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이유...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30만부가 넘게 팔렸다.

자유시장 경제학자의 주장 23가지를 조목조목 비판한 책이 이렇게 많이 팔린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일반인들에게 이상한 것은 장 교수한테 그렇게 비판을 받는데도 왜 자유시장경제학자들은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는가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보니 이유는 비슷했다.

장 교수의 책이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학문적인 가치는 없기 때문에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의 책이 학문적 가치가 없다는 점에는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내게는 학문적 가치보다 대중적 영향력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실제 많은 독자들은 장 교수의 책이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체득된 지식은 여론이 되고 정책이 될 수 있다.

그의 책으로 국가의 정책이 바뀔 수도 있으니 나라도 나서 오류를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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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유시장 이라는 것은 없다? 규제가 적을수록 시장은 자유롭게 작동한다!

[Cover Story] '장하준의 자본주의'를 해부한다
장 교수는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유로워보이는 시장도 따지고 보면 정부의 규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인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시장주의자들이 규제를 하지 말자고 말할 이유도 없다고 장 교수는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논지를 증명하기 위해 아동노동 금지를 사례로 든다.

이 규제가 처음에는 많은 저항에 부딪혔지만 지금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당연한 규범이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러니 규제와 자유시장의 구분이 분명치 않다고 말한다.

필자도 처음에 반대가 많던 규제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동 노동 금지로 돌아가 보자.

어떤 부모에게도 아이들은 소중하다.

그런 부모들이 아이에게 노동을 시키는 것은 가난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혼자 벌어서는 아이를 부양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다.

아동 노동이 후진국 경제의 일반적 특성인 이유는 그들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못사는 나라에서는 아동 노동금지라는 규제가 무의미하다.

규제가 있더라도 지켜지지 않는다.

그리고 규제가 지켜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만약 규제가 정말 지켜져서 아이들이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면,굶어 죽는 아이들이 속출할 것이다.

반면 충분한 경제적 능력을 가진 부모라면 아이에게 노동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아동 노동을 법으로 금지하든 안하든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거의 없어진다.

규제가 있든 없든 상관 없는데,무엇 때문에 규제를 없애자고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이처럼 사람들의 자연스런 행동 규범과 일치하는 규제들 (그것을 규제라고 부른다면)은 법으로 명문화를 하든 안 하든 시장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시장의 일부가 되기 힘든 규제들도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술을 못먹게 하는 금주법은 영원히 시장의 일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과외공부를 금지하는 규제 역시 수십년간을 계속해 왔음에도 여전히 시장의 일부가 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규제들이 시장의 일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의 일부가 될 수 없는 규제의 수가 적을수록 시장은 자유롭게 작동한다.

자유 시장 경제학에는 어떤 규제가 시장 친화적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들이 분명 존재한다.

장교수가 그런 것을 이해했더라면 이장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2.소유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된다? 주주 이익 챙겨줘야 자금조달 잘 된다!

기업이 소유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된다는 장 교수의 주장은 단견이다.

동네식당만 놓고 생각해 봐도 그렇다.

주인이 관심을 쏟지않는 식당은 같은 음식을 만들더라도 식재료비가 많이 든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음식 맛도 떨어지고 직원들이 불친절하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은 손을 떼고 종업원들만 알아서 운영해야 한다면 어떤 주인도 식당을 차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은 더하다.

주인의 이름이 ‘주주’로 달라질 뿐 주인이 지켜보고 있어야 품질도 좋아지고 원가도 떨어진다는 점은 다를 것이 없다.

주주보고 손을 떼라고 하면 기업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장교수가 예로 들고 있는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주주의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주인의식이 희박할 수 있다.

특히 지배주주도 없이 전문경영인이 독자적으로 경영할 경우 인기영합주의 또는 단기수익 극대화에 치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대한 규제를 풀라고주장한다.

그래야 기업사냥꾼들이 단기 실적주의에 빠진 경영자를 내쫓은 후 기업을 진정으로 잘 경영할 사람으로 교체할수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주식의 투자수익률이다.

투자수익률이 높아야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를 할 것이고 그래야 기업은 낮은 가격에 안정적인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장 교수식으로 주주의 이익이 경시된다면 주식 투자수익률은 낮아질 것이고 사람들은 그런 기업의 주식을 사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주주의 이익은 중요하지 않다는 장 교수의말은 기업이 자본 시장에서 더 이상 자기자본을 조달할 필요가 없을 때에나,그것도 부분적으로만 타당성을 가질 뿐이다.

기업이 좋은 조건으로 계속적인 자금조달을 하려면 주주의 이익을 챙겨줘야 한다.


3.잘사는 나라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 많이 받는다? 어느나라든 하는 일만큼 임금을 받는다!

장교수의 말대로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일에 비해임금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반대 역시 사실이다.

즉 하는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 사람들 때문에 하는일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어느 나라나 하는 일만큼 임금을 받는다.

장교수는 이민에 대한 규제 때문에 스웨덴 같은 나라의 임금이 높다고 하지만 그말은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다.

부자나라의 소득이 높은것은 그나라 사람들의 평균적인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웨덴인들의 전반적인 생산성 수준이 높지 않다면 아무리 이민규제를 하더라도 버스운전기사의 월급이 높아질 수 없다.

인도가 아무리 버스기사의 유입을 규제하더라도 스웨덴처럼 월급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물론 잘사는 나라의 생산성이 높은 이유가 잘나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쌓여온 다양한 제도들 때문이라는 말은 맞다.

이는 마치 한국인 평균소득이 2만달러인 이유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가 따져야 할 것은 평균적인 소득은 평균적인 생산성에 비례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민규제는 평균적인 생산성을 낮추면 낮췄지 높이지는 못한다.


4.인터넷 보다 세탁기가 더 세상을 바꿨다?자유주의 경제학자만의 오류가 아니다!

장 교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인터넷의 영향을 과대평가했다고 비난한다.

인터넷에 대한 기대와 예측이 지나쳤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만의 오류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IT(정보기술)전문가들이 인터넷으로 인해 세상이 바뀔 거라 생각했다.

인터넷 벤처 기업에 투자했던 수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날린 것도 인터넷경제를 과대평가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인터넷의 영향을 과대평가한 것은사실이나,그것을 자유주의 경제학의 잘못으로 비난하는 것은 의아하다.


5. 최악의 결과를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온다? 최악의 결과를 예상하지 않았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공격이다.

어떤 자유주의 경제학자가 인간이 자기만을 생각하는 존재임을 전제로 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장 교수가 예로 들고 있는 아담스미스만 해도 인간이 이기심과 더불어 이타심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이타적인 성향이 더 잘 나타난다는 사실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실증적, 이론적 연구를 통해서 잘 드러났다.

자유주의경제학자들이 자유시장을 주장하는 것은 자유시장을 통해서만 인간의 이기적 측면이 공공의 선으로 연결된다고 믿기 때문이지, 이타심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다.

시장이 없을 때 이기심은 뇌물과 추악한 자리다툼, 밥그릇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이기적인 성격이 강한 사람이라도 고객들에게는 친절하고 믿음직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시장이다.


6.거시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거시경제의 불안은 더 큰 세계 불안정을 초래했다!

이 장에서 장 교수는 물가안정정책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보인다.

그 대신 적절한 인플레이션 정책을 지지한다. 문제는 어느 수준이 적절한가에 있다.

인간이 과연 그 적절한 수준을 알 수 있을까.

이번 서브프라임 경제위기의 주범도 미연방준비위원회가 인플레 정책으로 경기를 자극하던 끝에 초래되었다.

수년간 초저금리로 돈을 풀어내자 물가가 뛰기 시작했고, 견디다 못해 돈 줄을 조이자 거품이 꺼지면서 줄도산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세계적인 위기로 전이되어 갔다.

장 교수 자신이 늘 강조하듯이 불완전한 인간이 순간 순간 적절한 인플레 수준을 계속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보다는 최대한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불완전한 인간이 택해야 하는 더 나은 방책 아닐까.


7.자유시장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자유시장 정책을 편 나라가 잘 산다!

[Cover Story] '장하준의 자본주의'를 해부한다
자유시장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는 말은 거짓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유시장정책을 편 나라들이 잘 산다.

캐나다의 프레이저 연구소는 자기들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경제자유지수와 1인당 소득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래프에서 1등급은 시장이 가장 자유로운 35개국이고 4등급은 가장 규제가 강한 36개국을 나타낸다.

1인당 소득은 1등급 국가의 경우 32,744달러인 반면 4등급 국가는 3,858달러이다.

경제자유가 잘 보장된 나라일수록 나라별 1인당 소득수준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도 인도도 모두 그 이전에 비해 개방과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면서 경제가 성장의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장 교수는 미국이 급속하게 성장하던 1880년대에 오히려 관세율이 높았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음을 들어 보호주의가 경제성장의 묘약이라고 결론을 짓는다.

하지만 이는 궤변이다. 이때는 나라간 교통이 매우 불편하던 시절이라 교역도 그리 많지 않았다.

따라서 관세가 미치는 영향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인 이 시기가 그야말로 정부의 간섭이 최소화된 자유기업주의의 시대였다는 사실이다.

발명왕 에디슨, 철강왕 케네기, 석유왕 록펠러가 모두 이 시기의 사람들이다. 높은 관세는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역할을 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모든 나라에 경찰이 있고, 범죄자도 있다. 그렇다고 경찰 때문에 범죄자가 생긴다고 주장한다면 얼마나 넌센스인가. 똑같은 논리로 보호주의 때문에 경제가 발전한다는 장교수의 주장도 넌센스다.

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하기에 따라 한국 기업으로 동화시킬수도 있다!

자본에도 국적이 있다, 장 교수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우리 자본은 우대하고 외국 자본은 차별을 해도 된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외국 기업의 태도는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한국 기업이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할 때가 많다.

만약 자본의 국적이 완벽하다면 그렇더라도 걱정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외국에 나가더라도 한국인이 중요한 자리는 모두 차지하고, 수익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교수 자신도 한국의 제조업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걱정하고 있지 않은가.

외국 자본이 얻는 수익의 일부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지역에 떨어뜨리는 이익도 많다.

그리고 외국 기업이 얼마나 현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인지는 그 나라가 외국 기업을 얼마나 자국 기업처럼 대우하는가에 달려 있다.

외국기업을 자국기업과 똑같이 대우해주는 나라에서는 외국 기업들이 현지화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자본에 국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외국 기업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대한민국 기업으로 동화시켜갈 수도 있는 것이다.

9. 우리는 탈산업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 무시하는 경제학자는 없다!

이 장의 주요 논점은 제조업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인데, 최소한 내가 아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 중에 제조업을 무시하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예를들어 아이폰을 만들어 내는 데 기계를 제조하는 과정 그 자체보다는 아이디어와 디자인,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식을 같이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제조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어느 것이나 산업의 중요한 일부분이며 경제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적합한 산업이 있다.

정책의 측면에서도 경제학자들이 제조업을 무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모든 산업이 다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 각자 알아서 하게 놔두라도 조언을 한다.

즉 자유주의 경제학은 어떠한 산업에 대해서도 특별히 개입할 필요가 없음을 이야기할 뿐, 제조업을 무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여기서도 장 교수는 엉뚱한 표적을 만들어놓고 자유주의 경제학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10.미국이 가장 잘사는 것이 아니다? 고의로 오해 유도!

장 교수가 이 말을 왜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이 가장 잘사는 나라든 아니든 그것을 중요하게 말하는 자유주의 학자들을 본 적이 없다.

또 미국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진지하게 주장하는 자유주의 학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자유경제의 모델이라면 미국보다는 오히려 홍콩이나 싱가포르, 스위스, 뉴질랜드 같은 나라들이 더 자주 등장한다.

결국 이 장에서도 장 교수는 또 한 번 자유주의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에 대한 오해를 유도하고 있다.


11.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어느 경제학자도 그렇게 생각 안한다!

[Cover Story] '장하준의 자본주의'를 해부한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중에 아프리카의 저개발이 숙명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사람들 각자에게 재산권을 보장해주고, 자유를 허용하면 부가 창출된다고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아프리카든 아시아든 그 장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시장친화적인 제도를 갖춘 보츠와나는 아프리카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 못지않은 발전을 누리고 있다.

외부 조건의 열악함으로만 따진다면 1960년대 이전의 대한민국 역시 최악이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다는 말을 되뇌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발전했던 것은 일하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세계 시장을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새로운 제도적 환경 때문이었다.

그 런 면에서 장 교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과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의아한 것은 왜 그런 논지로 자유시장 경제학자을 공격하는가 하는 것이다.

어쩌면 장 교수의 생각 속에 자유주의 경제학자는 아프리카의 저개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엉터리 학자쯤으로 각인되어 있는 모양이다.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정치에서 분리된 경제가 필요하다!

이 대목은 장 교수의 말이 맞다.

정부도 제대로 된 유망주를 골라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의사결정자가 현명하고, 사심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런 속성이 강했다. 대부분의 결정을 정치가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내렸다.

포항제철, 현대, LG 등 장 교수가 자주 들고 나오는 성공 사례들은 모두 박정희 시대의 작품들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이후 한국 정부의 투자 성적표는 참담하다.

좁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지방마다 공항을 건설한 결과 대부분 비행기가 다니지 않는 콘크리트 덩어리로 변해 버렸다.

민주 정부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되려면 여론이 현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최소한 우리나라만을 놓고 보면 충족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전제조건이다.

떼쓰는 시위대에 밀려서 다수결이라는 원칙조차도 관철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이 민간 기업의 선택보다 현명해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이루어내려면 정치에서 분리된 경제가 필요하다.

정부는 기본적인 틀만 제공하고 구체적인 결정은 국민 각자가 내리는 방식 말이다.

물론 그 체제도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완전할 리 없다.

하지만 장 교수가 제시하는 그 실체조차 모호한 어떤 체제보다는 덜 불완전할 것이다.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Cover Story] '장하준의 자본주의'를 해부한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이 말 역시 자유주의 경제학자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투자할 사람들, 모험적 경제활동을 할 사람들에게 투자와 모험의 인센티브를 주자고 말한다. 그래야 새로운 제품과 시장,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성장촉진책 때문에 부자가 더 부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 때문에 선택을 망설이지 않는 것이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속성이다.

고소득층에 대해 차별적으로 높은 세율을 낮추자고 말하는 것도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투자와 경제활동을 촉진해서 더 많은 일자리와 소득 창출 기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14.미국 경영자는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적대적 M&A 시장을 점검하라!

미국의 경영자들이 과연 생산성에 비해서 높은 임금을 받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전문경영인 체제의 폐단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대부분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전문경영인이다.

이들이 지나치게 높은 보수를 받는다면 그것은 적대적 인수 · 합병(M&A)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뜻한다.

기업사냥꾼들이 주식을 사모아 경영을 제대로 못하거나 회사의 이익보다 사익을 챙기는 경영자를 내쫓는 시장 말이다.

만약 미국 경영자들의 급여가 지나치게 높다면 정부가 나서서 간섭할 것이 아니라 이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책이다.


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더 큰 기업을 할 수 있도록 재산권을 보장하라!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하는 말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면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도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면 발전할 수 있다.

부자 나라도 기업가 정신을 잃으면 쇠퇴한다.

정부나 공동체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기업가 정신은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장 교수가 말하듯이 거리의 구두닦이, 지게꾼 등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능력 발휘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단계이다. 영세한 사업으로 돈을 벌어서 사업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면 정부나 공동체로부터 핍박과 강탈의 위협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장 교수가 제대로 지적했듯이 못사는 나라에 현대적 기업이 등장하기 어려운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장 교수는 공동체 차원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압력으로부터 성공한 기업가들의 재산권을 보호해주는 일이다.

그래야 작은 성공을 이룬 기업가들이 더욱 큰 성공에 도전할 수 있다.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정부의 규제에 매달리는 것은 더욱 영리하지 못하다!

인간은 전지전능하지 않으며 인간이 만든 시장 역시 불완전하다는 장 교수의 지적은 옳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비약이다.

꼭 밝혀두고 싶은 것은 자유주의 경제학들이 무정부 상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두인 하이에크도 자유경제란 무질서가 아니라 자생적 질서에 따르는 것임을 설파한 바 있다.

오랜 시간을 두고 형성된 관습과 행동 규범 같은 것을 자생적 질서라고 부른다.

이런 제도들은 장 교수가 염려하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제한적 합리성을 보완해서 삶을 더욱 자유롭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이 여론에 따라 시시때때로 만들어내는 규제들은 이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

대개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빼앗는 것이 이런 규제들의 성격일 때가 많다.

이런 규제는 인간의 자유와 물질적인 풍요를 해치기 마련이다.

시장이 불완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는 더욱 불완전하다.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왜 이런 말을 하지?

교육을 더 시키면 나라가 발전한다고 말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가 누군지 모르겠다.

물론 학생에게 배우려는 의지가 있고 배우는 지식이 발전에 필요한 것들이라면 교육이 나라 발전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학생들을 모아 놓고 아무 것이나 가르친다고 나라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서방의 나라들이 경제 원조 대신에 아프리카 나라들의 교육에 대해서 투자를 늘렸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아이들의 교육 연수는 늘어가는데 그 나라들이 발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독재는 심해지고, 경제는 뒷걸음을 친 경우가 많았다.

교육이 성장에 도움을 주려면 발전에 필요한 지식이 공급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의 교육이란 그저 호사스러운 소비행위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나라의 발전을 위해 교육부터 늘리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점 역시 장 교수는 엉뚱한 표적을 만들어 놓고 사격을 하고 있는 셈이다.


18.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장 교수가 그 말을 하는 장본인이다!

이 논점 역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하는 말이 아니다.

어떤 자유주의 경제학자가 특정 기업만 이익이 되는 정책을 펴라고 주장하는지 궁금하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기업을 만들고,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라고 주장하는 것이지 특정한 기업을 봐주라고 말하지 않는다.

외국 기업과 외국 상품도 쉽게 국내에 들어오게 해서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라고 말한다.

특정 기업을 봐주는 행위, 즉 특혜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가장 배격하는 정책 중의 하나다.

도산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구제금융을 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다.

특정 기업을 봐주는 정책은 오히려 장 교수 같은 개입주의자들이 좋아한다.

실제로 장 교수는 도산 직전의 GM에 구제금융을 주고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입을 규제해서 GM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편 장본인이다.


19.우리는 여전히 계획경제 속에 살고 있다? 자유주의 경제학 이해 못해서 한 말이다 !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장 교수는 자유주의 경제학을 오해하고 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자기 나름의 계획을 세우며 그것은 시장질서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자유주의자들이 경계하는 계획은 정부가 기업이나 또는 다른 민간 조직의 계획에 간섭하거나 또는 정부가 만든 계획을 강요하는 일이다.

정부의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재정지출이나 조세수입,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자기 고유의 영역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당한 영역이다.

그리고 정부 고유의 영역에 대해서 계획을 세우고, 기업들이 자신의 활동을 위해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계획경제라고 부를 수는 없다.

만약 그런 것을 계획경제라고 부른다면 세상 모든 경제는 계획경제가 된다. 이 장에서도 장 교수는 엉뚱한 비판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논란조차 힘든 공허한 논지다!

사실 이것은 논란을 벌이기조차 힘든 공허한 논지이다.

먼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기회의 균등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부터 밝혀두는 것이 좋겠다.

자유주의 경제학에서의 평등은 법 앞에서의 평등 또는 신 앞에서의 평등이다.

신분의 차별, 인종차별 같은 것은 법 앞에서의 평등 또는 신 앞에서의 평등 원리에 위배되기 때문에 배격한다.

장 교수의 논지가 공허한 것은 기회의 균등이 어찌 보면 결과의 평등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식을 성공시키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를 고르게 하는 것은 부모들에게는 결과의 균등과 일맥상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기회의 균등을 심각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모든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재정으로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에 찬성하거나 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기회의 평등이든 결과의 평등이든 뭐하고 부르든 말이다.

이 장의 논지도 자유주의 경제학자에 대한 비판으로 적합하지 않다.


21.큰 정부는 사람들의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게 한다? 혁신과 변화는 치열한 경쟁에서 나온다!

이 말은 틀렸거나 최소한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실업을 해도 충분한 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어려운 모험을 하고 일자리를 구하는 대신 오히려 집에서 쉰다는 것이 수많은 나라에서 입증된 인간의 보편적 성향이다.

정부의 보호를 받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변화를 추구하기보다 오히려 더 게을러진다.

혁신과 변화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나타난다.

장 교수는 1990년대 이후의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 빠르게 성장한 것을 자신의 주장에 대한 증거로 제시하지만 잘 살펴보면 이 나라들은 장 교수가 주장하려는 논지와 정반대 것을 입증하고 있다.

복지제도로 몸살을 앓아오던 스웨덴은 1990년대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개혁에 착수한다.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가 그 실상을 보여준다.

지수가 처음 발표된 1995년 스웨덴의 경제자유지수는 세계 41위였는데 2011년에는 22위까지 올라왔다(한국은 35위).

그 같은 경제자유의 확대가 성장률을 높여준 것이지 복지제도 때문이 아니다.

만약 복지제도가 성장률을 높인다면 복지와 규제천국이던 1990년대 이전 스웨덴의 불황을 설명할 길이 없다.

공기업보다는 사기업에서 더 많은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듯 더 많은 경제적 자유가 허용되는 상황, 즉 작은 정부일 때에 더 많은 변화와 혁신이 일어난다.


22.금융시장은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적절한 규제 수준에 대한 해답은 없다!

경제위기 과정에서 금융으로 성공을 거두었던 아이슬랜드와 아일랜드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붕괴에 가까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금융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부 규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 부분 장 교수의 논지에 동의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규제가 적절한지에 대해 답이 없기 때문에 모든 금융규제가 이 논지에 의해서 정당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23.좋은 경제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좋은 경제학자가 엉터리 경제학자를 설득한다!

일본과 대만,한국,싱가포르,중국 등의 경제기적을 만들어낸 것은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말이 맞다.

이 나라들의 경제기적을 만들어냈던 것은 맥아더, 장제스, 박정희, 리콴유, 덩샤오핑 등 정치지도자들의 직관적 판단력 또는 그들 나름의 경제학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개방과 기업 활동의 자유, 사유재산, 스스로 자립하려는 의지와 노력, 이런 것들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것은 그들에게 상식이었고 그런 원리가 작동하도록 한 것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런 원리만 작동한다면 장 교수의 말대로 경제학자는 필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의 그런 원칙은 허물어져가기 시작한다.

장 교수 같은 학자들이 큰 역할을 한다.

나라에 기대어 사는 것이 좋느니, 나라 문을 닫아거는 것이 좋느니 이런 말들이 설득력을 얻어가면서 성장의 동력은 차츰 줄어가는 것이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하다.

좋은 경제정책을 위해서 경제학자가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엉터리 경제학자로부터 경제정책을 지켜내는 일에는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하다.

24.결론

자유주의 경제학 '불신' 유도하는 건 곤란

장 교수가 비판한 23가지 가운데 9가지는 엉뚱한 표적에 대한 공격이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바꿨다', '우리는 탈산업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GM에 좋은 것이 미국에도 좋다' 등 9개의 논지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아닌 것을 공격하고 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위해 자유주의 경제학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유도하는 것은 부당하다.

다른 14가지 논지 중 필자가 인정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금융시장은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다.

나머지 13개의 경우 장 교수의 주장이 틀렸거나 증거가 없거나 논리적 비약에 기초한 것들이다.

"23가지"를 읽은 독자들이 이 글도 같이 읽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