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수쿠크가 뭐길래… '이자는 죄악' 이라고?
'수쿠크'(Sukuk)라고 불리는 이슬람 채권이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정부가 수쿠크 투자에 따라 얻는 수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법(조세특례제한법)을 고치겠다고 하자 종교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강력히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수쿠크에 대한 면세는 이슬람교에 대한 특혜라며 수쿠크 법안을 통과시키는 정치인에 대해선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수쿠크는 이자를 주고 받는 것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이자 대신 배당금 형태로 수익을 지급하는 이슬람 채권을 뜻한다.

사실상 돈을 빌리고 이자를 주는 채권이지만 발행 구조가 일반 채권과는 달리 아주 독특하다.

일반 채권은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돈의 액수, 돈을 갚을 날짜(만기),이자 등이 적힌 유가증권을 시장에 팔아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하지만 수쿠크는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채권을 직접 발행하지 않고 중간에 가공의 회사를 만들어 실물거래를 하는 것처럼 꾸며 투자자에게 투자수익을 지급한다.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한 율법을 피하기 위해 실물거래로 위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별도로 설립된 회사가 중간에 개입해 실물거래를 한다는 데서 발생한다.

별도로 설립된 회사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사고 팔때 취 · 등록세, 양도소득세,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수쿠크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금을 부담하게 되므로 이자 수입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수쿠크 발행을 위해 별도로 설립된 회사에 대해 취등록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세 형평성을 바로 잡고 오일달러를 많이 보유한 이슬람 투자자들로부터 우리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 주자는 의도이다.

그러나 기독교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이슬람에는 금융소득의 일정 비율을 자카트라는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토록 돼 있는데 수쿠크법이 통과되면 이슬람교의 포교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자선단체 기부금의 사용처가 분명하지 않고 테러 집단 후원금으로 흘러간다는 말도 있다고 항변한다.

한 대형 교회의 목사는 "대통령 퇴진 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슬람권 금융은 오일머니 축적 등에 힘입어 2000년대 들어 연 평균 15% 이상 성장,자산 규모가 2008년 기준 9510억달러에 이른다.

이슬람 지역에서 발행된 수쿠크 규모도 2001년 이후 2009년까지 1조5000억달러에 달했다.

수쿠크법 논란은 이자를 죄악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자는 사회의 악인가 아니면 발전의 원동력인가,종교(聖)와 정치(俗)간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4,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