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日本 대지진… 엔화 가치는 왜 오르지?
지난 11일 발생한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의 후유증이 엄청나다.

지진 관측상 세계 세번째(진도 9.0)의 강진으로 기록된 이번 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과 생활터전을 잃었다.

게다가 총 7기에 달하는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원전)가 잇달아 큰 피해를 입으면서 지금 일본 열도는 방사능 공포에 휩싸여 있다.

지진 여파로 도쿄 증권거래소의 닛케이평균주가가 한때 9000엔선 밑으로 추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요동을 치고 있으며 외환시장도 들썩인다.

일본의 대지진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일본 경제의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경제 손실액은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는 3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995년 일본을 덮쳤던 한신 대지진(진도 7.2) 당시 피해 규모는 GDP의 2.5%인 10조엔(당시 엔화가치 기준으로 약 1200억달러)이었다.

이번 지진의 피해 복구엔 최소 180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노무라증권은 피해 복구비 가운데 일본 정부가 400억~600억달러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가부채가 GDP의 200%를 넘고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일본 정부로서는 벅찬 액수다.

메릴린치는 앞으로 피해가 더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번 대지진이 올해 일본의 성장률을 0.2~0.3%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이 복구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자금 또한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세계 경제엔 악재다.

일본의 해외 투자는 185조5280억엔(약 2600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채권 투자가 161조8100억엔(약2250조원)에 달한다. 일본이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는 미국으로 채권 56조2920억엔어치를 매수했다.

이어 영국(13조엔),호주(8조엔) 등의 순이다. 만약 이 자금이 한꺼번에 빠지면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국가의 돈을 빌려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0)인 까닭에 국제 투자자들은 일본에서 싸게 돈을 빌려 러시아나 브라질,호주,한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올려왔다.

이 자금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경우(엔 캐리의 청산)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진 발생 이후 일본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일본 돈(엔화)의 가치가 오르는(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엔 캐리의 청산으로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경제를 침체로 이끄는 것만은 아니다.

피해복구와 재건노력에 따라 경제가 살아날 여지도 있다. 실제로 1995년 한신 대지진 이후 복구과정을 통해 일본의 GDP는 2% 이상 늘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행의 글렌 맥과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자연재해는 당장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중기적으로는 투자가 회복되면서 성장 발판이 마련되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국민들은 엄청난 재앙 속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대규모 자연재해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진은 왜 발생하고 원전은 과연 안전한지에 대해 4,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