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빅브라더 vs 개인 … 公益이 먼저냐, 私益이 우선이냐
오세아니아의 하급 당원인 윈스턴은 이 같은 당의 통제에 반발심을 갖고 저항을 꾀한다.

철통 같은 감시 속에서 일기를 쓰며 자신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고,줄리아라는 당원과 은밀한 사랑을 나누며 당의 전복을 꾀한다.

그러나 결국 함정에 빠져 경찰에 체포되고 마는데,감옥에서 끊임없이 고문받고 세뇌를 받는 과정에서 연인이었던 줄리아마저 배반하고 당이 원하는 것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윈스턴은 이런 식으로 인간의 모든 가치를 상실한 채로 충실한 당의 심복이 되고,'빅브라더를 사랑한다'며 조용히 당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조지 오웰이 쓴 소설 '1984년'의 줄거리다. 이 소설이 1949년 출간된 후 개인을 통제 · 감시하고 개인정보를 수집 · 저장하는 사례들에는 대부분 '빅브라더'라는 비유가 붙였다.

최근 애플 아이폰의 개인 위치정보 추적,농협과 현대카드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서도 빅브라더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싫어한다.

누군가 내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꺼림칙할 뿐 아니라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개인정보 수집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는 각종 맞춤 서비스는 각 기업이 축적해온 방대한 사용자 정보에 기반해 발전해온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수집한 정보를 부당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데다 해킹의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독재정권이 들어서면 이런 정보가 국민에 대한 감시와 탄압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민간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의 수석변호사 케빈 뱅크스턴은 지난해 미국 IT 전문매체 지디넷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당신의 어머니보다 당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구글에는 G메일,구글독스(문서작성 툴),구글맵스(지도),캘린더,위치 검색 등 다양한 무료 서비스가 있다. 이를 사용할 때마다 그 내용과 로그 기록은 구글 서버에 고스란히 남는다.

네이버 다음 등 다른 검색 · 포털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로선 무료 서비스 이용 대가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지불하는 꼴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개인정보가 노출된다.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글이나 사진을 올린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렇게 모은 각종 정보는 기업들에 '미래의 황금'이나 마찬가지다.

인터넷 기업이 주로 수익을 거두는 곳은 바로 광고다.

각종 개인정보를 요령있게 조합하면 사용자가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그에 딱 맞는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카드 사용 내역이나 예금과 대출 내역 등 금융정보는 개인이 자주 사는 물건이나 보유 자산 규모 등을 알려주기 때문에 기업들이 맞춤형 마케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휴대폰 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는 수만개 단위로 돈을 받고 거래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개인정보 수집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방범용 폐쇄형 감시카메라(CCTV)는 범인 추적에 획기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

건물 주차장이나 아파트 입구 · 계단,학교 주변의 스쿨존에 설치되는 CCTV는 범죄 예방 효과까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차량에 설치되는 블랙박스는 교통사고 때 누가 잘못했는지,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판가름해준다.

정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게 바람직한 경우도 있다. 개인정보가 있어야 정부가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제대로 거둘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수집이 정당한지 정당하지 않은 것인지는 △수집 경로가 합법적인지 △수집된 정보가 악용되는지 △공익을 추구하는 것인지 사익을 추구하는 것인지가 판단 기준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작년부터 애플의 아이폰 위치정보를 추적 중인 범죄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경찰도 실종사건 등 범죄수사를 할때 법원의 허가를 얻어 통신사에 협조를 요청하고 실종자의 휴대폰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장소 주변을 탐문해 단서를 찾아내는 경우가 있다.

정부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해짐에 따라 보다 엄격한 정보관리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오는 9월30일부터 법 적용 대상이 공공기관과 사업체 약 51만개에서 350만개로 확대되고 개인정보 유출 시 통지 · 신고제도,단체소송제도 등도 도입된다.

현재는 개인정보 수집 시 개인 동의를 받으면서 상당수 사업체가 다른 목적에 대한 사용 동의까지 일괄적으로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일일이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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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 일거수 일투족 감시하는 '원형 감옥'

▶ '파놉티콘'을 아시나요?


[Cover Story] 빅브라더 vs 개인 … 公益이 먼저냐, 私益이 우선이냐
빅브라더와 비슷한 감시 · 통제시스템을 가리키는 말로 파놉티콘이 있다.

어원을 보면 그리스어의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를 뜻하는 'opticon'을 합성한 것이다.

파놉티콘 또는 팬옵티콘은 '모든 것을 다 본다'는 의미로 18세기 영국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덤이 죄수들의 효율적인 감시를 위해 제안한 원형 감옥을 말한다.

원형 기둥 모양으로 생긴 이 건물 각층에는 죄수방이 있고 건물 안 중심에는 각 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감시탑이 서 있다.

감시탑은 어둡게 하고 죄수들의 방은 모두 환하게 유지한다.

따라서 죄수는 감시자를 볼 수 없지만 감시자는 중앙에서 모든 죄수를 둘러볼 수 있다.

죄수는 감시자가 늘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일거수 일투족을 스스로 통제하게 된다.

저항의식은 사라지고 규율은 자연스레 몸에 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