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시장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진화한다
"자본주의(시장경제)를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다.

기업이 창조하는 새로운 소비재나 생산 · 수송 방법,새로운 시장은 끊임없이 낡은 구조를 파괴하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낸다. "

20세기 대표적 경제학자로 꼽히는 조지프 슘페터는 일찌기 '혁신이 시장경제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시장경제는 평탄한 대로를 걷듯이 성장하는 게 아니라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끓임없는 싸움을 통해 갈등을 겪으면서 발전한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혁신은 주로 기업가들의 몫이다. 기업가들은 남이 하지 않던 방법으로 생산을 해본다든가,전혀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든가 혁신을 시도한다. 혁신이 성공하면 기업에는 초과이윤이라는 큰 보상이 주어진다.

반면 혁신을 외면한 채 안주하는 기업이라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해 결국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만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는 것처럼 시장경제 발전 과정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대표적인 것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의 퇴출로 인한 일자리 소멸이다. 혁신이 새 시장과 상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낡은 시장과 낡은 상품을 만드는 기업의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19세기 영국의 기계파괴 운동(러다이트 운동)처럼 일자리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관련 종사자들의 엄청난 저항이 뒤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갈등을 극복하면서 경제는 발전하고 인간 삶의 질은 높아져 왔다.

최근 영세 상인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롯데마트 '통큰 치킨' 판매와 관련,롯데의 치킨 판매가 골목상권을 죽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포화 상태인 치킨 시장에까지 대기업이 끼어들면 중소 상인들은 설자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 역시 시장경제 발전 과정을 간과한 것이다.

즉 시장을 정태적(靜態的)으로 보는 데서 오는 오류다. 현실에서 시장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커가기도 하고 쪼그라들어 사그라지기도 한다.

'통큰 치킨' 반대자들이 내세운 또다른 논리는 대기업이 일단 시장을 장악해 독점하면 가격을 멋대로 올려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거대 자본은 혁신을 바탕으로 탄생했으며,이들의 독점 과정에서 시장 가격이 하락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새로운 시장(블루오션)을 개척해 초과이윤을 얻으려는 것이 기업들의 속성이다.

블루오션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느냐에 달려 있다.

혁신이 일어나면 새로운 상품과 산업,서비스의 출현으로 인해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도 창출된다.

시장경제는 어떻게 발전하고 진화해 나가는지,독점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등에 대해 4,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