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예측기준이 다르거나 유가·환율등 변수가 많기 때문
한 나라의 경제활동 수준은 매년 변한다.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은 기술진보와 자본축적 등에 힘입어 전년보다 늘어나는게 정상이지만 때론 기업이 만들어낸 상품이 다 팔리지 않아 생산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시장경제에서 경제 각 부문의 평균적인 상태,즉 경기는 끊임없이 변동한다.

정부와 경제연구소들은 국민경제의 총체적인 활동 수준인 경기가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이며 이를 예측하는 자료를 내놓는다.

각 경제주체들은 이같은 경기전망에 맞춰 경제정책이나 경영방침,생활태도를 정하게 된다.

경제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정부는 돈을 풀거나 금리를 내리고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축소하며,가계는 씀씀이를 줄인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것으로 전망되면 정부는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거나 금리를 올리고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며,가계는 소비를 늘리려 할 것이다.

하지만 경기전망은 맞을 때보다 틀릴 때가 더 많다.

그만큼 경기를 내다보는 게 어렵다는 뜻이다.

⊙ 지난해 경제전망 낙제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9년 12월 경제전망 자료에서 2010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5.5%로 예측했다.

기획재정부가 5.0%,한국은행(한은)이 4.6%,금융연구원이 4.4%를 각각 제시했고 민간 경제연구소 중에서는 LG가 4.6%,현대 4.5%,삼성이 4.3%의 수치를 내놨다.

지난해 성장률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각종 지표를 토대로 볼 때 연간 6.0~6.2% 수준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은이나 금융연구원,민간연구소가 전망한 성장률과 실제 성장률 간엔 무려 최고 2%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사실상 낙제점인 셈이다.

KDI가 실제 성장률에 가장 근접한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역시 차이가 크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이처럼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늘어난 데 따른 것이지만 한은이나 경제연구소들로선 면목이 없게 됐다.

2001년 하반기에도 대부분의 국내 연구소들은 다음 해인 2002년에 한국 경제가 3%대의 저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2002년 실제 성장률은 전망치의 두 배에 가까운 6.3%였다.

2003년에는 정반대로 연구소들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5%대 후반이었으나 실제 성장률은 3.1%로 곤두박질쳤다.

⊙ 경기 전망이 어려운 이유

왜 경기전망은 이처럼 자주 빗나가는 걸까. 경기는 일반적으로 확장(expansion)→후퇴(recession)→수축(contraction)→회복(recovery) 과정을 반복한다.

이를 경기순환(business cycle)이라고 부른다. 불황(depression)은 경기 수축이 심각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다는 것은 생산 투자 소비 등이 통상 기대하는 평균 수준 이상으로 활발한 경우를 뜻한다.

하지만 경기순환이라는 말이 경기변동이 규칙적이고 예측가능한 패턴을 보인다는 뜻은 아니다. 과거의 경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실제 경기변동은 전혀 규칙적이지 않으며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KDI 관계자는 "경기전망은 일종의 종합예술과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기를 전망하는 덴 크게 두 가지 단계를 거친다. 우선 계량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계량모형이란 쉽게 얘기하면 일종의 연립 방정식이다. 환율,유가 등 대외 변수들과 소비,투자 등 대내 변수들의 전망치를 대입하면 내년도 국내총생산(GDP)이 얼마인지,물가상승률이 얼마인지가 계산돼 나오는 모형이다.

따라서 경기전망을 하려면 계량모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미시분석을 통해 계량모형에 대입할 각종 변수들에 대한 전망치를 작성해야 한다.

대외 변수로는 △환율 △주요국 경제성장률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등 세 가지가 중요하다.

대내 부문에서는 △소비 △투자 △수출입 △고용 △물가 등이 주요 변수다.

한은 관계자는 "정확한 경기전망을 위해선 계량모형도 모형이지만 미시변수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시분석을 통해 각종 변수들에 대한 전망치가 나오면 이들 변수를 계량모형에 대입해 내년도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실업률 등의 각종 전망치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경제전망이 종종 틀리는 이유는 뭘까.

먼저 예측 모형 자체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 경제 · 산업구조와 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예측 모형이 과거의 경제 구조를 바탕으로 구성돼 있으면 아무리 정밀하게 계산을 하더라도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환율,유가를 정확히 예상하기가 힘들다.

이들 두 변수는 세계 각 나라의 경제 상황이나 각종 돌발사건,막대한 투기자금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이들의 변동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환율이나 유가가 조금만 출렁거려도 경제 상황이 크게 변하게 된다.

세계 경제,특히 중국이나 미국 등의 경제가 예상을 빗나가도 한국 경제 전망이 틀려지게 된다.

다음으로 계량모형으론 반영이 안되는 비경제적인 요소들도 만만치 않게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선거나 자연재해,월드컵 개최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경제연구소들은 이같은 변수들이 과거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서 경기전망에 반영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 변화도 주요 변수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경기 흐름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많은 불확실성에도 불구,경기전망이 자주 크게 빗나가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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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흐름을 알려주는 한국의 그린북과 미국의 베이지북

세계 각국 정부는 정기적으로 경기흐름을 분석한 경제동향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 자료는 현재 경기가 어떤지를 판단하게 해주는 중요한 자료다.

기업이나 투자자들은 이 자료를 보고 정부가 금리를 올릴 것인지 내릴 것인지 또는 재정 지출을 늘릴 것인지 줄일 것인지를 전망하고 생산이나 투자를 결정한다.

대표적인 경제동향 보고서로는 그린북과 베이지북을 꼽을 수 있다.

그린북(Green Book)은 기획재정부가 국내외의 경기흐름을 분석한 것으로 2005년 3월4일 이후 매달 발행되고 있다.

민간소비 · 설비투자 · 건설투자 · 수출입 등 지출부문과 산업생산 · 서비스업 활동 등 생산부문,고용 · 금융 · 국제수지 · 물가 · 부동산 등 총 12개 분야로 구성된다.

베이지북(Beige Book)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매년 8회 발표하는 경제동향 보고서다.

필라델피아 시카고 뉴욕 클리블랜드 등 12개 지역 연준이 각 지역경제를 조사 · 분석한 것을 모은 것이다.

산업생산뿐만 아니라 부동산,고용 시장 동향도 포함돼 있다.

세계의 투자자들이 베이지북에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경기동향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뿐더러 이 보고서가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결정 기초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베이지북에서 미 경기가 침체라고 판단했다면 FOMC가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경기가 과열이라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