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포퓰리즘에 경종 울릴 것"...정치생명 건 승부수

[피플 & 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은 잘 생겼다.거리로 나서면 어김없이 ‘아줌마 부대’가 따라 붙는다.

강연을 하면 대학생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든다.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다.

그가 처음 등장한 신문지면은 정치면이 아닌 방송면이었다.1994년 4월 ‘오 변호사 배 변호사’의 진행자로 발탁됐다는 단신기사였다.

이후 그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했고 남성복과 정수기 광고를 찍기도 했다.훤칠한 키와 뛰어난 언변은 정치권 입문 후에도 인지도를 높이는 발판이 됐다.

대중에게 오세훈은 승부사로 각인돼 있다.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오고집’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이런 이미지는 변호사 때 언뜻 비췄다.

대기업을 상대로 벌인 아파트 일조권 소송이 계기가 됐다.

당시 국내에는 일조권에 관한 판례가 없어 대기업에 패소할 것이란 시각이 많았으나 그는 특유의 뚝심으로 승소를 이끌어 냈다.환경권이 실질적 권리로 인정받는 첫 사례를 만든 것.

승부사의 진면목은 17대 총선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16대 국회의원이던 그는 정치개혁 관련법 개정을 위해 17대 총선 직전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카드로 그는 무분별한 국회의원 후원금을 제한하는 ‘오세훈 선거법’을 관철시켜 신선한 충격을 줬다.그는 또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을 불과 17일 앞두고 당으로 전격 복귀해 맹형규, 홍준표 후보를 누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선거 초반 독주하던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마저 본선에서 꺾고 45세의 나이로 시장에 당선됐다.

시장이 되고 나서도 한강르네상스,시프트(장기전세주택),광화문광장 등 역점사업을 강단있게 추진했다.

시급하지 않은 곳에 예산을 낭비하고 수해대비 등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서울 최초의 재선시장’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그가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그는 왜 벼랑 끝 전술까지 쓰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집착할까.

오 시장은 주민투표가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곽노현 서울교육감과의 TV토론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과잉복지의 망령, 인기 영합주의, 포퓰리즘의 광풍’으로 규정하고 “현명한 유권자들이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걸 선거에서 확실히 보여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장악한 시의회에서 ‘식물시장’이 될 위기에 처한 오 시장이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정치적 대립각을 세운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투표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투표율이 유권자의 3분의 1 이하가 되면 투표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결과에 따라 정치 인생을 걸겠다고 선언한 오세훈.그의 승부수가 여름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