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저축은행, 왜 한꺼번에 돈이 빠져나가지?
지난 20일 부산 중앙로.저축은행들이 몰려 있는 이곳은 아침 일찍부터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지난 17일 부산지역 최대 저축은행인 부산저축은행에 이어 19일 부산2저축은행마저 영업정지를 당하자 1만여명의 예금자들이 맡긴 돈을 찾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든 것이다.

대전의 대전저축은행,춘천의 도민저축은행,전남 광주와 목포의 보해저축은행,전북 전주의 전주저축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예금주인 박모씨(65)는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적게는 1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생계비로 저축한 노인들이 대부분"이라며 "당장 예금을 찾을 길이 없어 살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대규모 은행 예금인출 사태를 '뱅크 런(bank run)'이라고 한다.

뱅크 런은 예금자들 사이에 맡긴 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퍼질 때 발생한다.

은행들은 예금을 받으면 일부를 지급준비금으로 보관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1년 이상 장기 대출을 하게 된다.

따라서 예금주들이 자신이 예금한 돈을 인출하려고 한꺼번에 몰려오면 아무리 튼튼한 은행이라도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 지급불능 사태에 빠지고 만다.

어느 한 은행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면 예금주들이 다른 은행으로 달려가게 되므로 지급불능 사태는 은행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행의 이런 특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나라들은 개별 금융회사의 부실이 전체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번지지 않도록 예금보험제도를 운용한다.

예금과 이자의 일정액에 대해 정부가 지급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국내에선 은행이 망하더라도 예금자 1인당 한 금융회사에서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은 상환받을 수 있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은 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각 금융사별로 예금의 일정비율을 갹출하는 방식으로 걷는다.

예금보험제도는 뱅크 런을 억제시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고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일정액이긴 하지만 정부가 예금을 보장함으로써 예금주나 금융회사가 이를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뱅크 런은 1990년대 후반 한국을 강타한 외환위기와 그 뒤를 이은 금융회사 구조조정 당시에도 나타났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 미국과 유럽에서도 뱅크 런이 출현했다.

2008년 가을 미국에선 부실 은행들이 잇달아 문을 닫자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자금 인출 현상이 벌어졌으며 영국에서는 노던록,핼리팩스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HBOS) 등의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면서 역시 뱅크 런이 나타났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저축은행들이 무분별하게 대규모로 대출해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부동산 경기 냉각으로 부실화되면서 발생했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은 무엇이고 예금보험제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4,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