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무역 장벽 없애는 FTA… 소비자 실질 구매력 높여
대한민국은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적극 무역동맹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을 포함해 현재 모두 43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상태다.

특히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경쟁국들에 앞서 EU 미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무(無)관세 교역 가교를 놓는 데 성공하면서 FTA 허브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FTA는 교역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해당 국가 국민의 실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주요 농산물 가공식품 소비재 등의 수입 가격이 낮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내달 1일 EU와의 FTA가 발효되면 당장 유럽산 자동차와 와인 등에 붙는 관세가 사라져 국내 판매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다.

# FTA 앞서가는 한국

한국이 처음으로 FTA를 맺은 국가는 칠레다.

2004년 4월 발효된 한 · 칠레 FTA는 그동안 얼마만큼의 경제 혜택을 우리에게 줬을까.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 · 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 지난 7년간 칠레와의 교역량은 287% 급증,지난해 71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462% 증가한 29억5000만달러,수입은 218% 늘어난 42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수출은 FTA 발효로 관세가 철폐된 품목 위주로 크게 늘었다.

경유(1094%),승용차(665%),자동차부품(129%),무선전화기(103%) 등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석유화학,자동차,정보기술(IT) 분야의 수출 증가율이 높았다.

칠레로의 수출이 늘면서 한국 상품의 칠레 수입시장 점유율도 껑충 뛰었다.

FTA 발효 전인 2003년에는 3.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두배 이상인 6.4%를 기록했다.

칠레로부터의 수입도 늘어났다. 동괴(277%),동광(337%) 등 산업 원자재인 동제품의 수입이 크게 늘었다.

돼지고기(272%),포도(447%),적포도주(830%) 등 농산물 수입도 급증했다.

칠레산 포도주는 FTA 발효 이전인 2003년에는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호주에 이어 국내 포도주 수입시장 점유율 5위였다.

하지만 협정 발효 후 수입이 급증해 2005년 이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FTA 발효 이후 양국의 수출과 수입이 모두 늘어났다"며 "FTA는 서로에게 윈윈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 3년 후면 쏘나타도 무관세 수출

[Cover Story] 무역 장벽 없애는 FTA… 소비자 실질 구매력 높여
국내 기업들은 한 · EU FTA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 최대 단일 경제권이자 중국에 이은 제2 교역 파트너인 EU와 무관세 무역동맹을 맺으면서 유럽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서다.

EU와 FTA 체결로 공산품에 대한 양국의 관세장벽이 사라진다.

7월1일부터 바로 관세가 철폐되는 공산품 비중(품목 수 기준)은 한국 90.7%,EU 97.3%에 달한다.

한국은 7년에 걸쳐,EU는 5년에 걸쳐 모든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없앨 계획이다.

모든 관세장벽이 사라지는 2018년 7월이면 한국과 EU는 사실상 하나의 시장으로 묶인다.

KDI 등 연구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한 · EU FTA 체결로 향후 10년간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5.62%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15년간 EU에 대한 무역수지는 수출이 25억3000만달러,수입은 21억7000만달러 증가해 흑자가 연평균 3억60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최대 관심 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는 3~5년에 걸쳐 관세가 사라진다.

한국과 EU 모두 중 · 대형(배기량 1500cc 초과)은 협정 발효 후 3년 내에,소형(배기량 1500cc 이하)은 5년 내에 관세를 없앨 계획이다.

현재 그랜저 쏘나타 등 유럽에 수출되는 자동차에는 중 · 소형에 상관없이 10%의 관세가 붙고 있다.

전자산업 역시 TV 등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EU의 고관세(9~14%) 철폐로 수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 가전제품에 대한 EU의 평균 관세율은 3.6%로 미국(1.3%)보다 높아 한 · 미 FTA보다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

# 7월부터 유럽산 와인 싸져

국내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유럽산 제품의 가격도 낮아지게 된다.

한 · EU FTA 발효 직후 관세가 사라지는 대표적인 유럽산 제품은 와인이다.

유럽산 와인에 붙는 15%의 관세는 7월부터 없어진다.

와인 수입업계는 관세 철폐 이후 수입하는 물량에 대해 평균 13%가량 가격을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할인점 등에서 병당 3만5000원 안팎에 팔리는 프랑스산 대중와인 무통카데는 3만1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산 위스키는 3년 후,보드카 브랜디 데킬라 등은 5년 후,맥주는 7년 후 관세가 사라진다.

프랑스 샤넬 · 루이비통,영국 버버리,이탈리아 아르마니 · 페라가모 등 유럽산 명품 가방 · 의류 · 구두 · 향수 · 색조화장품 등에 붙는 관세(8~13%)도 3년 안에 철폐된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유럽 중 · 대형 자동차의 관세(8%)도 3년 뒤면 없어져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외제수입차 업계에선 유럽 수입차의 판매가격이 7%가량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가격이 1억5690만원인 BMW 740Li 모델은 1100만원,6980만원인 아우디 A6 모델은 500만원가량 싸질 전망이다.

이정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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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일본... 한국의 잇단 FTA 체결 부럽네!

한국이 미국 EU 등 거대경제권과 FTA를 잇따라 체결하면서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과 EU는 FTA가 체결됐는데 일본과 EU는 FTA를 맺지 않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EU에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나 전자제품은 관세가 없는 데 비해 일본산 제품은 높은 관세가 부과돼 유럽 소비자들이 비싼 일본산을 찾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일본 기업들의 유럽 수출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는 한국이 미국 EU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일본은 연간 14억달러 규모의 수출을 한국에 빼앗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업계의 불안이 크다.

시가 도시유키 일본자동차공업협회 회장은 "정부는 일본 기업도 한국 기업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며 "FTA로 한국 자동차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 일본 자동차 업계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아직 EU와 FTA를 맺지 않은 상태다.

국회 비준을 앞둔 한 · 미 FTA도 경계 대상이다. 일본의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한 · 미 FTA가 발효돼 한국산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현행 2.5%)가 없어지면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회사로선 가격 경쟁에서 불리하다.

일본은 'FTA 열등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뒤늦게 EU와의 FTA 추진에 나서고 있다.

일본과 EU는 지난 5월 정상회의를 열고 FTA 체결을 위한 공식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