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던진 화해의 메시지…"藥될까, 毒될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선은 1967년 당시에 근거해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미국의 대(對)중동 · 이스라엘 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미국의 새로운 중동 · 북아프리카 정책 관련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영토와 안보를 교환함으로써 명확한 국경선과 평화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7년 이전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경선은 이른바 '6일전쟁(3차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가자지구,요르단강 서안,골란고원 등을 제외한 국경선을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영토를 양보하고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맺을 것을 촉구한 것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이런 압박을 꾸준히 해왔지만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선을 1967년 이전으로 언급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이다.

재선 도전이 다가오고 있고,미국 정 · 재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유대계를 의식한다면 파격적인 발언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유대계의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은 70% 이상이었다.

그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정책은 강경 일변도였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점령한 지역들에 정착촌을 건설해 자신들의 영토임을 분명히 했다.

그곳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독립운동을 벌이며 테러로 이스라엘을 괴롭혔다.

이스라엘은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보복 공격을 감행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을 응징했다.

그들을 격리시키기 위해 수백㎞에 달하는 장벽도 쌓았다. 말 그대로 폭력의 악순환이 벌어졌다.

폭력의 악순환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항상 이스라엘을 지지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중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테러리스트인 빈 라덴이 사살됐고 이집트 튀니지 등에서 민주화 열풍이 불었다.

미국은 그동안 중동의 독재자와 손잡고 중동에 친미정권을 구축해 왔으나 이번 중동의 민주화 바람으로 기존 구도는 깨졌다.

일부 국가의 독재정권이 몰락했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민주화세력을 지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새로운 민주주의 건설의 주역으로 등장한 아랍 대중들에게 화친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칫 아랍의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최근의 중동 민주화 바람은 반미정권의 탄생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이스라엘 편만 드는 편파적 중재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1967년 이전 국경을 언급함과 동시에 이집트에 20억달러 등 중동에 총 4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미국이 중동국가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랍권 전역에 '새로운 미국',즉 불편부당(不偏不黨)한 미국을 알리려는 정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