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대영제국 쇠퇴기 닮아가는 미국…재정위기로 몰락?
영원한 제국은 없다.

1000년 넘게 이어진 로마제국도,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했던 몽골제국도 결국 멸망의 길을 걸었다.

현재 최강대국인 미국도 최근 금융위기와 70년 만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경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도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역사상 '팍스체제'는 세 번 존재했다.

팍스체제란 강대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평화가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팍스 로마나'는 아우구스투스 황제부터 5현제시대까지 200년간 계속된 로마의 평화 시기다.

'팍스 브리태니카'는 영국이 19세기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한 시대다.

이들 제국은 세계의 패자(覇者)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지만 재정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찬란한 영광의 막을 내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 사치로 썩어버린 로마의 정신

로마의 쇠망은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7세기 이후 아직까지 논쟁거리다.

수만 가지의 분석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로마의 정복전쟁 중단이 자영농의 몰락과 귀족층의 타락을 불렀다는 것이다.

전쟁이 활발하던 시기 자영농 계층은 군인이 되어 전리품을 위해 용감히 싸웠지만 평화시기가 찾아오면서 이런 기회를 잃었다.

귀족들은 고리대금으로 평민들의 농지를 빼앗았다.

더 많은 부를 쌓은 귀족들은 안락한 평화체제 안에서 사치를 일삼았다.

게다가 군인황제들의 대두로 정책들이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많은 예산이 낭비됐고 속주세의 실질적 폐지로 로마 재정은 압박을 받게된다.

'빵과 서커스' 정책은 재정상태 뿐 아니라 시민들의 정신까지 망가뜨렸다.

재정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로마는 국경 수비를 게르만족 등 이민족에게 맡겼고 결국 게르만 용병 대장 오도아케르에게 멸망한다.

로마에 앞서 지중해를 지배했던 아테네도 재정위기로 몰락했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자만심에 빠진 아테네 시민들은 무리한 요구를 쏟아냈고 정치인들은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다.

재정이 바닥난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전쟁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졌고 지중해의 패권을 잃었다.

# 전쟁 이기고도 몰락한 대영제국

19세기는 영국의 시대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1837~1901년)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다.

본국에는 밤이 오더라도 인도,동남아시아,북아프리카 등 식민지 한 곳 이상은 낮이기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었다.

경제적으로는 산업혁명을 일으킨 국가답게 선구적으로 산업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세계 최고의 생산력을 갖췄다. 의회 민주주의도 정착돼 정치적 안정을 이끌어 냈다.

대영제국이 쇠퇴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부터다.

이때부터 제국을 지탱했던 정신적 활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연이어 터진 세계대전과 30년대의 세계 대공황은 제국에 치명타를 입혔다.

영국은 독일의 잠수함 작전과 런던 폭격으로 궁지에 몰렸지만 미국의 참전에 힘입어 승전국이 된다.

하지만 상처뿐인 승리였다. 2차 대전 중 영국은 상선의 절반인 1800만t을 상실했다.

미국에 80억파운드,영연방 내에서 30억파운드의 채무를 지게 됐다.

경제적 안정을 잃어버린 제국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대영제국의 힘이 약해지자 식민지들이 하나씩 독립을 선언했다.

전성기 때 런던의 '더 시티'는 국제금융의 허브였다. 당시 더 시티의 도움 없이 자본을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재정 부담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자 영국 정부는 해외 자본가들이 더 시티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자 자본가들은 월스트리트로 눈을 돌렸다.

파운드화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졌고 금융의 중심은 미국으로 옮겨갔다.

기축통화는 파운드에서 달러로 바뀌었다.

파운드의 몰락은 곧 대영제국의 종말을 의미했다.

# 미국의 위기는 세계의 위기

로마와 대영제국은 잦은 해외 전쟁과 사치로 재정이 붕괴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정위기는 곧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금융위기를 족집게처럼 예언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과거 대영제국이 세계대전 이후 막대한 전비로 빚더미에 올라서면서 파운드화가 붕괴했던 일이 미국에도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가 무너지면서 결국 팍스아메리카나가 침몰할 것이라는 어두운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미국도 대영제국처럼 해외 군사기지를 유지할 돈줄이 마르면서 정치 · 외교적 파워를 잃게 될 것이란 얘기다.

미국의 위기는 세계 경제의 위기다.

세계화 이후 모든 국가가 경제적으로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침만 하면 감기에 걸린다는 한국의 경제는 어떻게 될까.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제국의 패망은 언제나 급격하게 이뤄졌다"며 "이에 대비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는 이후 운명이 달랐다"고 말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고 세계 패권의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한국의 숙제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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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새판 짜는 ‘팍스 시니카’

[Cover Story] 대영제국 쇠퇴기 닮아가는 미국…재정위기로 몰락?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은행'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 국채를 대량 매입해 유럽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중국이 미 국채를 더 내다팔까봐 미국은 노심초사다. 엔화 초강세 뒤에도 일본 국채를 사재기한 중국이 있다.

중국 중심의 세계 경제 '팍스 시니카'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금융위기로 세계가 침체에 빠졌던 2008년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다시 10.3%의 성장률로 복귀했다.

평균 2.8% 성장하는 데 그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무서운 성장세다.

골드만삭스는 GDP 규모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시기를 2002년 보고서에서는 2040년으로 내다봤지만 최근 2027년으로 앞당겼다.

중국은 이 같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안화 무역 결제 규모는 작년 1분기 184억위안에서 올해 1분기 3603억위안으로 19.6배 급증했다.

물론 중국의 성장이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급격한 성장의 부작용으로 자산거품 위험을 갖고 있으며 '한 자녀 정책'의 여파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도농 간 빈부 격차는 위험한 상황이다.

중국 국민의 4분의 3은 여전히 절대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도 미국을 대체해 세계 경제를 이끌 수 있는 국가로 중국이 유일하다는 분석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은 최근 미국 금융위기와 남유럽 재정위기를 기회로 세계 경제의 중심에 더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