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국기업의 기상…세계 1위를 삼키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다 안다.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가 얼마나 잘 나가는 브랜드인지를.

타이틀리스트는 세계 골프공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골프공의 대명사이며,풋조이 역시 골프장갑과 골프화 시장에서 넘버원이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골프공 68.9%,골프장갑 77.6%,골프화 56.5%에 달한다.

이런 엄청난 브랜드가 한국 기업의 손에 넘어왔다.

주인공은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사모펀드(PEF)와 휠라코리아다.

두 회사가 힘을 합쳐 지난 20일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의 브랜드를 가진 세계 최대 골프용품 회사인 아큐시네트(Acushnet) 지분 100%를 12억달러(1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동안 몇몇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사들인 적은 있었지만 글로벌 1등 소비재 브랜드를 인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아디다스,나이키,캘러웨이 등 세계적 스포츠용품 업체들을 물리치고 손에 넣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 · 합병(M&A)이 국내 기업사(史)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작년 말 매물로 나온 아큐시네트를 인수하겠다고 마음 먹은 곳은 미래에셋이었다.

미래에셋은 인수와 관련된 밑그림을 그린 뒤 인수에 성공하면 아큐시네트를 경영할 회사로 휠라코리아를 끌어들였다.

미래에셋이 휠라코리아를 파트너로 지목한 이유는 윤윤수 회장의 글로벌 경영 능력 때문이다.

휠라그룹의 한국 지사장이었던 윤 회장은 발군의 실력으로 휠라코리아를 키우더니 2005년에는 이탈리아 본사가 갖고 있던 휠라코리아의 지분을 아예 인수했다.

이때부터 휠라코리아는 휠라의 자회사가 아닌 독립기업이 됐다.

그러더니 2007년에는 아예 휠라 본사의 지분마저 사들이며 글로벌 휠라의 새 주인으로 들어앉았다.

이런 과정에서 윤 회장이 쌓은 글로벌 경영 능력을 미래에셋 측이 높이 산 것이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었던 비결은 치밀한 전략에 있었다.

아큐시네트의 모기업인 포천브랜즈는 대주주의 요구에 따라 6월까지 아큐시네트 매각을 약속한 상태였다.

하지만 입찰에 참가한 아디다스(테일러메이드) 나이키 캘러웨이는 하나같이 골프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아큐시네트를 인수하면 골프용품 시장을 독과점하게 돼 미국 정부가 거래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래에셋 측은 포천브랜즈를 상대로 독과점 시비가 없는 미래에셋-휠라코리아 컨소시엄에 넘겨주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며,세계 최대 시장이 될 중국을 공략하기에도 한국 기업이 가장 적합하다는 점을 집요하게 설득했다.

이런 전략이 먹혀든 덕분에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아디다스가 제시한 가격보다 싸게 아큐시네트를 인수할 수 있었다.

4,5면에서 타이틀리스트 인수전에서 빛난 한국 기업의 저력을 살펴보고 M&A의 세계에 대해서도 공부해보자.

오상헌 한국경제신문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