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들도 기업화 추세···북한의 도발도 일종의 납치극
[Cover Story] 납치로 인질 몸값 받아 먹고 사는 해적 국가 '소말리아'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을 통해 소말리아 해적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소말리아 앞바다의 해적 행위는 2008년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2004년 10건에 불과했던 민간선박 피랍은 2009년 217건으로 증가했다.

현재 한국의 금미305호를 비롯한 선박 27척과 400여명의 선원들이 소말리아 해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에게 인질 몸값으로 지불한 액수만 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991년 이후 소말리아는 무정부 상태

1960년 영국과 이탈리아의 분할 통치에서 벗어난 소말리아는 199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무장군벌의 독재 속에 끊임없는 내전에 시달렸다.

2005년 유엔 중재 아래 연방정부가 출범했지만 수도 모가디슈를 제외한 다수의 지역은 여전히 치안 불안이 이어지고 있고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소말리아의 내정 혼란은 외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으로 인한 자국 어장 황폐화의 빌미를 제공하는 단초가 됐다.

어장 황폐화는 생계 기반을 잃은 어민들을 해적으로 내몰았다.

결국 소말리아 해적 탄생의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소말리아 해적들의 본거지인 아덴만은 인도양과 지중해를 이어주는 길목이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서 출발한 선박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유럽에 이르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기도 하다.

세계 석유 운반선의 30%인 1만6000척이 한 해 동안 이곳을 오간다.

한국 선박도 연간 460여척이 이곳을 지난다. 해적들에겐 먹잇감이 널린 셈이다.

소말리아 해적은 화물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선원을 인질로 잡아 석방 대금을 현금으로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질의 억류 기간 중 발생한 숙식비와 선박 관리비까지 석방 대금에 포함해 청구한다.

2009년 11월 피랍된 그리스 초대형 유조선 마란 센타우루스호는 선원 18명의 몸값으로 700만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지금까지 해적에게 지불된 몸값으로는 가장 최대 액수다.

성공하면 최대 수백만달러를 챙길 수 있는 해적은 소말리아에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최고의 인기 직업이다.

이 때문에 소말리아 청년들이 자진해서 해적에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해적들도 갈수록 기업화

소말리아는 국민의 75%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해적 행위가 유일한 수입원으로 간주될 정도로 소말리아의 경제적 상황은 최악이다.

사실상 인질을 잡아다가 상품처럼 돈을 받고 풀어주는 '납치산업'이 가장 중요한 외화벌이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해적들의 진화도 눈부시다.

과거 고무보트를 타고 화물을 털어내던 '생계형' 소말리아 해적들은 위성전화와 지리정보시스템(GPS)으로 무장하고,선박과 선원을 납치해 받은 몸값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기업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말리아에는 현재 100여개의 '해적기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뜯어낸 몸값은 해적 장비를 첨단화하는 데 우선 쓰인다. 위성전화와 GPS 장비로 약탈 대상을 쫓고,기관총과 로켓포로 선박을 위협할 정도다.

먼 공해상에 커다란 모선을 띄워 놓고 작은 저인망 어선으로 갈아타 선박을 사냥한다.

이들이 해적으로 돌변해 배 위로 오르기까지는 15분도 걸리지 않는다.

또 몸값은 투자자와 해적들에게도 배당된다. 배당금은 투자금액과 위험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걸로 알려졌다.

납치 대상 선박에 제일 먼저 오르는 행동대원은 생명수당이 붙어 상당한 액수를 지급받는 식이다.

해적에 자금을 투자해 배당을 받는 '해적펀드'가 성행하는 이유다.

2008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인류 역사상 10대 해적의 하나로 꼽았을 정도도 소말리아 해적의 악명이 높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소말리아 해적들로 인해 인근 국가들의 '해적 산업'도 번창하다.

케냐 일간 데일리네이션은 최근 케냐 기업들이 인도양에서 활동하는 소말리아 해적들로부터 법률자문,컨설팅,몸값운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소말리아 해적들은 뜯어낸 몸값을 케냐의 부동산 및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세계는 해적과 전쟁 중

해적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위험 해역을 통과할 때 군함의 호송을 받는 것이다.

2009년 3월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는 한 달에 4~5차례씩 아덴만을 지나는 국내 선박들(10~12척 내외)을 호송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그러나 일정이 맞지 않아 독자적으로 항해해야 하는 선박이 압도적으로 많다.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한국 선박 925척 중 청해부대의 호송을 받은 선박은 120척으로 13%에 불과했다.

현재 소말리아 해역에서 퇴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군함은 50여척에 달한다.

미국이 가장 많이 파견했으며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이 3척,태국이 2척,일본은 군함 2척과 초계기 2대를 파견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청해부대 소속 군함 1척만 파견한 상태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날뛰면서 소말리아 인근 해역을 지나는 선박 보험료도 급등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아덴만을 통과하는 선박의 보험료가 10배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선박을 경호하는 할로포인트,블랙워터 등 민간군사기업(PMC · Private Military Company)도 신바람이 났다.

이들은 헬리콥터와 무장 병력을 태운 배를 동원해 소말리아를 지나는 선박을 호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은 직접 해적을 퇴치하기 위해 '보험회사 해군'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상선보험의 14%를 점유하고 있는 영국 자딘로이드톰슨(JLT)사는 쾌속선 20척과 무장 병력으로 무장,사고가 잦은 해역에서 독자적인 작전을 펴겠다는 계획을 마련 중이다.

해군 창설 비용만 약 1000만파운드(180억원)에 이르지만 동종 보험사와 해운업체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 북한 도발도 일종의 해적질

일각에선 북한의 테러 수출도 해적질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사일 등 무기 수출이나 핵무기 개발 협력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 역시 인질들로부터 몸값을 뜯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북한은 이란과 시리아에 미사일 기술을 수출하면서 중동지역 무기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란과 시리아는 북한의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한 미사일을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세력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미사일의 고객은 이란과 시리아를 비롯해 이집트 우간다 예멘 스리랑카 등이었으며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 등도 무기를 운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화물선의 이동 경로로 꼽혔다.

이 밖에도 북한은 독일과 홍콩,일본의 우량 금융기관 계좌를 활용해 버젓이 부품대금 및 미사일 판매 대금을 주고 받으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를 비켜갔다.

남북 정상회담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거나 천안함을 폭침하는 등도 체제유지를 위한 자금을 노린 납치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높아가고 있다.

강경민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