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고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돈이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돈을 그렇게 만든다고 말하는 게 옳다.
세상엔 돈에 눈이 먼 노예가 많다. W B 예이츠의 서사시 재림(再臨 · The Second Coming)의 한 구절처럼'선(善)이 신념을 잃고 악(惡)이 열정으로 달아오르면' 돈의 노예가 돼 몰락의 길을 걷는다.
반면 세계 최고의 부자인 워런 버핏의 말처럼 '정당하게 돈을 벌면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진다.
불행해진 사례에선 불법과 탐욕이 지배하고,행복해진 사례에선 땀과 나눔의 정신이 넘쳐난다.
# 탐욕으로 멍든 돈의 행복학
예를 들어보자.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아건설 박모 부장(49) 사건은 전자에 해당한다.
박 부장은 회사가 법원의 관리를 받고 있는 경영위기의 와중에서도 1900억원에 가까운 회삿돈을 빼돌렸다 붙잡혔다. 회사 운영자금과 은행예치금을 청구서 위조 등의 방법으로 탕진해 썼다.
돈을 맘껏 써본 대가로 그가 받은 형량은 징역 22년6개월.
그는 단순 계산상 72세가 돼서야 세상으로 되돌아오게 됐다. 박 부장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은 탐욕과 불법이었다.
금융분야 사기꾼은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초기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약속한 뒤 나중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돈을 굴리는 '다단계형 폰지(Ponzi Scheme · 금융 피라미드)'사기사건의 주범 버나드 매도프(Bernard Madoff)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미국 나스닥 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한 이 거물은 고수익을 미끼로 끊임없이 신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500억달러라는 전대미문의 손실을 입었다.
이 사건 이후 그의 아들이 자살했고 자신은 감옥에서 죽은 뒤에야 나올 수 있게 됐다.
데이비드 사르나는 자신의 저서 '금융사기꾼'에서 탐욕에 눈먼 사람들의 본성과 종말을 경고하고 있다.
그는 돈에 눈먼 자들의 몰락과정을 '더 큰 바보 찾기'라는 말로 비유했다.
탐욕한 자는 자기보다 더 심한 바보를 찾아 탐욕을 좇다가 나중에는 자기가 가장 큰 바보가 돼 망한다는 설명이다.
인간을 탐욕으로 이끄는 거품경제를 지적한 에드워드 챈슬러의 '금융투기의 역사'와 로버트 멘셜의 '시장의 유혹,광기의 덫'의 핵심은 돈에 눈먼 자들과 거품경제가 어떻게 추락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있었다.
최근 저축은행 비리사건에서도 돈에 눈먼 탐욕의 그림자는 어른거린다.
저축은행 감사정보를 알려주는 등 뒷배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고 구속된 K씨와 E씨.그들은 수십년간 쌓아온 자신의 명예와 가족의 얼굴에 먹칠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희귀품종이면 뿌리 하나값이 암스테르담 집 한 채 가격과 맞먹던 튤립투기와 일본 도쿄 골프회원권 값이 500만달러에 거래됐던 1990년의 골프회원권 광기는 21세기에도 어른거리고 있는 셈이다.
# 더불어 행복한 돈의 경제학
다행히도 세상엔 돈에 눈먼 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직하게 돈을 벌어 정승처럼 쓴 사람도 많다.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정직하게 돈을 벌 것을 강조하는 사람 중 하나다.
주가조작이나 뇌물로 돈을 벌기보다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검소와 나눔을 신조로 삼고 있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운전기사도 쓰지 않고 경호원도 들이지 않는다.
버핏은 자신의 재산 85%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해놓은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우리가 받은 선물이 엄청날수록 사회를 위해 더욱 값지게 써야 할 책임을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지금까지 33조원을 기부한 빌 게이츠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의 전염병 퇴치와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게이츠와 버핏은 미국 억만장자들의 모임인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 기부 서약)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 모임에 참여한 미국의 억만장자 69명은 재산의 절반 이상을 공익재단이나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외국에만 돈을 행복하게 쓰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1600년대 초반부터 1950년까지 무려 300년 동안 만석의 부를 이룬 경주 최부잣집은 버핏이나 게이츠보다 훨씬 이전에 돈에 눈 멀지 않고 돈을 행복하게 쓴 집안이다. 최부잣집 가훈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재산은 1년에 1만석(5000 가마니) 이상 모으지 말라.'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경고다.
1만석 이상의 재산은 이웃에 돌려 사회에 환원했다고 한다.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라'는 가훈은 돈을 탐욕스럽게 모으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부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말이다.
"재물은 똥거름과 같아서 한 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 견딜 수 없고 골고루 사방에 흩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 "
최부잣집이 버핏이나 게이츠보다 한수 위가 아니었을까.
결국 돈을 어떻게 벌고 쓰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갈리게 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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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은 사람을 선하게 만든다"
벤저민 프리드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이 선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프리드먼 교수는 자신의 2005년 저서 '경제성장의 미래'에서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며 결국 도덕적 성숙이 이뤄져 사람들이 선해진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자메이카를 예로 들었다. 25년 전 두 나라의 1인당 평균소득은 미국의 약 20%에 그쳤다.
이후 한국의 경제는 매년 인구증가 속도를 5.5배 웃도는 성장을 이룬 반면 자메이카의 성장은 부진했다.
2005년 한국은 1만8000달러로 세계적인 수준에 달했다.
자메이카는 3800달러에 그쳤다.
소득의 차이는 생활수준의 차이로 연결됐다. 자메이카보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길어졌고 영아사망률은 낮아졌다. 취학률은 월등히 높아졌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사람들이 좀 더 개방적이며 관대하고 민주적이 된다는 게 프리드먼 교수의 주장이다.
생활수준 향상이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사회 전체의 도덕적 성숙을 가져온다는 것.이는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생긴다'는 맹자의 말과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속담과도 일맥상통한다.
프리드먼 교수는 성장과 분배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인구통계학자인 사이먼 쿠즈네츠의 연구를 인용한다.
쿠즈네츠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득불평등이 확대되다가 일정 단계에 이르면 축소된다고 주장했다.
경제성장→소득향상→출산율 저하→저소득층 임금하락추세 저지→임금격차 해소로 간다는 것.
자본주의 경제가 시간이 갈수록 필연적으로 저소득 노동계급을 더 비참한 궁지로 몰아가 계급대립과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본 칼 마르크스의 주장과 정반대다.
쿠즈네츠는 마르크스의 주장은 19세기 전반에 나타난 영국의 한 단면을 보고 내린 근시안적 추론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영국의 불평등은 19세기가 끝날 무렵 그 이전에 비해 훨씬 완화됐다.
물론 돈이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돈을 그렇게 만든다고 말하는 게 옳다.
세상엔 돈에 눈이 먼 노예가 많다. W B 예이츠의 서사시 재림(再臨 · The Second Coming)의 한 구절처럼'선(善)이 신념을 잃고 악(惡)이 열정으로 달아오르면' 돈의 노예가 돼 몰락의 길을 걷는다.
반면 세계 최고의 부자인 워런 버핏의 말처럼 '정당하게 돈을 벌면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진다.
불행해진 사례에선 불법과 탐욕이 지배하고,행복해진 사례에선 땀과 나눔의 정신이 넘쳐난다.
# 탐욕으로 멍든 돈의 행복학
예를 들어보자.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아건설 박모 부장(49) 사건은 전자에 해당한다.
박 부장은 회사가 법원의 관리를 받고 있는 경영위기의 와중에서도 1900억원에 가까운 회삿돈을 빼돌렸다 붙잡혔다. 회사 운영자금과 은행예치금을 청구서 위조 등의 방법으로 탕진해 썼다.
돈을 맘껏 써본 대가로 그가 받은 형량은 징역 22년6개월.
그는 단순 계산상 72세가 돼서야 세상으로 되돌아오게 됐다. 박 부장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은 탐욕과 불법이었다.
금융분야 사기꾼은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초기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약속한 뒤 나중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돈을 굴리는 '다단계형 폰지(Ponzi Scheme · 금융 피라미드)'사기사건의 주범 버나드 매도프(Bernard Madoff)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미국 나스닥 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한 이 거물은 고수익을 미끼로 끊임없이 신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500억달러라는 전대미문의 손실을 입었다.
이 사건 이후 그의 아들이 자살했고 자신은 감옥에서 죽은 뒤에야 나올 수 있게 됐다.
데이비드 사르나는 자신의 저서 '금융사기꾼'에서 탐욕에 눈먼 사람들의 본성과 종말을 경고하고 있다.
그는 돈에 눈먼 자들의 몰락과정을 '더 큰 바보 찾기'라는 말로 비유했다.
탐욕한 자는 자기보다 더 심한 바보를 찾아 탐욕을 좇다가 나중에는 자기가 가장 큰 바보가 돼 망한다는 설명이다.
인간을 탐욕으로 이끄는 거품경제를 지적한 에드워드 챈슬러의 '금융투기의 역사'와 로버트 멘셜의 '시장의 유혹,광기의 덫'의 핵심은 돈에 눈먼 자들과 거품경제가 어떻게 추락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있었다.
최근 저축은행 비리사건에서도 돈에 눈먼 탐욕의 그림자는 어른거린다.
저축은행 감사정보를 알려주는 등 뒷배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고 구속된 K씨와 E씨.그들은 수십년간 쌓아온 자신의 명예와 가족의 얼굴에 먹칠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희귀품종이면 뿌리 하나값이 암스테르담 집 한 채 가격과 맞먹던 튤립투기와 일본 도쿄 골프회원권 값이 500만달러에 거래됐던 1990년의 골프회원권 광기는 21세기에도 어른거리고 있는 셈이다.
# 더불어 행복한 돈의 경제학
다행히도 세상엔 돈에 눈먼 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직하게 돈을 벌어 정승처럼 쓴 사람도 많다.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정직하게 돈을 벌 것을 강조하는 사람 중 하나다.
주가조작이나 뇌물로 돈을 벌기보다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검소와 나눔을 신조로 삼고 있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운전기사도 쓰지 않고 경호원도 들이지 않는다.
버핏은 자신의 재산 85%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해놓은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우리가 받은 선물이 엄청날수록 사회를 위해 더욱 값지게 써야 할 책임을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지금까지 33조원을 기부한 빌 게이츠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의 전염병 퇴치와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게이츠와 버핏은 미국 억만장자들의 모임인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 기부 서약)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 모임에 참여한 미국의 억만장자 69명은 재산의 절반 이상을 공익재단이나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외국에만 돈을 행복하게 쓰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1600년대 초반부터 1950년까지 무려 300년 동안 만석의 부를 이룬 경주 최부잣집은 버핏이나 게이츠보다 훨씬 이전에 돈에 눈 멀지 않고 돈을 행복하게 쓴 집안이다. 최부잣집 가훈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재산은 1년에 1만석(5000 가마니) 이상 모으지 말라.'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경고다.
1만석 이상의 재산은 이웃에 돌려 사회에 환원했다고 한다.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라'는 가훈은 돈을 탐욕스럽게 모으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부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말이다.
"재물은 똥거름과 같아서 한 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 견딜 수 없고 골고루 사방에 흩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 "
최부잣집이 버핏이나 게이츠보다 한수 위가 아니었을까.
결국 돈을 어떻게 벌고 쓰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갈리게 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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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은 사람을 선하게 만든다"
벤저민 프리드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이 선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프리드먼 교수는 자신의 2005년 저서 '경제성장의 미래'에서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며 결국 도덕적 성숙이 이뤄져 사람들이 선해진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자메이카를 예로 들었다. 25년 전 두 나라의 1인당 평균소득은 미국의 약 20%에 그쳤다.
이후 한국의 경제는 매년 인구증가 속도를 5.5배 웃도는 성장을 이룬 반면 자메이카의 성장은 부진했다.
2005년 한국은 1만8000달러로 세계적인 수준에 달했다.
자메이카는 3800달러에 그쳤다.
소득의 차이는 생활수준의 차이로 연결됐다. 자메이카보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길어졌고 영아사망률은 낮아졌다. 취학률은 월등히 높아졌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사람들이 좀 더 개방적이며 관대하고 민주적이 된다는 게 프리드먼 교수의 주장이다.
생활수준 향상이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사회 전체의 도덕적 성숙을 가져온다는 것.이는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생긴다'는 맹자의 말과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속담과도 일맥상통한다.
프리드먼 교수는 성장과 분배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인구통계학자인 사이먼 쿠즈네츠의 연구를 인용한다.
쿠즈네츠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득불평등이 확대되다가 일정 단계에 이르면 축소된다고 주장했다.
경제성장→소득향상→출산율 저하→저소득층 임금하락추세 저지→임금격차 해소로 간다는 것.
자본주의 경제가 시간이 갈수록 필연적으로 저소득 노동계급을 더 비참한 궁지로 몰아가 계급대립과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본 칼 마르크스의 주장과 정반대다.
쿠즈네츠는 마르크스의 주장은 19세기 전반에 나타난 영국의 한 단면을 보고 내린 근시안적 추론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영국의 불평등은 19세기가 끝날 무렵 그 이전에 비해 훨씬 완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