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증기 발생기 따로 있어 방사선 노출 위험 적어
[Cover Story] 日덮친 쓰나미, 원전 폭발 재앙 불러…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한가?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 핵분열로 나오는 에너지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터빈을 돌려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꾼 다음 전자기유도현상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설비다.

핵분열의 근간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가 있다.

이런 점에서 원전은 20세기 인류가 만든 최대 과학기술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타 발전설비에 비해 훨씬 적고 열효율이 커 많은 나라가 원전에 의존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원전의 안정성은 냉각기능이 핵심이다.

핵분열로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와 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식힐 수 있느냐에 달렸다.

장순흥 KAIST 부총장은 "후쿠시마 1원전(1~6호기)이 비교적 안전한 2원전(1~4호기)과 달리 유독 피해가 컸던 것은 초기에 전력시스템 복구에 실패해 냉각기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전은 비등수형과 가압경수로형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비등수형(BWR · Boiling Water Reactor) 원자로다.

우라늄 핵분열로 나온 에너지로 물을 끓여 발생한 증기를 바로 터빈으로 보내 운동에너지로 바꾸고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증기발생기가 따로 없고 원자로 안에서 직접 증기를 만든다.

원자로 안에는 증기와 물(냉각수)이 동시에 차 있어야 하고 냉각수는 노심(핵연료봉 다발)보다 훨씬 높게 차 있어야 한다.

만일 냉각수가 노심 밑으로 내려가면 노심이 수천도가량으로 급격하게 과열돼 각종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후쿠시마 원전은 현재 냉각수가 노심 밑으로 내려간 상황이다.

냉각수가 노심 밑으로 내려가면 노심 금속재 성분과 수증기가 반응해 수소를 생성하는데 수소는 증기와 함께 밖으로 배출된다. 이때 수소는 인화성이 커 대기로 유입되자마자 폭발한다.

후쿠시마 원전 외벽이나 격납고가 연쇄 폭발한 것은 이 때문이다. BWR은 물을 바로 끓이기 때문에 효율은 높지만, 이처럼 원자로 계통과 터빈 계통이 분리되지 않아 방사성 물질 유출시 피해 가능성이 큰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 원전 모델인 가압경수로(PWR · Pressurised Water Reactor)는 물이 300도가 넘어도 증발하지 않도록 155~160 기압 정도의 고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원래 물은 100도 이상이 되면 끓지만 고압을 가하면 액체상태를 유지한다. PWR은 이 고온 고압 상태의 물에서 나오는 열로 또 다른 물을 끓여 나온 증기를 터빈으로 보내 발전기를 돌린다. 즉 PWR은 증기발생기가 따로 있으며 BWR보다 방사선 노출 상황에 장벽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원자로 1차 계통의 압력이 높기 때문에 지진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1차 계통은 핵연료를 포함한 원자로,냉각재 중심의 원자로보조계통,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격납용기 등 원자로안전설비계통,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원자로제어계통 등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가압중수로(PHWR)형인 월성 원전 4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17기가 모두 가압경수로형이다.

이들은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게 내진 설계돼 있다.

그러나 이번 대지진같이 규모 9.0의 강진과 쓰나미에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마련하기 쉽지 않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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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은 왜 일어나지?…지구를 둘러싼 판이 충돌한대요!

지진은 지구의 지각 운동에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다.

지구는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북아메리카판 필리핀판 남아메리카판 아프리카판 등 여러개의 판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들 판은 각각 일정한 방향으로 운동하고 있다.

이번 일본 대지진은 태평양판이 일본 열도 쪽으로 파고들면서 북미판을 서쪽으로 끌고 내려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판이 다른 판을 파고들어가는 현상을 섭입이라고 하는데 이는 판의 밀도와 운동에너지 등 차이 때문에 주로 발생한다.

일본 열도는 태평양판과 북미판,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 4개 판이 격렬하게 운동하는 경계 부근에 위치하고 있어 예부터 지진이 빈발해 왔다.

특히 환태평양 지진대인 '불의 고리'에서는 언제든지 이번 지진과 같은 규모 9.0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까지 나온 상태다.

환태평양 지진대는 동남아~일본~알래스카~미국~칠레 등을 잇는 지진대를 말하며 마치 반지 고리 모양처럼 생겨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또 이번과 같은 강진에서는 자연스럽게 쓰나미(tsunami)를 동반한다.

쓰나미의 발생조건은 규모 6.0 이상의 해저지진과 진원 깊이 60㎞ 이내,수직 단층운동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지진의 진원은 정작 해저였지만 쓰나미가 동북부지방을 덮치면서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영화 '해운대'를 보면 쓰나미가 한반도를 덮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동해 심해의 역단층운동 등으로 한반도에도 지진해일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2001~2009년 한반도 주변 해저지진은 205회가 감지됐다.

1983년 일본 아키다현 외해 규모 7.7의 지진은 울진 · 삼척 등에 지진해일을 발생시켜 3명의 인명 피해와 4억여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또 1993년 일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외해에서 동일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삼척 등에 4억여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마다 갈린다.

한반도의 주변 지진환경은 인도-호주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그리고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서로 파고들어가는 현상으로 인해 동서 방향에서 압축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판 경계 지진이 아니라 판 내부 지진이기 때문에 재현 주기가 수백~수천년으로 길다.

김재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한반도 지진은 최대 규모 6.3 이하, 피해는 진앙지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희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센터장은 "1976년 중국 당산지진,1990년 이란 밤 지진 등 지진이 일어나지 않던 곳에서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 대량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역사기록은 한반도가 완벽한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각종 역사 기록에 따르면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한반도에서 감지된 지진은 1700~2100회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