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납치범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선택은?
'인질의 안전을 위해 몸값을 주고서라도 납치범과 타협할 것인가. '

'인질이 희생될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행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인가. '

여러분이 삼호주얼리호 사태의 해결방안을 결정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납치범에게 주는 몸값이야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범죄자에게 벌이 아니라 보상을 주는 꼴이라서 충분한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게다가 납치범들이 '한국인 납치에 성공하면 언제나 거액의 몸값을 받아낼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문제도 생긴다. 사실 우리 정부는 국민의 희생을 막기 위해 소말리아 해적 납치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몸값을 지불하고 인질을 구했다.

그러나보니 소말리아 해적에게 한국 선박은 '봉'으로 인식됐고 몸값을 주고 인질을 구하는 소위 유화전략은 납치범들에게 한국인 납치를 허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납치 사태를 돈으로 해결하는 관행을 깨고 군사 작전을 통해 인질을 구출하려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현실은 액션 영화와는 다르다. 인질을 구하려다 도리어 많은 사람이 희생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고심을 거듭했다.

불법행위와 타협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싶지만 인질들이 희생될 가능성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더 이상 납치범들에게 휘둘릴 수 없다고 판단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거액의 몸값이라는 인센티브를 챙기기 위해 한국인 납치를 마음껏 자행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결단을 완벽한 작전으로 훌륭히 소화한 게 해군특수전요원(UDT/SEAL) 작전팀이다.

목숨을 걸고 무장 납치범들에 맞서 우리 국민을 무사히 구출한 이들은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할 만하다.

이번 사태가 터진 소말리아는 납치가 국가 비즈니스라고 할 만큼 악명이 높다.

1991년 무장군벌의 독재가 시작된 이후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이어졌고,이 과정에서 생계 기반을 잃은 어민들은 누구나 해적이 됐다.

인질을 잡아 거액을 챙길 수 있는 '납치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해적들이 기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소말리아에서 활동 중인 '해적기업'은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본거지인 아덴만은 인도양과 지중해를 이어주는 길목이라서 이 곳을 지나는 선박이 수없이 많다.

따라서 각국은 자국 선박을 보호하느라 해적과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인 인질이 희생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불법행위와 비타협' 원칙을 확고히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대테러 해상 인질구조작전을 계기로 범죄자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이번 작전의 의미,해적들의 납치 비즈니스에 대해 4,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 생글생글은 설 연휴를 맞아 다음주 휴간합니다. 생글280호는 2월 14일자로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