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편리한 서비스는 좋은데… 허걱! 숨기고 싶은 내 정보가…
누군가 내 신상정보를 빠꼼히 알고 있다면 어떨까?

이름 나이 직업은 물론 어떤 음식을 잘 먹고,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최근에 어디 어디에 가고 무엇을 샀는지까지 안다면….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다.

# 아이폰으로 뜬 위치기반서비스

스마트폰 서비스 중에는 인근 주유소를 찾아주는 서비스,자신의 위치를 친구들에게 알리는 서비스,주변 아파트 시세를 알려주는 서비스 등 위치기반서비스(LBS)가 꽤 많다.

폰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만 가능한 서비스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들의 위치정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으로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데 사실 개인정보는 이런 서비스에 꼭 필요하다.

애플은 개인정보가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장기간 폰에 저장될 수 있게 해 질타를 받았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네이버나 싸이월드 회원으로 가입하는 경우에도 개인정보를 써내야 한다.

우리나라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주민번호까지 입력해 본인확인을 받도록 돼있다.

구글은 자사 검색 서비스 사용자들의 검색정보까지 축적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위치정보까지 알려줘야 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우리 서비스 이용할래? 그럼 개인정보 알려줘',이런 식이다.

LBS가 각광받기 시작한 건 2007년 6월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후부터다.

LBS는 폰 사용자의 위치를 이용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가령 포스퀘어는 레스토랑 등 업소에 들어가면 '나 여기 왔다'는 식으로 친구들에게 알려준다.

애플의 아이폰 사용자 위치정보 수집이 문제가 된 것은 불법으로 수집해서가 아니라 수집된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치정보가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폰에 저장되고 장기간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게 문제였다.

폰을 컴퓨터와 동기화하면 컴퓨터에도 위치정보가 저장된다.

이 위치정보가 남의 손에 들어가면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아이폰 위치정보 문제가 공개된 것은 4월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웹 2.0 콘퍼런스에서였다.

보안 전문가 2명이 아이폰 위치정보가 폰과 컴퓨터에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저장되고 장기간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다고 발표했다.

이 문제가 공개되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우리 정부도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애플은 4월28일 해명자료를 냈다.

"수집한 것은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정보가 아니라 인근 와이파이(무선 인터넷) 및 기지국 정보이고,폰에 암호화되지 않은 채 장기간 저장되는 문제는 버그이다,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시정하겠다",이렇게 해명했다.

# 앱 통해 위치정보 줄줄이...

지난주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폰 사용자 80만명의 위치정보를 몰래 빼간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스마트폰 앱에 위치추적 기능을 탑재해 무단으로 폰 사용자 위치정보를 수집한 광고대행사 대표 3명을 위치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1451개 앱에 이런 기능을 탑재해 위치정보를 빼갔다.

폰이 꺼진 상태에서도 위치정보를 빼갔다. 폰을 꺼놓아도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광고대행사들이 이렇게 많은 앱에 위치추적 기능을 탑재해 폰 사용자들의 위치를 파악한 것은 지역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폰 사용자가 서울 명동에 가면 명동 업소 할인 광고를,신촌으로 가면 신촌 업소 이벤트 문구를 띄워주는 식이다.

비슷한 시기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가 해킹을 당해 7500만명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대형 사고가 터졌다.

단순히 이름 주소 생년월일 등 신상정보만 유출된 게 아니다.

아이디 패스워드도 빠져나갔고,신용카드 정보까지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소니라면 일본의 간판 전자업체다.

이런 기업이 운영하는 네트워크가 뚫릴 정도이니 이름 없는 기업들이 고객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할 것으로 믿긴 어렵다.

소니 해킹 사건이 터지기 직전에는 현대캐피탈과 농협중앙회 전산망이 해킹을 당해 고객정보가 유출되거나 거래 데이터가 삭제된 사건도 발생했다.

남의 돈을 관리하는 금융사 전산망이 뚫린다면 누굴 믿고 돈을 맡길까. 세계는 고민에 빠졌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개인정보가 필요한데,이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커진다면 심각한 문제다.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편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김광현 한국경제신문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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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교통 상황 · 매장 찾기 등 정보 제공

▶ 위치기반서비스란...


위치기반서비스(LBS · Location Based Service)는 유 · 무선 통신망으로 획득한 위치정보를 통해 이용자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제공되는 서비스는 교통정보,길안내,건물(집) 찾기,분실 단말기 추적,물류 정보,전화번호,음식점과 인근 매장 정보 등 다양하다.

예를 들어 요즘엔 약속장소를 찾아갈 때 지도를 프린트해서 들고 가지 않고 스마트폰 위치서비스를 이용한다.

상대방이 찍어준 약속장소 인근에서 폰 지도를 펼치면 현재 위치와 약속장소가 표시돼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보지 않고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예전에 제공된 위치정보는 사용자(스마트폰)의 위치를 사용자가 있는 기지국 단위로 파악해 제공했다.

따라서 단말기가 어느 기지국하고 접속하고 있느냐에 따라 위치를 확인할 수밖에 없어 정확도가 1~2㎞에 그쳤다.

그렇지만 2002년 이후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위성항법장치)와 기지국 정보가 결합됨으로써 정확도가 스마트폰 위치 반경 30~50m 이내로 높아졌다.

LBS 서비스를 하려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고 개인들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위치정보사업 허가는 18건,위치기반서비스 신고는 62건으로 1년 전에 비해 12% 증가했다.

올 들어서는 1분기에만 위치정보 사업 허가가 6건,위치기반서비스 신고가 95건에 달했다. 애플과 구글도 위치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