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장하준의 자본주의'를 해부한다
한 나라가 부강해지려면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국가의 경제개발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시장경제와 개방 ·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개발이고,또 하나는 계획경제와 폐쇄 · 보호무역이 그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학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힘이라고 가르친다.

자원 배분이 수요와 공급 원리에 의해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따라 이뤄지는 시장경제는 경쟁과 창의성,혁신을 촉진시킴으로써 경제를 발전시킨다.

또 자유무역과 시장 개방은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입증했듯 상대적으로 낮은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가진 상품의 생산에 특화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을 촉진시킨다.

기회비용은 하나를 선택할 때 포기해야 하는 기회의 가치이다.

이에 대해 보호무역과 계획경제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시장경제나 개방,자유무역은 선진국의 거대 자본이 후진국을 착취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인 장하준 씨가 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그 선봉에 서 있다.

장 교수는 △자유시장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고 △자유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으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못사는 것은 경제 개방과 선진국의 수탈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가 자유시장에서 상정하는 '자유'의 개념은 어떤 제약이나 규칙도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철학적 · 절대적 자유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유와는 다르다.

장 교수는 더 나아가 사람들은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만큼 영리하지 못하며,'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며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과 계획경제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계획경제는 가격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자원이 배분되는 경제다.

임금이나 집값,일자리,상품가격 등이 모두 정부의 지도 아래 결정된다.

그러면 두 갈래의 방식 중 어떤 게 경제개발을 성공시켰을까.

역사는 자유무역과 개방 편을 든다.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통해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는 많아도 보호무역과 계획경제를 표방한 폐쇄국가가 부강하게 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1978년 이후 개혁 · 개방을 통해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중국이나,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호랑이들'은 개방의 효과를 말해주는 대표적 사례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세계 각국이 앞다퉈 보호무역주의를 채택,수입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올리자 교역 규모가 급감해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고 장기화한 경험도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회고록 '격동의 시대(The Age of Turbulence)'에서 한 나라의 번영 여부는 △시장 개방과 국내의 경쟁 정도 △사유재산권과 법치주의,신뢰와 같은 제도의 특성 △정책 입안자(정부 관리)들의 수준 등에 달려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3~6면에서 장 교수가 '23가지'에서 주장하는 논리와 그에 대한 자유기업원의 반박을 통해 어떤 길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지 상세히 알아보자.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