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치킨점 반발로 판매 중단하자 소비자들 "값싼 치킨 먹을 권리 왜 빼앗나"
롯데마트가 "1년 내내 5000원에 팔겠다"던 프라이드 치킨 상품 '통큰 치킨'(900g)의 판매를 지난 16일 중단했다.
지난 9일 전국 82개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영세 치킨업주의 생존권 침해' 논란을 촉발시킨지 1주일 만이다.
이해 당사자인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강한 반발과 연일 쏟아진 정치권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비판에 굴복한 모양새다.
대형마트가 자체적으로 기획,생산해 저가에 내놓은 PB(자체상표) 상품 판매가 외부 압력으로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판매 기간 내내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동시에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통큰 치킨'은 판매 중단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값싼 치킨을 먹을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정치권과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치킨업주 단체들은 '동네 치킨의 가격 적정성' 논란을 일으킨 롯데마트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 '소비자 열광적 호응 vs 영세업자 거센 반발'
'통큰 치킨'은 롯데마트가 7개월여간 준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올 4월부터 월 2회 진행한 치킨 할인 행사를 통해 가격(3980~6980원)과 용량(600~900g)을 다양하게 테스트했고 사전 발주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서민들이 즐겨 먹는 프라이드 치킨 가격을 기존에 롯데마트에서 팔던 상품(7980원)보다 2980원 싸고 치킨전문점의 3분의 1 수준인 5000원,용량은 100~200g 더 나가는 900g에 내놨다.
또 경쟁사인 이마트가 지난 7월부터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는 '이마트 피자'에 맞불을 놓는 '저마진 기획상품'으로 대대적인 광고,홍보 전략을 폈다.
'통큰 치킨' 판매가 시작되자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한 마리에 1만2000~1만8000원 하는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가격은 훨씬 싸고 중량도 20~30% 많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았고 개점 한두 시간 만에 하루 판매물량이 동났다.
반면 치킨업체들의 반발도 거셌다. 동네 치킨가맹점의 이익을 대변하는 프랜차이즈협회와 치킨오리외식산업협의회 관계자들은 '통큰 치킨' 판매 전날인 지난 8일부터 롯데마트 영등포점에 모여 판매 중단을 촉구하며 연일 시위를 벌였다.
조동민 프랜차이즈협회 부회장은 "'통큰 치킨'은 치킨 소상공인들을 다 죽이는 미끼 상품"이라며 "수많은 치킨 점주들이 이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아 생계를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마트는 '이마트 피자'로 대형마트가 서민형 업종에 뛰어들어 동네 피자가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논란이 일던 상황에서 '통큰 치킨' 출시에 대해 치킨업체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판매 초기만 해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통큰 치킨'은 배달해주지 않고,방문고객에게만 판매하며 튀기는 시간 등을 감안해 점포별로 하루 평균 300마리밖에 팔 수 없는 한계가 있어 원하는 시간에 콜라,치킨 무,할인쿠폰,각종 소스 등을 함께 배달해주는 기존 치킨업소와는 다르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롯데마트뿐 아니라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들이 기존에 6980~7980원에 팔던 프라이드 치킨의 값을 대량 주문과 사전 발주시스템,저마진 등으로 낮췄을 뿐이며 치킨판매업에 새로 뛰어든 것은 아니어서 동네 치킨가맹점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 정부도 가세
하지만 '통큰 치킨' 출시에 따른 사회적 파장은 롯데마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청와대 관계자와 정치권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튀김 닭의 원가가 62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롯데마트가 마리당 1200원 손해보고 판매하는 건데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매일 600만원씩 손해 보면서 닭 5000마리 팔려고 영세업자 3만여명의 원성을 사는 걸까"라며 롯데마트를 겨냥했다.
한나라당 서민특위 대변인인 이종혁 의원은 "대기업일수록 사회적 약자에게 주름 가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고,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대기업이 오직 경제적 논리만 내세우면서 골목상권을 죽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통큰 치킨'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도 "불공정행위로 보기 어렵다"에서 "불공정 여부를 예의주시하겠다"로 미묘하게 바뀌었다.
미끼상품을 앞세워 영세 치킨점을 죽이려는 불공정행위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협회가 롯데마트를 공정위에 제소하겠다는 예고도 이어졌다.
롯데마트는 결국 "당사의 애초 생각과는 달리 주변 치킨가게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 통큰 치킨의 판매를 중단한다"며 백기를 들었다.
정부가 대 · 중소기업 동반 성장 정책을 주요 기조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영세 상인의 생계형 사업까지 침해한다'는 시선과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유통전문가들은 '통큰 치킨' 논란의 본질을 지난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양상처럼 소비자의 이익을 앞세운 대형 유통업체와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는 중소상인들이 정면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과 영세상인들의 마찰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롯데슈퍼,홈플러스익스프레스,GS수퍼마켓 등 SSM업체들이 점포 수를 급격히 늘리자 동네 슈퍼 등 중소 상인들은 '골목상권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대형마트가 신규로 점포를 낼 때마다 재래시장 등 기존 지역 상인들과 충돌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어느 경우나 중소 상인들은 "지역 상인들을 몰락시켜 동네상권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주장하고,대형 유통업체들은 "유통구조 개선과 현대화된 판매시설로 양질의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을 값싸게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켜 준다"고 맞선다.
결국 '친서민 정책'을 주요 기조로 삼는 정부와 정치권은 영세 상인의 편을 들어 지난달 국회에서 대형마트와 SSM을 규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 혁신을 부정하면 경제는 후퇴
소비자 권익이냐 영세 사업자 보호냐는 역사적으로도 반복되는 이슈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보다 편리하고 값산 신제품이나 발명품이 등장할 경우 기존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사업자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밀리는 영세 사업자를 과보호하게 되면 발명이나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새로운 혁신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업종의 사업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더욱이 갑작스러운 시장의 변화로 영세 사업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면 자칫 사회 혼란이 올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혁신을 막는 것이 아니라 퇴출 대상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하거나 전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월마트의 성장 과정에서 중소유통업체와 월마트 간에 큰 분쟁이 생겼다.
그러나 월마트는 미국이 1990년대 큰 호황을 누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월마트의 혁신이 미국 유통산업을 바꾸어 놓았고 이것이 미국 경제의 도약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호황 덕분에 미국은 낮은 실업률과 높은 성장을 유지했다.
송태형 한국경제신문 기자 toughlb@hankyung.com
지난 9일 전국 82개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영세 치킨업주의 생존권 침해' 논란을 촉발시킨지 1주일 만이다.
이해 당사자인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강한 반발과 연일 쏟아진 정치권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비판에 굴복한 모양새다.
대형마트가 자체적으로 기획,생산해 저가에 내놓은 PB(자체상표) 상품 판매가 외부 압력으로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판매 기간 내내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동시에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통큰 치킨'은 판매 중단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값싼 치킨을 먹을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정치권과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치킨업주 단체들은 '동네 치킨의 가격 적정성' 논란을 일으킨 롯데마트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 '소비자 열광적 호응 vs 영세업자 거센 반발'
'통큰 치킨'은 롯데마트가 7개월여간 준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올 4월부터 월 2회 진행한 치킨 할인 행사를 통해 가격(3980~6980원)과 용량(600~900g)을 다양하게 테스트했고 사전 발주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서민들이 즐겨 먹는 프라이드 치킨 가격을 기존에 롯데마트에서 팔던 상품(7980원)보다 2980원 싸고 치킨전문점의 3분의 1 수준인 5000원,용량은 100~200g 더 나가는 900g에 내놨다.
또 경쟁사인 이마트가 지난 7월부터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는 '이마트 피자'에 맞불을 놓는 '저마진 기획상품'으로 대대적인 광고,홍보 전략을 폈다.
'통큰 치킨' 판매가 시작되자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한 마리에 1만2000~1만8000원 하는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가격은 훨씬 싸고 중량도 20~30% 많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았고 개점 한두 시간 만에 하루 판매물량이 동났다.
반면 치킨업체들의 반발도 거셌다. 동네 치킨가맹점의 이익을 대변하는 프랜차이즈협회와 치킨오리외식산업협의회 관계자들은 '통큰 치킨' 판매 전날인 지난 8일부터 롯데마트 영등포점에 모여 판매 중단을 촉구하며 연일 시위를 벌였다.
조동민 프랜차이즈협회 부회장은 "'통큰 치킨'은 치킨 소상공인들을 다 죽이는 미끼 상품"이라며 "수많은 치킨 점주들이 이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아 생계를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마트는 '이마트 피자'로 대형마트가 서민형 업종에 뛰어들어 동네 피자가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논란이 일던 상황에서 '통큰 치킨' 출시에 대해 치킨업체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판매 초기만 해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통큰 치킨'은 배달해주지 않고,방문고객에게만 판매하며 튀기는 시간 등을 감안해 점포별로 하루 평균 300마리밖에 팔 수 없는 한계가 있어 원하는 시간에 콜라,치킨 무,할인쿠폰,각종 소스 등을 함께 배달해주는 기존 치킨업소와는 다르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롯데마트뿐 아니라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들이 기존에 6980~7980원에 팔던 프라이드 치킨의 값을 대량 주문과 사전 발주시스템,저마진 등으로 낮췄을 뿐이며 치킨판매업에 새로 뛰어든 것은 아니어서 동네 치킨가맹점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 정부도 가세
하지만 '통큰 치킨' 출시에 따른 사회적 파장은 롯데마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청와대 관계자와 정치권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튀김 닭의 원가가 62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롯데마트가 마리당 1200원 손해보고 판매하는 건데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매일 600만원씩 손해 보면서 닭 5000마리 팔려고 영세업자 3만여명의 원성을 사는 걸까"라며 롯데마트를 겨냥했다.
한나라당 서민특위 대변인인 이종혁 의원은 "대기업일수록 사회적 약자에게 주름 가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고,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대기업이 오직 경제적 논리만 내세우면서 골목상권을 죽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통큰 치킨'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도 "불공정행위로 보기 어렵다"에서 "불공정 여부를 예의주시하겠다"로 미묘하게 바뀌었다.
미끼상품을 앞세워 영세 치킨점을 죽이려는 불공정행위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협회가 롯데마트를 공정위에 제소하겠다는 예고도 이어졌다.
롯데마트는 결국 "당사의 애초 생각과는 달리 주변 치킨가게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 통큰 치킨의 판매를 중단한다"며 백기를 들었다.
정부가 대 · 중소기업 동반 성장 정책을 주요 기조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영세 상인의 생계형 사업까지 침해한다'는 시선과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유통전문가들은 '통큰 치킨' 논란의 본질을 지난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양상처럼 소비자의 이익을 앞세운 대형 유통업체와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는 중소상인들이 정면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과 영세상인들의 마찰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롯데슈퍼,홈플러스익스프레스,GS수퍼마켓 등 SSM업체들이 점포 수를 급격히 늘리자 동네 슈퍼 등 중소 상인들은 '골목상권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대형마트가 신규로 점포를 낼 때마다 재래시장 등 기존 지역 상인들과 충돌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어느 경우나 중소 상인들은 "지역 상인들을 몰락시켜 동네상권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주장하고,대형 유통업체들은 "유통구조 개선과 현대화된 판매시설로 양질의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을 값싸게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켜 준다"고 맞선다.
결국 '친서민 정책'을 주요 기조로 삼는 정부와 정치권은 영세 상인의 편을 들어 지난달 국회에서 대형마트와 SSM을 규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 혁신을 부정하면 경제는 후퇴
소비자 권익이냐 영세 사업자 보호냐는 역사적으로도 반복되는 이슈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보다 편리하고 값산 신제품이나 발명품이 등장할 경우 기존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사업자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밀리는 영세 사업자를 과보호하게 되면 발명이나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새로운 혁신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업종의 사업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더욱이 갑작스러운 시장의 변화로 영세 사업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면 자칫 사회 혼란이 올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혁신을 막는 것이 아니라 퇴출 대상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하거나 전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월마트의 성장 과정에서 중소유통업체와 월마트 간에 큰 분쟁이 생겼다.
그러나 월마트는 미국이 1990년대 큰 호황을 누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월마트의 혁신이 미국 유통산업을 바꾸어 놓았고 이것이 미국 경제의 도약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호황 덕분에 미국은 낮은 실업률과 높은 성장을 유지했다.
송태형 한국경제신문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