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 주연령층 35~54세 인구감소세로 전환

"1인 가구 늘어 日 같은 버블 붕괴는 없을것"반론도

[Cover Story] 인구가 줄어들면 집값이 떨어진다?
인구가 감소하면 주택시장도 큰 영향을 받는다.

주택 가격은 기본적으로 주택의 수요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주택 수요의 큰 변수인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주택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은 잠시 안정세를 보이는 기간도 있었지만 1960년대 이후 줄곧 오름세를 보여왔다.

특히 서울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물가상승률 몇 배씩 뛰고 투기까지 겹쳐 큰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 시장의 본질적인 변화라며 일본의 사례를 들어 집값이 장기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대체로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뒤따라 가는 경우가 많다.

경제이론과 일본 주택시장을 참고하며 주택 시장을 전망해 보자.

⊙ 인구 추이와 장기 부동산 시장 전망

일본은 2005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택의 주요 구매 고객인 아버지 나이 35~54세는 199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이 1990년대 이후 크게 하락한 배경에는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당시 일본의 수도 도쿄 인근의 주택가격은 절반까지 하락한 사례도 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 준 일본의 금융회사들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파산을 했고 일부 봉급 생활자들도 주택을 구입할 때 은행에서 빌렸던 대출금의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하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해 일본 국민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경제도 침체돼 소위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을 맞았다.

과연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주택가격이 장기 하락하게 될 것인가.

외견상으로 일본과 같이 주택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선 주택 주 구매층인 35~54세의 인구는 2011년을 고비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또 전체 인구도 2018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4887만4539명이었던 총인구는 2018년 4934만350명으로 최대를 기록한 뒤 2040년 4634만3017명,2050년 4234만2769명 등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 모형은 1960년대에는 갓난아기가 많고 노년층이 적은 피라미드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저출산과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40~50대 중년층을 형성하면서 항아리 모양으로 바뀌었다. 인구 모형은 2040년 역삼각형으로 바뀔 전망이다.

노무라증권은 한국 주택시장에 대한 보고서에서 "주택을 주로 구입하는 35~54세 집단의 인구비율이 하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일본처럼 10년 이상 장기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인구가 줄어들지만 1인 가구 2인 가구가 크게 늘어 인구증가율 둔화만큼 주택 수요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소형주택이나 임대주택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구가 늘어나는 대도시나 신개발지역은 주택 수요가 꾸준해 주택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향후 주택시장의 주요 변수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를 앞두고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을 계속 보유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주택보급률은 115%를 기록하고 있다.

새로운 집을 지으려는 수요는 크지 않지만 임대주택 건설은 2001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류제규 대림산업 차장은 "소형 도심 임대 등은 한국과 일본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주거 트렌드"라며 "이는 인구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후반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주택 핵심 소비계층이 감소하자 주택가격이 급락했다"며 "한국의 경우 핵가족화와 미혼층 증가로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일본처럼 부동산 버블 붕괴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DTI 규제 왜 할까

직장인 김기철 씨(45)는 최근 서울 은평지구의 100㎡(30평형)짜리 아파트를 5억원에 구입하려던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DTI(총부채상환비율 · debt to income ratio) 규제 정책으로 은행에서 주택 구입 자금을 충분히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DTI는 '개인의 총소득에서 연간 갚아야 할 빚의 원금과 이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김씨의 소득은 연 3000만원인데 이를 기준으로 해당 지역의 DTI 65%를 적용하면 2억원 정도 대출받을 수 있다.

2억원을 대출받으면 15년간 원리금(원금과 이자)으로 매월 162만원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DTI는 162만원?C12개월/3000만원=64.8%로 65%를 충족한다.

정부는 한동안 적용하지 않았던 DTI 규제를 4월부터 다시 적용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별로 좋지 않은데도 DTI 규제에 나선 것은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높은 데다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 가계가 많아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무려 800조원에 달한다.

대부분 주택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80%에 달한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한 가계들이 자신의 상환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돈을 빌려서 주택을 구입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은행들이 대출이자를 올리면 돈을 빌린 사람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오고 만일 집값이 하락하게 되면 집을 팔아 대출원금을 갚지 못해 은행이 파산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2008년 미국에서 그리고 1990년대 일본에서 실제 이러한 현상이 벌어졌다.

가계는 물론 은행들도 파산해 국가적으로 큰 혼란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대출을 깐깐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주택가격의 또 다른 규제로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 loan to value ratio)가 있다.

이는 은행들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최대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LTV가 60%라면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는 최대 1억2000만원까지만 빌려주는 것이다.

정부는 DTI와 LTV라는 두 개의 정책을 사용하면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있다.

김진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