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기업가는 '창조적 파괴자' 혁신이 시장경제 발전 이끈다
"자본주의(시장경제)의 엔진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근본적인 추동력은 기업이 창조하는 새로운 소비재,새로운 생산이나 수송 방법,새로운 시장,새로운 형태의 산업 조직에서 비롯한다.

이 추동력은 끊임없이 낡은 구조를 파괴하고 새로운 구조를 창조한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

영국의 케인스와 함께 20세기 대표적 경제학자로 꼽히는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이 시장경제의 원동력'이란 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슘페터는 혁신을 의미하는 자신의 독창적인 개념으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제시했다. 혁신,즉 창조적 파괴가 어떻게 시장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 자본주의는 창조적 파괴에 나서는 기업에 보상

자본주의는 재화와 용역의 생산량을 계속 확대시키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따금 경기 침체가 있긴 했지만 자본주의 생산 양식은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지속적인 고도 성장을 가져왔다.

게다가 이런 성장의 결실은 엘리트 집단에만 돌아간 게 아니었다.

높은 생산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본주의 이전 시기의 왕조차 누리지 못한 생활 수준을 향유할 수 있게 했다.

자본주의가 이처럼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자본주의의 보상 구조에 있다.

자본주의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거나,그것을 사업화시키는 사람에겐 초과이윤이라는 보상이 주어진다.

이 얘기를 좀 더 경제학적으로 따져보자.슘페터(1883~1950)가 등장한 시절에 경제학의 주류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한계주의(限界主義)였다.

한계주의에 따르면 재화의 가격은 그 재화의 한계효용에 연계돼 있으며 생산요소의 가격도 그 요소의 한계생산력과 관계가 있다.

한계학파는 장기적으로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되면 가격은 한계비용을 충당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고,그러한 균형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슘페터는 한계학파가 설명한 균형이 지속될 수 없다고 했다.

기업이 한계비용 수준의 가격을 받아선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계비용 수준의 가격은 가변비용을 충당하는 정도라서 고정비용을 만회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슘페터는 바로 그런 한계상황에서 기업은 생존을 위해 과감한 자기변신,즉 혁신이라고 불리는 창조적 파괴에 나서게 된다고 역설했다.

⊙ 기업가가 창조적 파괴를 주도해 시장경제를 발전

모든 의사결정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예측 가능한 위험은 보험을 이용해 완화시킬 수 있지만,불확실성은 그게 쉽지 않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선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기업에선 그 사람이 바로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기업가이다.

남이 하지 않던 방법으로 생산한다든가,전혀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든가,새로운 자원을 탐사한다든가 하는 혁신적인 시도는 성공하면 초과이윤의 보상이 주어지지만,실패하면 그 기업이 회생불능의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한계학파의 균형상태가 지속되면 기업은 도산이냐,생존이냐의 한계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은 기업가로 하여금 창조적 파괴를 시도해 생존을 모색하게 만든다.

항상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과 기업가의 새로운 시도가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특히 기업가는 불완전한 정보와 불확실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와 모험심으로 창조적 파괴를 주도해 자본주의를 발전시킨다.

혁신은 자본주의 경기변동과도 관계가 있다.

슘페터는 기업가에 의해 주도되는 기업의 혁신이 확산될 때 경기가 호황국면에 진입하고,그런 혁신이 보편화돼 더 이상 혁신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하지 못할 때 경기 불황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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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공개는 시장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
[Cover Story] 기업가는 '창조적 파괴자' 혁신이 시장경제 발전 이끈다
'통큰 치킨'의 여파가 원가 문제로 번졌다.

치킨 값이 너무 비싸니까 원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원가 문제는 4년 전에도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였다. 당시엔 아파트 분양 원가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처럼 자주 문제가 되는 원가에 대해선 오해가 있다.

그 오해는 바로 '시장의 적정 가격은 원가에 적정한 이윤을 붙인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가격은 원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수요 ·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가는 결국 소비자들이 결정한다.

물론 소비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높은 가격을 수용해야 할 경우도 있다.

태풍이나 산사태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서 생필품이 공급되지 못하는 지역이 생겼다면 그 지역 주민들의 급박한 상황을 악용해 폭리를 취하는 상인이 있을 수 있다.

그 상인이 폭리를 취하기 위해 새로운 공급자의 진입을 막는다면 그것은 불공정거래 차원에서 다뤄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보장되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가격이 높다고 해서 원가를 낱낱이 공개토록 하고,그 원가에 더할 수 있는 이윤의 한도를 정하는 것은 시장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원가를 공개시켜 초과이윤을 얻지 못하게 한다면,그것은 기업이 혁신하려는 유인을 없애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건설사들은 비용이 적게 들면서 질이 좋은 시멘트,목재,철근 등의 원자재를 확보하고,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신공법을 개발하려고 애쓰는 게 시장의 원리이다.

원가 공개와 이윤의 한도 설정은 기업들이 그런 노력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시장에서 수요 ·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을 통제하거나,가격결정을 방해하면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못해 각종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00년대 초 미국 뉴욕의 주택 임대 시장이다.

당시 뉴욕시는 저임금 근로자를 위해 슬럼가의 주택 임대료를 통제했다. 그러자 저임금 근로자의 주거 환경이 더욱 악화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경제학 교과서에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임대료가 통제되면 낮은 임대료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져 건물 신축이 감소한다.

또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세를 놓으려 하지 않아서 임대주택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불법적으로라도 웃돈을 줘가며 집을 빌리려 한다.

게다가 세를 놓는 사람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대주택의 유지와 보수에 투자하지 않아 주택의 질이 떨어진다.

그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정부가 임대료를 통제해 보호하려고 했던 저소득 근로자들이다.

그들은 더 비좁고 형편없는 주택에 살면서 더 많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