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빚의 '재앙'…공짜 점심은 없다
지구촌이 재정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세계 경제의 심장인 미국이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수모를 당한 것도, 신화와 낭만의 나라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문턱에서 서성대는 것도 재정적자가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국가부채에 눌려 위상이 쪼그라들고, 미국에 재정적자를 줄이라고 훈수를 두는 중국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가롭지만은 않다.

글로벌 경제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나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빚'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재정적자는 곧 국가의 빚이다.

정부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등을 발행해 돈을 빌리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은 '달러 제국' 미국은 올해 재정적자가 1조4000억달러(약 15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이다.

재정적자가 누적되다 보니 미국의 국가부채는 14조5800억달러로 GDP의 100%를 웃도는 형국이 됐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의 2배 수준으로 한술 더 뜬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소위 'PIGS' 국가들도 부채에 눌려 숨을 헐떡인다.

국가 빚이 늘어난 것은 들어온 돈보다 지출한 돈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전쟁에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 금융위기로 파산한 금융회사들에 구제금융을 쏟아부으면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유럽 국가들은 복지라는 향기에 취해 돈을 펑펑 써대면서 빚의 중량을 늘렸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는 날에도 '돈을 더 내놓으라'며 파업을 벌였다.

소비와 복지는 관성이 강하다.

파산의 경고등이 깜박거려도 좀처럼 브레이크를 잡지 않는다.

빚은 '달콤한 유혹'이다.

때론 생존을 위해 빚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안락을 위해 빚의 나락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2008년 금융위기도 금융회사들의 지나친 탐욕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식상할 정도로 많이 쓰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엔 경제의 본질이 함축돼 있다.

오늘의 모든 행위는 언젠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을 위한 것이든, 복지를 위한 것이든 분수에 넘치는 지출은 반드시 재앙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미국의 대공황,일본의 버블 붕괴,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모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빚의 무서움에 대한 또 한 번의 경고다.

경고는 더 큰 재앙의 예고이기도 하지만 의미를 깨닫는 사람에겐 예방주사가 된다.

재정적자로 흔들리는 미국의 위상과 강대국의 흥망사, 기축통화 싸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