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신뢰는 사회 발전의 기초… "신뢰가 시장 경제 키운다"
중국의 이른바 '가짜 음식'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중국 충칭시에서 '가짜 족발'이 적발됐다.

이 가짜 족발에선 매우 강한 발암성 물질까지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중경시보는 최근 "마침내 족발까지 위조품이 나왔다"며 "중국 각지에서 가짜 족발이 발견되고 있지만 이번엔 가짜 족발 가공 공장이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족발은 싸고 미용에도 좋다는 인식으로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다.

이 가짜 족발은 냉동육을 돼지 가죽으로 싸고 실을 묶어 과산화수소수,아초산나트륨,합성 착색료 등을 첨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신뢰는 경제성장의 원동력

지난달 보도된 신문기사다. 중국은 잊혀질 만하면 가짜 음식 소식이 등장한다.

그동안 밝혀진 것만 해도 오리고기를 염소 소변에 적셔 만든 가짜 염소고기,빨간 염료로 싱싱해 보이게 조작한 라즈베리,포름알데히드와 전분을 섞어 만든 선지,살충제 성분을 넣어 쫄깃하게 만든 만두,감자와 고구마를 으깨고 합성수지로 딱딱하게 굳힌 쌀,마약 성분인 양귀비 열매껍질과 파라핀을 넣어 만든 훠궈(중국식 샤부샤부),밀가루 조미료 콩단백질 색소 등을 섞어 찐 가짜 두부 등 여러 가지다.

다행히 주로 값싼 거리음식에서 발생하는 일들이지만 만약 백화점이나 유명 음식점에서도 이런 가짜 음식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어디가 가짜음식을 파는지,아닌지를 알기 위해 노력하거나 아예 집에서 만든 음식만 먹을 것이다.

가짜 음식과 마찬가지로 사업을 하면서 거래 상대방과 신뢰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사업에 몰두해야 할 시간을 거래 상대방 감시에 허비해야 할 것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이처럼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치르게 된다.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 문제에 천착한 대표적 학자로 꼽힌다.

그는 1992년 발간한 '역사의 종언'에서 사회주의 ·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와 자본주의 · 민주주의의 승리를 예리하게 통찰했으며 1995년 '신뢰'라는 책에선 서구 사회 번영의 핵심 요인으로 신뢰를 제시했다.

'사회적 자본'으로 유명한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남도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석학이다.

퍼트남은 사회적 자본을 신뢰 규범 네트워크로 이해하며 이 가운데 신뢰가 사회적 자본의 중심적 요소라고 역설했다.

후쿠야마가 신뢰라는 화두를 제시한 이후 신뢰가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수많은 연구가 이어졌다.

거래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다면 계약을 맺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믿지 못해 들여야 하는 거래비용이 줄어들어 수익성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게 경제성장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41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사회적 신뢰 수준이 15% 높아지면 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사회적 신뢰를 키우려면…


사회학자들은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에 대해 공적 측면에서는 매우 미흡한 반면 사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과잉 상태라고 분석한다.

혈연 학연 지연 등 파당적 연줄망을 통한 사적 신뢰가 강해 그 연줄망 바깥의 타인에 대해서는 폐쇄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사적 신뢰의 기형적 과잉 상태는 많은 사람이 공식적 제도 대신 비공식적 연줄망에 의존하게 만든다.

그러면 신뢰를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게임의 규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공적 부문이 공정한 심판자로서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일관된 규칙에 의한 법치주의가 작동할 때 사람들은 연고주의에 매달리지 않고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연결망을 확대시킬 것이다.

이와 함께 사적 부문에서는 연고주의와 같은 파당적 연줄망의 표본인 동창회나 향우회를 건강한 열린 공동체로 변화시켜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부나 봉사 등 보다 바람직한 일에 힘을 쏟는 게 좋다는 지적이다.

동창회나 향우회가 회원들의 이익뿐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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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회적 신뢰수준이 낮은 이유는?


[Cover Story] 신뢰는 사회 발전의 기초… "신뢰가 시장 경제 키운다"
"불신의 벽은 높다. 공무원들은 부패했다. 연줄은 약해져도 중요하다.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6년 내놓은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 조사결과'의 주된 골자다.

불신을 0점,신뢰를 10점으로 했을 때 국회(2.95점) 정당(3.31점) 정부(3.35점) 지방자치단체(3.89점) 법원(4.29점) 경찰(4.49점) 등 힘센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특히 낮았다.

처음 본 낯선 타인(4점)보다도 신뢰도가 낮은 수준이다. 응답자의 70%가 공직자 2명 중 1명은 부패했다고 여겼다.

또 연줄 의존도가 과거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동창회 향우회 등 전통적인 관계망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가입 비율은 동창회가 50.4%로 가장 높았고 종교단체(24.7%),종친회(22%),스포츠 레저 동호회(22%),향우회(16.8%) 등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뭘까. 당시 실태조사를 주도한 김태종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6 · 25전쟁,급속한 도시화,권위주의적 근대화 등을 겪으면서 살아남으려면 남을 믿어선 안 되는 풍토가 조성됐다"며 "소득 학력 거주지 성별에 따른 사회적 단절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일제강점기와 6 · 25전쟁,군사독재 등 혼란기를 겪으며 국가와 사회는 개인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돼주지 못했다.

개인들은 각자의 생존방식을 찾아야 했고 서로 뭉쳐서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관계가 필요했다.

그런 관계는 가족,친족 등 혈연과 학연 지연 등의 연줄로 구성됐다.

사회 혼란기에는 법이나 합리적인 제도보다 연줄이 더 잘 통하는 법이다.

안 되는 일도 되게 하고,되는 일도 안 되게 하는 행위들이 통용됐다.

우리나라도 김영삼정부가 들어서고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이 같은 행위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신뢰도 역시 과거보다는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뿌리가 아주 없어진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