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아시아 넘어 세계로…한국 대중문화 '눈부신 성장'
1960년대까지만 해도 트로트를 제외하고는 순수하게 국내에서 작곡된 노래가 별로 없었다.

미국 팝송이 유행했으며 외국 노래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번안가요가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 가요의 수출은 꿈도 못 꿨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국산 영화는 재미없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대중들은 할리우드 영화에 열광했다. 1980년대 홍콩 영화 전성기 때는 '같은 아시아에서도 영화를 저렇게 잘 만들 수 있구나'라고 감탄만 했다.

홍콩 배우 주윤발이 성냥개비 하나를 물고 걷는 모습,라이터 불꽃을 입으로 쭉 빨아들이는 모습은 대부분 남학생들이 흉내 내 본 추억의 장면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가요 영화 TV드라마 등 대중문화에 있어서 압도적인 수입초과국이었다.

그러던 게 1990년대 후반 들어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중국에서 방영됐으며 '한류(韓流)'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한국 대중음악이 중화권에서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보아가 일본에 진출했고 '대장금' 등 TV드라마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 등에서도 방영됐다.

'쉬리''엽기적인 그녀''태극기 휘날리며' 등과 같은 영화 수출도 크게 늘었다.

일본에서는 '겨울연가'가 히트하면서 욘사마(배용준) 신드롬까지 생겨났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동남아 등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인기가 치솟았으며 지난해엔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등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일본에 진출했다.

원더걸스는 미국에 진출해 적잖은 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와 춤 동영상이 수백만,수천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K팝(K-POP)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남미 유럽 등에까지 널리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대중문화 수출국이 된 것이다.

문화상품은 일반적인 제조업 수출품과 다르다.

대중문화 수출은 우리나라와 우리 상품에 대한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여러 유 · 무형의 효과를 유발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04년 욘사마 신드롬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한국에서 1조원,일본에서 2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일본 내 재일교포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졌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 일본 등의 관광객들도 증가 추세이며,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북한에서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주민들이 몰래 보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가 북한 체제까지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생글생글 커버스토리에서는 한국 대중문화의 성장을 조명했다.

세계 강대국들은 정치 · 경제 · 군사력 등 하드파워뿐 아니라 전 세계가 열광하는 문화파워를 갖추고 있다.

세계 각국이 K팝에 열광하는 이유와 문화가 가진 힘에 대해 4,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