원=세금'의 공식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분법적으로 구별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보수는 상대적으로 재원을 더 걱정하고,진보는 당장의 복지에 중점을 둔다.

보수는 시장경제의 힘을 믿지만,진보는 정부의 힘으로 평등이란 가치를 실현시키려고 한다.

양측의 갈등과 마찰도 여기서 생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가는 영속적으로 번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원할 것 같던 로마제국이 허영에 무너지고,복지파티에 취했던 유럽의 후손들이 뒷감당을 못해 구제의 손을 벌리는 것은 영속성이란 의미를 한번쯤은 되새기게 만드는 대목이다.

재원이 없는 복지는 탁상공론이고,대중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복지 파이'가 커지면 '세금 책임'도 함께 무거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세금을 거론하지 않는 복지론자는 거짓말쟁이다. 무거운 세금은 국가 성장엔진의 발목을 잡는다.

복지잔치는 쉽게 끝내기도 어렵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이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으로 번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

복지잔치를 벌이기엔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너무 멀다.

무상급식 투표 무산의 의미와 향후 전망, 보수와 진보의 의미등을 3,4,5면에서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