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너도나도 대학 진학, 대졸 실업 넘치고... 고학력 사회의 '그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뒤로 하고 한국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대졸자 실업문제는 점입가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한 주취업 연령층(25~29세)의 실업률은 올해 2분기(4~6월)에 6.8%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기록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금융위기 여파로 실업률이 상승했던 2009년에 비해서도 0.1%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주취업 연령층 전체의 고용률이 4월 68.9%,5월 70.1%,6월 70.4%로 점차 개선됐음에도 대졸자에 한해서는 오히려 악화된 것이다.

정부는 대학을 졸업해 사회로 처음 나가는 25~29세 청년들의 취업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고용동향부터 주취업 연령층을 별도 분류하고 있다.

이런 대졸자 실업문제의 한 원인으로 높은 대학 진학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 진학률은 1995년 51.4%였다가 높아졌다.

2008년엔 83%를 넘기도 했다.

이에 따라 1995년 33만명이었던 대학 졸업생 수는 2008년 56만명이 됐다.

높은 대학 진학률이 고학력자를 양산함으로써 청년들의 직장을 고르는 눈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명문대를 졸업한 임모씨(27)는 졸업 후 1년 넘게 취직을 하지 못하고 대학 도서관을 다니며 취직준비를 하고 있다.

임씨는 "회사의 이름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그렇고 급여를 생각해도 대기업이 아니면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중소기업 공채에 합격한 적도 있지만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명문 Y대를 졸업한 이모씨(27)도 "다소 늦더라도 첫 직장이 중요한 만큼 대기업 쪽으로 찾아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 대졸 넘치는데 中企는 구인난

대기업을 원하는 대졸자가 많은 까닭에 대기업 취업 경쟁률은 수십대 1에 이른다.

지난달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상반기 채용을 시행한 대기업(매출 기준 500대 기업 중 설문에 응한 167개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경쟁률은 평균 58 대 1이었다.

8373명을 모집하는데 48만3932명이 몰렸다. 100 대 1~20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업체도 17.4%나 됐다. 10.2%는 200 대 1을 넘겼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대기업 취업이 '바늘구멍'인 반면 중소기업은 인력난 · 구인난을 겪고 있는 곳이 많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전국 9725개 기업을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42.6%(4115개 기업)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앞으로도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업장도 40.0%(3615개 기업)에 달했다.

구인난을 겪고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기업은 73.2%(7121개 기업)였다.

구인난의 원인으로 구직자의 높은 눈높이를 꼽은 사람이 19.3%로 응답자가 꼽은 원인 중 두 번째로 많았다.

# 대졸자 선호 일자리 되레 줄어

대졸자는 늘었지만 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어 대졸자 실업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발간한 '청년 고용률 제고 방안' 보고서를 보면 청년층이 선호하는 국가기관,대기업 등의 일자리는 외환위기 전인 1995년에 412만7000개였다가 40만개가 줄어 2008년에는 372만4000개가 됐다.

때문에 청년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공급과 수요 간의 괴리가 심해지는 것)이 심화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정부의 청년고용대책 프로그램이 50여개에 달하고 주요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확대하더라도 고용률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작은 회사 간 대졸자 오래 못버텨

대졸자는 중소기업에 입사하더라도 오래 일하지 않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2006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01년에 대학을 졸업한 5만8574명을 대상으로 근속연수 2년 기준 취업실태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졸업 후 첫 번째 직장으로 중소기업을 택한 대졸자가 2년 후에도 같은 직장에 있는 경우는 19%에 불과했다.

35.4%는 다른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한 상태였으며 36.9%는 직장을 그만두고 미취업 상태로 머무르고 있었다. 대기업에 취업한 사람은 49%가 첫 직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대졸자는 뽑아 놓고 업무교육을 하느라 시간과 돈을 쓰다보면 어느새 나가버린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대학의 교육과정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쪽으로 맞춰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채용 후 따로 교육시키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대졸자를 채용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한 기업들이 구인난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적격 인력 부족(22.2%)'이었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은 채용 후 재교육하기도 함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존심이 강해 배우려는 자세가 부족하고 기회만 나면 이직하려고 한다"며 "적극성이나 근속유지 면에서는 고졸자가 나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양병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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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 16년만에 2배로... "대학 구조조정 서둘러야"

[Cover Story] 너도나도 대학 진학, 대졸 실업 넘치고... 고학력 사회의 '그늘'
"우리나라에는 대학이 너무 많아 정부가 지원하기 전 구조조정을 거쳐야 한다.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지난달 이렇게 말했다. 반값등록금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고 지원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실 대학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수는 1995년 문민정부(김영삼 대통령)의 대학 설립 자율화 조치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당시 문민정부는 대학 설립 요건을 정부가 대학 설립 인가권을 행사하던 방식에서 일정 기준만 만족시키면 대학 설립인가를 내주는 '준칙주의'로 바꿨다.

이 조치로 1995년 108개였던 4년제 대학이 올해는 196개로 늘어났다. 16년 만에 두 배가 된 셈이다.

이 바람에 1995년에 51.4%이었던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지난해 79%까지 높아졌다.

일반계 고교 졸업자의 경우 대학 진학률은 81.5%까지 올라간다.

직업교육을 위해 설립된 특성화고(옛 전문계고) 졸업생들마저 71.1%가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진학률이 40~60%대 수준인 미국 등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수를 줄이기 위해 통 · 폐합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학령인구의 감소다.

향후 인구구조를 살펴보면 6년뒤인 2017년에는 고교 졸업자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더 많아진다.

모든 고교 졸업자가 대학에 간다고 해도 대학이 정원을 다 채울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때가 닥쳐서 폐교 도미노를 맞을 게 아니라 미리부터 통 · 폐합 등을 통해 대학 수를 줄여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