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먹히고 먹히는 M&A의 세계…혁신·성장 없으면 죽는다
기업은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성장해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경영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경제의 국경이 허물어지고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의 평균 수명은 15년 안팎으로 짧아졌다.

이 같은 무한경쟁에서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자주 활용하는 게 바로 기업 M&A(인수 · 합병)다.

# '약'도 되고 '독'도 되는 M&A

M&A(Merger and Acquisitions)는 회사의 경영지배권을 직 · 간접적으로 취득하는 광범위한 거래의 총칭이다.

'합병(Merger)'은 두 개 이상의 기업들이 법률적으로나 사실적으로 하나의 기업으로 합쳐지는 것이며,'인수(Acquisitions)'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이나 자산을 사들여 경영권을 획득하는 것을 뜻한다.

M&A의 목적은 여러 가지다.

먼저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비슷한 업종에서 주로 벌어진다.

가령 롯데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유통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GS백화점을 사들인 게 여기에 해당한다.

이랜드그룹이 구두업체인 엘칸토를 인수한 것처럼 아예 다른 사업 분야에 진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첨단기술이나 관련 특허권 확보를 겨냥한 경우도 있다.

1995년 LG전자가 디지털 TV 핵심 기술을 가진 미국의 제니스를 인수한 것이나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샀다가 판 게 이런 유형에 해당한다. 투자이익만을 목표로 한 M&A도 있다.

기업사냥꾼(Raiders)이라고 불리는 전문 투자자들은 먹잇감이 될 만한 기업을 골라 경영권을 빼앗은 후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차익을 올린다.

M&A만을 전문으로 하는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라는 회사도 있다.

이처럼 M&A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해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신규 사업 참여에 필요한 기간과 투자비를 절감하며 △숙련된 전문인력과 핵심 기술을 비교적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값보다 비싸게 사거나 M&A 후 경영이 좋지 않을 경우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타스트림에 따르면 세계에선 매달 2000억달러 안팎 규모의 M&A 딜이 이뤄지고 있다.

달러가 넘치는 중국이 특히 해외 기업 M&A에 적극적이다.

# 우호적 M&A와 적대적 M&A

M&A는 크게 우호적 M&A와 적대적 M&A로 나뉜다.

M&A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상대로 M&A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때 대상 기업이 M&A에 우호적이면 두 회사 간 결합은 손쉽게 이뤄진다.

하지만 대상 기업이 여기에 반대하고,M&A를 하려는 측은 M&A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

이게 적대적 M&A다.

우호적 M&A는 두 회사가 이사회에서 M&A를 결의한 후 얼마에 회사를 사들일지,대금은 어떻게 지급할지,그리고 M&A 대상 기업의 경영권은 누가 행사할지에 대한 합의가 모두 끝나고 주주총회를 열어 M&A를 결의하면 모든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된다.

M&A 가격은 보통 기업가치를 따져 거기에 일정한 프리미엄을 더해 결정된다.

주식이 증시에서 거래되는 상장사라면 'M&A 대상 기업 주가 플러스 알파(프리미엄)'로 가격이 정해진다.

대금은 현금을 100% 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금 일부에 주식 일부를 주는 방식이 활용된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B라는 회사를 1000억원에 M&A할 경우 A회사는 B회사 주인(주주)들에게 500억원은 현금으로,나머지 500억원은 A회사 주식으로 주는 식이다.

주식 교환비율은 A와 B회사 간 기업가치를 따져 정한다.

A회사 기업가치가 B회사의 두 배일 경우 B회사 주식 1주당 A회사 주식 0.5주를 주게 된다.

M&A를 하려는 기업이 자금이 모자란다면 외부에서 차입할 수도 있다.

외부 투자자들은 크게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투자하는 사람(전략적 투자자 · SI)과 △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투자이익만 보고 돈을 대는 사람(재무적 투자자 · FI)으로 나뉜다. 보통 금융회사들이나 연 · 기금 등이 FI 역할을 많이 한다.

때로 M&A 시도 기업이 M&A 대상 기업이 가진 자산을 처분하거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M&A 종잣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LBO(차입매수 · Leveraged Buy Out)라는 M&A 기법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기업 매수가 가능하지만 거액의 빚을 수반한다는 단점이 있다.

때론 외국 자본의 '먹튀'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상하이차의 쌍용차 지분 매각 때 그랬으며,현재도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보유 지분 매각을 둘러싸고 논쟁이 진행 중이다.

# 적대적 M&A 공격 및 방어 수단

적대적 M&A는 일종의 기업 전쟁이다.

그래서 경영권 탈취와 방어에 다양한 수단이 동원된다.

M&A를 시도하는 측이 활용하는 수단에는 △그린메일 △파킹 △공개매수 △곰의 포옹 △토요일밤의 기습작전 등이 있다.

그린메일(Green Mail)은 특정 기업의 일정 지분을 미리 사들인 뒤 경영권을 쥔 대주주를 협박,비싼 값에 주식을 되파는 수법이다.

대주주가 말을 듣지 않으면 경영권을 약탈할 수도 있다.

파킹(Parking · 지분 감춰두기)은 우호적인 제3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게 한 뒤 주총에서 기습적으로 표를 던져 경영권을 탈취하는 방법이며,공개매수(TOB)는 매수 대상 기업의 주주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주식을 비싼 값에 사들이는 행위다.

토요일밤의 기습작전(Saturday Night Special)은 방어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에 TV를 통해 공개매수를 선언하는 방법이며,곰의 포옹(Bear's Hug)은 공개매수를 선언하고 인수자가 해당 기업 경영자에게 방어 행위를 그만두라고 위협하는 기법이다.

이에 맞서는 방어수단에는 △우호적인 제3세력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백기사(White Knight) △방어자가 거꾸로 공격자의 주식을 매집하는 등 정면 대결을 하는 팩맨(Pac Man) △임원 해임 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거나 주식을 싼 값에 인수할 수 있도록 정관에 명기해 공격자의 인수 부담을 늘리는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포이즌필(poison pill) 등이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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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의 역효과 '승자의 저주'


[Cover Story] 먹히고 먹히는 M&A의 세계…혁신·성장 없으면 죽는다
인수 · 합병(M&A)은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때론 정반대로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바로 그것이다.

승자의 저주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M&A에 성공한 기업이 주가 하락과 경영 부실 등의 후유증을 겪는 상태를 뜻한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세일러가 1992년 'The Winner's Curse'라는 책을 출간한 이후 널리 쓰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를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등을 거액에 사들인 후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승자의 저주는 M&A 이후 기대되는 시너지효과(synergy effect · 하나의 기능이 복합적으로 이용될 때 생기는 상승효과)를 과대평가해 제값보다 비싸게 기업을 사들일 때 나타난다.

때론 M&A 시도 기업 경영진의 사적 이익 추구가 이유가 되기도 한다. M&A 시도 기업 경영진(대리인)은 M&A에 성공할 경우 자리를 오래 보존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주인(주주)의 이익보다도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싸게 M&A를 할 수도 있다.

주인과 대리인,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