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은 교양도서 - 교보문고, 예스24추천
조선 중기의 선비 김득신(1604~1684)은 자타가 공인하는 책벌레였다.
밤낮 없이 읽고 또 읽은 다독가로 유명했다. 《사기》의 '백이전(伯夷傳)'은 1억1만3000번이나 읽었다.
자신의 서재를 '억만재(億萬齋)'로 이름붙인 까닭이다.
한유의 '사설(師說)'은 1만3000번,'노자전(老子傳)'은 2만번,'능허대기(凌虛臺記)'는 2만5000번 독파했다.
옛 글 36편을 읽은 횟수가 나오는 '고문삼육수독수기(古文三六首讀數記)'의 기록이다.
그처럼 많이 읽는 게 가능할까.
다산 정약용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김득신의 독서편력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문자가 만들어진 이래 종횡으로 수천년과 3만리를 다 뒤져도 대단한 독서가는 김득신이 으뜸"이라고 말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1741~1793)는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라고 불렀다.
'책에 미친 바보'란 뜻이다. 열아홉살 때엔 집에 '구서재(九書齋)'란 이름을 붙였다.
책을 읽고(讀書) 보고(看書) 간직하며(藏書) 옮겨 쓰고(抄書) 바로잡고(校書) 비평하며(評書) 쓰고(著書) 빌리고(借書) 햇볕과 바람에 말리는(曝書 또는 포쇄) 등 책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
그는 여색에 미친 사람처럼 책에 빠져 산다고 했다.
눈병도 그의 책읽기를 가로막지 못했다.
맥망이란 벌레가 책에 나오는 신선이라는 글자만 갉아먹듯이 실눈을 뜨고 글자와 먹 사이의 정수에 집중하곤 했다.
한겨울 칼바람이 창을 넘어오면 논어로 병풍을 만들어 외풍을 막았다.
한기가 심해지면 중국 한나라의 역사책인 한서를 이불삼아 덮었다.
갈대꽃으로 이불을 만들고 금과 은으로 상서로운 그림을 새긴 병풍을 만든 이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으로 매사 경전과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정말 전설적인 독서광들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야 책을 읽는 것 자체가 공부요 업(業)이라지만 어떻게 이렇게 죽기살기로 책에 빠져 살 수 있었을까.
이제 곧 방학이다. 학기 내내 시험과 학원순례에 지쳤을 학생들이 잠시 숨돌릴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길고 달콤한 휴식은 기대난이다.
방학이 학기 중보다 더 바쁠 수도 있다.
부족한 교과수업을 보충하고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며 특강 학원으로 등을 떼밀리기 십상이다.
교과 외의 소설책을 집어들라고 하면 너무 한가한 소리를 한다는 핀잔이 돌아오지 않을까.
사실 책을 읽으라고 하기도 미안할 뿐이다. 학원 숙제만으로도 새벽 한두 시를 넘기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시제도를 잘 살펴보면 책 속에서 또 다른 길을 발견할 수 있다. 대학마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있다.
내신성적과 같은 교과 우수성보다 학생의 잠재능력,전공에 대한 열정,의지 등을 판단해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전형에서는 독서포트폴리오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다.
논술전형에서도 독서의 영향력이 크다.
논술준비를 학원 등 사교육에만 의지한다면 비슷비슷한 답안만을 내기 쉽다.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창조적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스스로 읽고 소화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책을 읽을까.
우선 전공 관련 책을 소화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학교에서 정해주는 필독서와 지원 대학들의 추천 도서를 미리 맛보는 건 어떨까.
또 교보문고 예스24 등 서점의 북마스터들이 추천하는 책 목록도 살펴볼 만하다. 교보문고가 추천한 《바보빅터》는 남의 평가에 얽매여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모른 채 자신감 없이 살았던 IQ 173의 실제 천재 주인공 이야기다.
소설 형식을 빌려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교훈을 선사한다. 짧으면서 매끄러운 쓰기 연습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도 읽어볼 만하다. 세계적으로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실제 하버드대 강의를 옮겼다.
공리주의 등 정의에 대한 논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엄마를 부탁해》는 해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이다.
우리 어머니들의 삶과 사랑을 풀어낸 언어들이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예스24가 추천한 《무엇이 될까보다 어떻게 살까를 꿈꿔라》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청소년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리더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필독서다. 용기,균형,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한 김 추기경의 진지한 목소리가 가슴에 와닿는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6》은 1990년대 초반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여섯 번째 책이다.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음미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보석 같은 글이다.
《코스모스》는 우주에 관한 시각을 넓혀주는 고전이다. 이과 학생뿐만 아니라 문과 학생들의 독서목록으로도 충분하다.
청년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골라도 좋다.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모두 학과공부를 하고 남는 시간에,누워서 펼쳐볼 수 있는 책들이다. 책에 대해서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는 편이 좋겠다. 퇴계 이황 선생이 제자 김성일에게 지도한 독서방법을 마음에 새기자.
퇴계는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글을 읽고 또 읽어 음미하라.그래야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할 수 있다"고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미래의 그대에게 당당할 수 있도록,미래의 그대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시간을 쓰라"고 했다.
그는 "독서는 간접경험을 가능하게 해준다"며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읽으라"고 했다. 효율적인 시간관리도 주문한다. "시간관리는 목표의 함수다.
의미없는 습관으로 굳어진 취미는 청산하라"는 조언을 새겨들을 만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성장하는 즐거움이다.
성장에 꼭 필요한 자양분인 시간을 빼앗는 일이 즐거움의 원천이 될 수는 없다.
그냥 때우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존재의 두께는 얇아진다.
무의미한 반복이 계속되는 취미 혹은 시간 때우기를 당장 그만둬라."
그러면서 김 교수는 자신이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행동,되도록 하려는 행동을 정리한 리스트를 펼쳐 보인다.
하려는 행동 리스트의 맨 상단에 독서가 놓여있다. '게임보다는 독서를,인터텟 서핑보다는 신문 읽기를….'
김재일 한국경제신문 기자 kjil@hankyung.com
밤낮 없이 읽고 또 읽은 다독가로 유명했다. 《사기》의 '백이전(伯夷傳)'은 1억1만3000번이나 읽었다.
자신의 서재를 '억만재(億萬齋)'로 이름붙인 까닭이다.
한유의 '사설(師說)'은 1만3000번,'노자전(老子傳)'은 2만번,'능허대기(凌虛臺記)'는 2만5000번 독파했다.
옛 글 36편을 읽은 횟수가 나오는 '고문삼육수독수기(古文三六首讀數記)'의 기록이다.
그처럼 많이 읽는 게 가능할까.
다산 정약용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김득신의 독서편력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문자가 만들어진 이래 종횡으로 수천년과 3만리를 다 뒤져도 대단한 독서가는 김득신이 으뜸"이라고 말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1741~1793)는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라고 불렀다.
'책에 미친 바보'란 뜻이다. 열아홉살 때엔 집에 '구서재(九書齋)'란 이름을 붙였다.
책을 읽고(讀書) 보고(看書) 간직하며(藏書) 옮겨 쓰고(抄書) 바로잡고(校書) 비평하며(評書) 쓰고(著書) 빌리고(借書) 햇볕과 바람에 말리는(曝書 또는 포쇄) 등 책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
그는 여색에 미친 사람처럼 책에 빠져 산다고 했다.
눈병도 그의 책읽기를 가로막지 못했다.
맥망이란 벌레가 책에 나오는 신선이라는 글자만 갉아먹듯이 실눈을 뜨고 글자와 먹 사이의 정수에 집중하곤 했다.
한겨울 칼바람이 창을 넘어오면 논어로 병풍을 만들어 외풍을 막았다.
한기가 심해지면 중국 한나라의 역사책인 한서를 이불삼아 덮었다.
갈대꽃으로 이불을 만들고 금과 은으로 상서로운 그림을 새긴 병풍을 만든 이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으로 매사 경전과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정말 전설적인 독서광들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야 책을 읽는 것 자체가 공부요 업(業)이라지만 어떻게 이렇게 죽기살기로 책에 빠져 살 수 있었을까.
이제 곧 방학이다. 학기 내내 시험과 학원순례에 지쳤을 학생들이 잠시 숨돌릴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길고 달콤한 휴식은 기대난이다.
방학이 학기 중보다 더 바쁠 수도 있다.
부족한 교과수업을 보충하고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며 특강 학원으로 등을 떼밀리기 십상이다.
교과 외의 소설책을 집어들라고 하면 너무 한가한 소리를 한다는 핀잔이 돌아오지 않을까.
사실 책을 읽으라고 하기도 미안할 뿐이다. 학원 숙제만으로도 새벽 한두 시를 넘기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시제도를 잘 살펴보면 책 속에서 또 다른 길을 발견할 수 있다. 대학마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있다.
내신성적과 같은 교과 우수성보다 학생의 잠재능력,전공에 대한 열정,의지 등을 판단해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전형에서는 독서포트폴리오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다.
논술전형에서도 독서의 영향력이 크다.
논술준비를 학원 등 사교육에만 의지한다면 비슷비슷한 답안만을 내기 쉽다.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창조적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스스로 읽고 소화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책을 읽을까.
우선 전공 관련 책을 소화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학교에서 정해주는 필독서와 지원 대학들의 추천 도서를 미리 맛보는 건 어떨까.
또 교보문고 예스24 등 서점의 북마스터들이 추천하는 책 목록도 살펴볼 만하다. 교보문고가 추천한 《바보빅터》는 남의 평가에 얽매여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모른 채 자신감 없이 살았던 IQ 173의 실제 천재 주인공 이야기다.
소설 형식을 빌려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교훈을 선사한다. 짧으면서 매끄러운 쓰기 연습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도 읽어볼 만하다. 세계적으로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실제 하버드대 강의를 옮겼다.
공리주의 등 정의에 대한 논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엄마를 부탁해》는 해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이다.
우리 어머니들의 삶과 사랑을 풀어낸 언어들이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예스24가 추천한 《무엇이 될까보다 어떻게 살까를 꿈꿔라》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청소년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리더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필독서다. 용기,균형,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한 김 추기경의 진지한 목소리가 가슴에 와닿는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6》은 1990년대 초반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여섯 번째 책이다.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음미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보석 같은 글이다.
《코스모스》는 우주에 관한 시각을 넓혀주는 고전이다. 이과 학생뿐만 아니라 문과 학생들의 독서목록으로도 충분하다.
청년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골라도 좋다.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모두 학과공부를 하고 남는 시간에,누워서 펼쳐볼 수 있는 책들이다. 책에 대해서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는 편이 좋겠다. 퇴계 이황 선생이 제자 김성일에게 지도한 독서방법을 마음에 새기자.
퇴계는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글을 읽고 또 읽어 음미하라.그래야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할 수 있다"고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미래의 그대에게 당당할 수 있도록,미래의 그대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시간을 쓰라"고 했다.
그는 "독서는 간접경험을 가능하게 해준다"며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읽으라"고 했다. 효율적인 시간관리도 주문한다. "시간관리는 목표의 함수다.
의미없는 습관으로 굳어진 취미는 청산하라"는 조언을 새겨들을 만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성장하는 즐거움이다.
성장에 꼭 필요한 자양분인 시간을 빼앗는 일이 즐거움의 원천이 될 수는 없다.
그냥 때우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존재의 두께는 얇아진다.
무의미한 반복이 계속되는 취미 혹은 시간 때우기를 당장 그만둬라."
그러면서 김 교수는 자신이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행동,되도록 하려는 행동을 정리한 리스트를 펼쳐 보인다.
하려는 행동 리스트의 맨 상단에 독서가 놓여있다. '게임보다는 독서를,인터텟 서핑보다는 신문 읽기를….'
김재일 한국경제신문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