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 내 집에서의 자유라도 타인에게 피해줘선 안돼"

반 " 담배팔아 세금 4조 거두면서 흡연자만 나쁘다?"

금연이 확산되면서 아파트 내 흡연을 둘러싸고 요즘 이웃 간에 다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 구조의 특성상 베란다에 나가서 담배를 피워도 이웃집에 담배 연기가 퍼질 수 있는 데다 심지어 자기 집에서 담배를 피워도 때로는 윗층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담배 연기 냄새로 피해를 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간접흡연의 피해가 직접흡연 못지 않거나 심지어 직접흡연보다도 더 나쁘다는 연구보고서들이 심심치 않게 공개되면서 흡연을 둘러싼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분쟁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길거리 흡연도 점차 규제하고 있는 추세인데 아파트 흡연은 이보다 더 강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반면 흡연자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버티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흡연자들은 최소한의 기호생활을 타인이 제지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혐연자들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내 흡연을 둘러싼 흡연권과 혐연권 간 공방을 알아본다.



찬성
아파트 내 금연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 집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옆집이나 윗집 등으로 바로 피해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아랫집과 윗집의 구조가 대부분 같은 아파트에서는 아랫집 화장실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환기구를 타고 윗집 화장실로 바로 올라가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아랫집 주민이 화장실 내 흡연을 당연히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론자들은 흡연자들은 "내 집에서 담배도 내 맘대로 못 피우냐"고 항의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고 현실적으로 담배 연기로 인해 윗층 주민이나 옆집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할 경우에는 담배를 피워서는 안된다고 강변한다.

'내 집에서 내 맘대로'는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기 집안이라고 해도 고성방가를 하면 이웃집에 소음피해를 주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논리다.

혐연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상당수 흡연자가 자신의 가족들에게 직접 담배 연기를 뿜어대기가 미안해 아파트 발코니나 베란다에 나오거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지만 이런 행위가 결과적으로 주변 이웃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는 입장이다.

흡연자들이 자기 가족의 건강을 위해 이웃 주민들에게 담배 연기로 인한 피해를 전가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비난한다.

자기 집에서 맘대로 피우고 싶으면 안방이나 거실처럼 가족들이 다 있는 곳에서 피우지 왜 이웃에게 연기를 내보내냐는 것이다.



반대
최근 한 인터넷 포털의 '억울 게시판'에는 "흡연자는 아파트 살지 말고 이사가라는군요" 라는 글이 실렸다.

글을 올린 사람은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윗집이 처음에는 냄새가 올라오니 화장실과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며 항의해 오다가 최근에는 '방 안에서도 피우지 말고, 담배 피울 거면 아파트에 살지 말라'고까지 말해 황당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 글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금연구역이 아닌 곳에서까지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억지"라며 "내 집에서 내가 피우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주장을 댓글을 통해 펼쳤다.

지나친 혐연권 주장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흡연자들 중에는 "KT&G에서 담배를 만들어 버젓이 팔면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마치 죄인처럼 갈 곳 없는 구석으로 자꾸 몰아세우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정말 담배가 그렇게 나쁘다면 나라에서 담배 판매를 아예 금지시키든지 해야지 KT&G는 매년 담배 판매로 번 돈 약 7조원의 60%가량인 4조원 안팎을 세금으로 내고 있는데 흡연자들이 낸 세금을 나라살림으로 쓰면서 흡연자만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혐연권이 중요하면 끽연권도 중요하다며 개인적인 기호의 차이인데 이처럼 사회 전체가 마치 죄인 취급하듯이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호소한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백해무익하다고 하지만 서민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인데 직장에서 못 피우는 걸 넘어 아파트에서까지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은 또 다른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생각하기
흡연의 해악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직접흡연은 물론 간접흡연 역시 직접흡연 못지않게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은 이미 의료학계의 확고한 정설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어른이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집에 들어와도 옷에 배어있는 니코틴과 발암물질 등이 집안에 있는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는 보고도 최근에는 나오고 있다.

아이들 발달과 성장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한다.

사실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흡연자 자신과 그의 가족뿐 아니라 사무실 동료는 물론 전혀 모르는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알게 모르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흡연자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런 부분부터 분명히 수긍하고 들어가야 한다.

흡연자들은 흡연이 스트레스를 덜어준다고 하지만 사실 흡연자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일반적인 스트레스에 니코틴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가 더해져 더 참기 어려울 뿐이다.

담배를 피우는 순간 니코틴 부족이 해소되며 일시적으로 느끼는 좋은 기분을 흡연자들은 담배가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것으로 착각할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흡연자들을 비난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담배로 걷히는 세금의 상당 부분을 흡연자들의 금연을 돕는 데 쓰고 담배로 질병에 걸린 사람들의 치료비도 해당 세금에서 일정 부분 지원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흡연자들을 도울 필요가 있다.

흡연을 국가 차원의 질병으로 보고 접근할 필요성이 크다는 애기다.

하지만 아파트에서의 흡연은 가급적 자제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웃 주민이 연기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다면 이에 반박할 마땅한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머니투데이 7월 11일자 보도기사>

아파트 집안 내에서 흡연문제가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11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따르면 A씨는 게시판에 "집안 내 흡연 문제로 이웃과 갈등이 있다"고 올렸다.

A씨는 "이웃의 피해를 우려해 베란다에서 흡연하지 않고 화장실이나 방안, 거실에서 흡연했지만 이웃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웃은 A씨를 찾아와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윗집에 연기가 올라오니 1층에 내려가 흡연하라"며 "아니면 단독주택으로 이사가 실컷 흡연하라"는 말을 한 뒤 엘리베이터에 항의 글을 붙였다.

이에 대해 아파트 내 공동공간도 아니고 집안에서 흡연하는 점에 대해 '주민 건강'과 '개인 기호' 사이의 자유가 대립하고 있다.

집안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까지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찬성 측은 "이웃은 A씨를 나무랄 게 아니라 부탁을 했어야 한다" "흡연은 불법이 아니다" "담배 연기는 치명적인 독가스가 아니다" 등 의견을 제시했다.

집안에서 흡연하더라도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면 안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반대하는 측은 "흡연권은 혐연권(비흡연자들이 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흡연자는 배려가 아닌 양해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다" 등 견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