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高卒의 재발견··· "경쟁력 있는 기술, 대학 졸업장 못잖다"
특성화고인 서울로봇고(옛 강남공고) 3학년 노연중 학생(3학년)은 의료수술용 로봇 생산업체 '이턴'에 취업을 확정하고 연수를 받고 있다.

앞으로 석 · 박사 학위 소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첨단 로봇을 개발할 예정이다.

노군은 "취업 대신 진학을 원하는 부모님을 설득하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어렸을 때부터 로봇 기술자가 꿈이었기 때문에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는 고등학교에서 열심히만 하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로봇고를 나온 학생 중에는 2009년 제41회 세계기능올림픽대회에 처음 신설된 모바일로봇 분야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들도 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2%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미국은 68%,독일은 42% 수준이다.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고등교육을 받는 국민이 많다는 뜻으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비슷한 교육을 받는다는 점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인재가 한쪽에 쏠릴 수도 있다는 의미도 된다.

특성화고에서 능력을 키운 인재가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우리 사회에는 꼭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고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일들,그러면서도 좋은 보수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이 많이 있다.

자원의 적절한 배분을 위해서라도 고졸 기능직의 사회적 지위는 앞으로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고졸 채용을 늘리고 있는 기업은행을 방문해 "10~20년을 일하다 보면 학력이 무슨 문제가 되겠나.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도 독일 등 선진국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도록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 은행권, 고졸 채용 크게 늘어

최근 고졸 채용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선 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이 앞장서는 모양새다. 산업은행은 올해 150명 신입 행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50명을 고졸자로 뽑는다는 방침이다.

이 은행은 앞으로 매년 20개씩 점포를 늘릴 계획이기 때문에 창구업무 등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6월 20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4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특성화고 학생에게도 입행 기회를 주기 위해 서울시교육청과 특성화고 취업률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달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약을 맺은 농협중앙회는 내달 중순까지 특성화고 졸업생 3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교과부와 특성화고 · 마이스터고 학생 취업 촉진을 위한 MOU를 체결한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말 특성화고 학생 8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하반기에 입행할 예정이다. 지방은행들도 앞다퉈 고졸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2003년부터 매년 20명의 고졸 행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광주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등도 최대 20명까지 고졸 행원을 채용할 방안이다.

고졸 행원에 대한 은행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특성화고 등에서 맞춤식 교육을 받은 데다 직장생활을 일찍 시작함에 따라 일의 숙련도도 빨리 높아지는 등 고졸 행원만의 장점이 있다는 게 은행들의 평가다.

내년에는 한국형 마이스터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마이스터고가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이 졸업생들이 기업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고졸 기능인을 보는 사회의 시선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마이스터高, 시대 본격 개막

마이스터고는 유망 산업분야의 예비 '마이스터(명장 · 名匠)'를 육성하는 학교로 2009년 수원하이텍고를 포함해 21개 학교가 개교해 첫 신입생을 받았다.

작년에 추가로 7개 학교가 지정돼 내년부터는 28개 마이스터고가 기능인재를 육성하게 된다.

마이스터고는 주로 지역 산업체들과의 연계를 감안해 교육과정을 특화한다.

수원시에 위치한 수원하이텍고는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협성회(협력업체 모임) 등 162개 기업들과 산학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구미의 구미전자공고는 LG이노텍,삼성탈레스 등과 협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전국 마이스터고의 관련 전공 2학년 학생 146명 중 80%에 육박하는 113명을 '입도선매'하기도 했다.

이 학생들은 졸업까지 2년간 삼성전자가 마련한 연수 과정을 거쳐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취업과 동시에 2년 경력을 인정받아 고졸 3년차 대우를 받는다.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13개 기업과 협약을 맺고 있는 울산마이스터고는 2013년 졸업예정자 120명 모두 취업이 확정됐다.

현수 마이스터고교장협의회장(수원하이텍고 교장)은 "마이스터고와 우량 기업들의 교류가 늘고 있다"며 "학생들의 역량에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기업에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스터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시스템을 통해 길러진 인재의 장래를 단순 고급기술자가 아닌 기술 전수자 또는 창업 · 경영자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고에서 기술과 함께 기본적인 교양과 외국어 실력을 쌓는 것은 물론,취업 후에는 4년간 군대가 자동적으로 연기되며 주변 대학들에 개설되는 학위 취득 코스도 밟을 수 있다.

졸업 후 최대 10년까지 정부와 마이스터고에서 경력 관리를 도와준다.

강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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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고졸자 연봉·승진 차별없어···日, 고졸 취업 적극 지원

고등학교까지만 나온 직장인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국가의 직업교육과 취업 후 사내 교육을 통해 기능직의 최고봉인 '마이스터(명장 · 名匠)'를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마이스터가 되면 7만유로(1억400만원) 이상의 연봉에 고위직 승진도 가능해진다.

독일의 고등학생들은 60~70%(학년당 150만명)가량이 직업기술교육을 받은 후 취업한다.

만 16세부터 3년 동안 1주일에 4일은 직장에서 실습생으로 일하며 한두 번 정도만 직업학교에서 이론 수업을 받는다.

실습 직장은 제빵사,미용사 등 기능직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경찰 은행원 등 모든 업종에 펼쳐져 있다.

실습생들은 허드렛일부터 전문 지식까지 다양한 기술을 배우면서 다달이 50만~150만원의 보수도 받는다.

졸업 후 현장에서 3년 동안 일하고 나면 마이스터가 될 자격을 얻는다.

마이스터가 되려면 독일상공회의소(IHK) 등 관련 기관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자신의 전공과 경제,법률,교육 등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마이스터 중에는 대학을 나온 전문직 종사자보다 수입이 좋은 이들도 많은 데다 기술 전문가로서 사회적인 존경도 받게 된다.

호주는 학교,직업교육훈련,고등교육 등을 호주자격체계(AQF)라는 제도를 통해 고졸 취업자들을 육성하고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직업훈련기관을 인증하는 호주훈련질관리제도(AQTF)를 도입해 직업교육의 질을 표준화했고 이는 고졸 직장인들의 연봉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직업학교가 다양하고 세분화한 점이 특징이다.

상업고 공업고 농업고 등의 단일직업학교와 일반교육 · 직업교육이 통합된 산업고,전문대학이 통합된 형태의 5년제 고등전문학교,마이스터고 등에서 고졸 인재를 길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