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등록금에 허리 휘는 대학생 ··· " 알바로 공부시간 모자라요 "
대학생 A씨(23)는 지난 2월8일 강원도 강릉의 한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방안에선 A씨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었을 즉석복권과 학자금 대출서류가 발견됐다.

지난해 11월 대구에서는 밀린 학자금 대출 상환을 고민하던 여대생 B씨(21)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B씨가 돈을 벌기 위해 대학을 휴학한 채 직장을 구하려 다녔으며 자살 전날 어머니를 붙잡고 울며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2009년에는 명문대를 다니다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중퇴했던 C씨(29)가 한강 다리에서 투신했다.

2008년에도 D씨(22)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서 먼저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다니던 대학 실습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 비싼 등록금의 '그늘'

비싼 등록금이 극단적 결과를 낳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학교를 다니는 사람은 학생이지만 등록금 부담은 학부모가 함께 짊어진다.

부산의 50대 가장 E씨는 생활고를 비관하다 지난 9일 상가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E씨 부부는 두 명의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었으며 부동산중개소 식당 등을 운영했지만 빚만 진 채 폐업했다.

이후 친구 소유의 숙박업소에서 먹고 자며 돈을 벌었지만 이 숙박업소가 팔리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1~2009년 연평균 230명의 대학생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참여연대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8.6%가 등록금 마련으로 고통을 느낀 적이 있으며 60%는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경정신과 교수는 "지금 대학생들은 취업난과 경쟁 속에서 자신의 존엄함에 대한 확신을 잃고 있다"며 "한국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자살률이 높아지고 사회적 고통이 컸는데 등록금 문제는 학생에게 비슷한 고통을 준다"고 말했다.

등록금뿐만이 아니다.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올라온 학생들은 생활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집세와 식비 등 필수 생활비만 월 70만~100만원이 든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 다니다 최근 휴학한 F씨(22)는 학기 중 생활비를 벌기 위해 1주일에 5일, 하루 6시간씩 제과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마지막 수업은 못 들을 때도 있었다"며 "공부할 시간이 없어 학점이 안 좋았고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학자금 대출 결국 빚으로···

등록금을 대출받아 당장의 부담을 피하더라도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이 2만5366명에 달했다.

2007년 말(3785명)보다 6.75배 늘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정부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를 도입했지만 이자 부담이 높아 호응도가 크지 않다.

ICL은 대학 재학 중에는 이자를 내지 않고 취직 후 소득이 최저생계비(4인 가구 기준)를 넘으면 그때 이자와 원금을 내도록 한 제도다.

시행 초기인 지난해 1학기에는 이자율이 5.7%였으며 2학기에는 5.2%,올해 1학기에는 4.9%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자가 복리로 계산되는 탓에 대학 4년을 보내고 나면 빚이 수천만원에 이른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모나 대학생이 등록금을 모두 부담하기 어려운 만큼 ICL이 정착돼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매력적이지 못한 제도"라며 "이자율을 낮춰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병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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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학 구조조정··· 저소득 학생 선별 지원 ···


해법은 뭘까

2010년 국내 대학생들이 낸 등록금 총액은 14조4481억원(사립대 12조7091억원,국립대 1조7390억원)에 달한다. 등록금을 절반 수준으로 내리기 위해선 7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국내 등록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일 정도로 높긴 하지만 당장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주요 대학들이 재정의 70%가량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반값 주장'은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꼭 필요한 학생들부터 우선 지원하고 부실 대학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병행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부실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할 대책으로 꼽힌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재능대 총장)은 "대학 수를 최소한 100개가량은 줄여야 한다"며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등이 퇴출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올해 정원을 못 채운 77곳을 구조조정하고 지역 유사 대학을 통폐합해 100개가량 청산하면 등록금을 2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23곳을 선정했으며 올해 대상 대학을 전체 대학의 15% 정도인 50곳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신입생에 대한 학자금 대출을 제한해 학생 수를 조절,부실 사립대의 퇴출을 유도하는 제도다.

현재 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부실 사립대의 자진 퇴출을 유도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사립대 법인이 해산할 경우 남은 재산의 최대 30%까지를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꼭 필요한 사람들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50대(대학생 부양자)로 넘어가면서 자영업 종사자가 급격히 많아지고 소득이 줄어든다"며 "단순한 재정 지원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각계 대표로 위원회를 만들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적으로 필요한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기초학문 분야와 산업 수요에 맞는 직업인력을 키우는 마이스터고 · 특성화고,특성화된 전문대에 대한 지원도 우선 순위에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강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