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소록도를 춤추게 한 조용필...유엔을 감동시킨 김영하...
▶ 재능으로 봉사하는 사람들


소록도(小鹿島).한센인(나환자)들이 모여 사는 작은 섬.슬픔과 외로움이 짙게 밴 이곳이 지난 4월 노래와 춤으로 들썩였다. '가왕'(歌王) 조용필이 소록도에서 두 번째 공연을 연 것이다.

조용필은 지난해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소록도를 찾은 적이 있다.

그는 "다시 한 번 혼자 소록도를 찾겠다"고 약속했고 1년이 지나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소록도를 다시 찾은 조용필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300여명의 나환자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열성을 다해 선사했다.

소록도 주민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대스타가 약속을 지켰다"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조용필은 공인으로서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는 재능기부를 통해 약속을 지켰고 나눔을 실천했으며 소통의 전범을 보여줬다.

조씨처럼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나누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늘고 있다.

공인들의 재능기부는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일반인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면서 의미가 더 커지고 있다.

동물사랑 스타로 알려진 가수 이효리는 동물 보호를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르며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앨범 재킷에 그는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강아지를 품에 안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노래 가사 어느 곳에도 '섹시 디바'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음원 수익은 전액 유기 동물 보호소에 지원된다.

이효리는 또 블로그를 통해 버려진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며 터득한 동물과 친해지는 방법과 구조 절차 등을 네티즌과 나누고 있다.

# 유엔도 감탄한 사이버 재능기부

소설가 김영하는 네이버 블로그 '김영하의 스토리특급'(http://blog.naver.com/story_xpress)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등 자신의 단편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블로그에서 그의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해피빈 저금통에 '해피빈 콩'을 기부한다.

해피빈 콩을 기부받은 네이버는 이를 개당 100원으로 현금화해 유엔난민기구에 전달한다.

김 작가는 재능기부에 참여한 이들을 위한 강연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김 작가의 아름다운 재능 기부소식이 전해지자 유엔은 지난해 김 작가를 표창했다.

강연에 참석한 앤 메리 캠벨 유엔난민기구 대표는 "김 작가의 재능기부 덕분에 유엔난민기구의 난민보호 활동이 많은 분께 알려졌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 이렇게 독특하고 기발한 기부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한국의 재능기부 문화에 감탄했다.

네이버 블로그를 통한 재능기부는 소설가 노희경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연재한 뒤 인세기부 의사를 밝히 것이 시초다.

당시 노희경 작가는 블로그에 해피빈 저금통 배너를 달았고 석달여 만에 약 520만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 문화계 100명 한꺼번에 나서

가수 인순이, 디자이너 이상봉, 지휘자 금난새,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등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인사 100여명이 한꺼번에 재능기부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100인의 예술가를 '2011 문화예술 명예교사'로 위촉했다.

위촉된 예술인들은 올 들어 어린이, 청소년, 지역민, 군부대 장병 등을 대상으로 450회에 걸친 강연, 공연, 캠프, 해설 등 재능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은 2009년 정명훈, 조수미, 강수진, 김덕수, 남경주 등 17명의 예술인으로 시작해 현재 많은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재능기부 사업이다.

올해 새로 참여한 가수 인순이는 다문화 아동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가수 김창완은 교도소 재소자를 위한 밴드 연주 등으로 재능을 나눈다.

지난 6월에는 가수 김현철이 장근석, 임태경, 김국환 등과 함께 기부 사랑 나눔 프로젝트 앨범 《꿈,날개를 달다》를 내기도 했다.

음원 판매 금액은 저소득 가구의 자녀 교육 및 생활 안정 자금 등으로 쓰이고 있다.

# 카터 前미 대통령 '집짓기 운동'

우리보다 재능기부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의 활동이 돋보인다.

전직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나눔 활동을 펴고 있는 대통령은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이다.

이들은 명성을 활용해 평화외교에 나서거나 자선기금을 모으고 있다.

카터는 퇴임 후인 1982년 애틀랜타에 카터 센터를 설립, 지난 28년 동안 세계 평화와 열악한 보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2008년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집짓기 운동을 벌였다.

메콩강 유역에서 160여채의 집을 지어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빌 클린턴은 2001년 퇴임 직후 클린턴재단을 설립해 빈곤과 에이즈 퇴치, 환경보호 등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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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부 문화, 고등학생이 꽃 피운다

▶ 학생들의 재능 기부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사는 이화여고 2학년 한승희 학생은 매주 일요일 다문화 가정을 찾아 한글을 가르친다. 지난해 3월부터는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인 다섯 살 현주를 가르치고 있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도 바쁜 시기지만 현주의 한글 공부를 도와주고 나면 나도 뭔가 베풀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기쁘다고 한다.

친척이 적어 외로워하던 현주는 승희를 누나로 따르면서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현주 어머니는 아들의 한글 발음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흐뭇해 한다.

재능기부는 유명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승희 학생이 있는 서울 은평구만 하더라도 30명의 고등학생들이 다문화 가정 아동들을 찾아 한글 공부를 돕고 있다.

학생들은 구청별 또는 단체별로 사회 소외계층의 아동들을 찾아 봉사활동을 편다.

주로 한글 영어 수학 등 교과목을 지도하는 경우가 많으나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활동을 하거나 음악 연주회를 갖기도 한다.

성동구 고등학생 20명은 지난 8월2일 관내 저소득가정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활동을 다녀왔다.

성동구청의 '하이비전 봉사단' 소속인 이들은 한 달에 두세 번 저소득가정 초등학생의 집을 방문해 영어나 수학을 지도하며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아이들이 학생 선생님들을 친언니처럼 따른다"며 "예상외로 반응이 뜨거워 봉사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등학생들이 주축인 민간음악자원봉사단체 'P4P'는 지난 5월 임진각에서 평화기원 콘서트를 열어 화제가 됐다.

이들은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접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콘서트를 기획했다.

플루트 연주가 취미인 회장 금혜연 양(중경고 3학년)을 비롯 2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단체는 서울맹학교와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에서도 자선 콘서트를 열었다.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전공을 살려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주대 의대 봉사동아리 '함사랑' 학생 20여명은 오는 12일부터 1박2일 인천 장봉도에서 의료봉사를 한다.

앞서 경희대 공대 학생 16명은 지난 7월 대전에서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한경대 건축학부 학생 20명도 1주일간 안성시 보개면에서 집 수리 봉사에 나섰다.

학생들의 재능기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기부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