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시장의 실패?…그럼, 정부는 만능인가
"낮은 세율의 법인세 등 한국의 기업 경영 여건은 일본보다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한국의 대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지원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정부의 압력으로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대기업이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을 거둔 경우 협력업체에 이익을 나눠주는 '초과이익 공유제' 도입에 대기업들은 많은 불만이 쌓여 있다. "

지난 21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사설이다.

일본의 대표적 경제신문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동반성장을 내세운 한국 정부의 대기업 정책은 주목거리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들고 나온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경영 목표 이상의 초과 이익을 냈을 때 협력사와 이를 나누자는 것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육성에 협력해 '동반성장'을 도모하게 함으로써 청와대가 국정 모토로 내세운 '공정사회'를 달성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기업들은 얼핏 좋은 아이디어로 볼 수도 있지만 시장경제의 원칙을 뒤흔드는 독약이 숨겨져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사유재산권 침해와 그로 인한 시장 왜곡 가능성이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과)는 "사유재산에 해당하는 기업의 이익을 법적 근거 없이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들에 분배하도록 강요하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은 사회주의에 가까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들이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신사업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려는 의욕을 잃을 수도 있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로부터 회사 이익을 함부로 썼다며 경영진이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이익공유제는 애초부터 틀린 개념이고 현실에 적용하기도 힘들다"며 정운찬 위원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하도급법 개정안도 뜨거운 감자다. 이 법은 대기업(원사업자)이 하청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해 손해를 입힌 경우 발생한 손해의 3배까지 배상토록 하고,기술자료 탈취 · 유용에 대한 고의 · 과실의 입증 책임을 원사업자에게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법 행위로 인한 사회적 해악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일종의 징벌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손해액을 3배나 부과하고 기술자료를 탈취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원사업자가 제시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징벌을 엄격한 형사소송 절차가 아닌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부과하고 민사소송의 일반적인 입증 책임마저 원사업자에게 지우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 · 월세 급등 지역을 전 · 월세 거래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임대료 인상을 규제하는 전 · 월세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시장의 자원 배분이 왜곡될 가능성이 클 때 시장에 개입한다.

하지만 미국의 금주법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시장 개입은 종종 더 큰 실패를 낳기도 한다.

이익공유제 등을 둘러싼 최근 논란과 시장 실패 및 정부 실패에 대해 4,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