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국가 최초로 월드컵을 유치하게 된 카타르에 대한 관심이 높다.
[Global Issue] 카타르, 2022년 월드컵 유치…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역발상’의 승리
카타르는 지난 3일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에서 한국과 미국 등 쟁쟁한 경쟁국들을 따돌리고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중동국가 간의 평화와 모든 경기장의 에어컨 설치라는 공약이 FIFA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반면 카타르의 낙점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적지않다.

좁은 영토와 적은 인구,폭염,검증이 덜 된 경기장 냉방계획 등이 그 이유다.

그러나 카타르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월드컵 유치를 자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효과'로 카타르가 중동의 차기 비즈니스 허브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는다.

⊙ 역발상으로 전세역전

아라비아 반도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카타르는 인구 170만명의 작은 나라다.

면적(1만1437㎢)은 경기도와 비슷한 크기에 불과하다.

18세기까지 이슬람 왕족의 통치를 받았으나 1916년 특별조약으로 영국의 보호령이 됐다.

이후 1971년 바레인과 함께 독립한 뒤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되자 세계 축구계는 깜짝 놀랐다.

1차에서 호주,2차 일본,3차 한국이 차례로 탈락한 가운데 4차 결선 투표 상대는 가장 강력한 후보인 미국이었다.

정치 경제적 영향력뿐 아니라 막강한 스폰서,5개 후보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 보장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한 조건이었다. '골리앗을 상대로 거둔 다윗의 승리'(로이터통신)라는 말까지 나왔다.

단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바꿔버린 역발상 승부수가 효과를 발휘했다.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6월 카타르의 평균 기온은 섭씨 50도를 웃돈다.

게다가 국토가 워낙 좁아 경기장을 다 지을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집행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끌어냈다. 좁은 면적은 경기장이 몰려 있어 이동이 편하다는 논리로 공략했다.

카타르는 유치 제안서에 "12개 경기장이 반경 25~30㎞에 집중돼 있어 하루에 2경기를 볼 수도 있다"며 홍보했다.

더운 날씨에 대한 우려는 "경기장에 에어컨을 설치해 온도를 27도 정도로 유지하겠다"는 기상천외한 공약으로 돌파했다.

천연가스와 원유가 풍부한 카타르의 오일머니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든 약속이었다.

여기에 중동 평화와 사상 첫 중동 월드컵 개최라는 명분까지 더해지면서 최근까지 가장 유력한 개최국으로 여겨졌던 미국을 제치고 막판 대역전극을 일구는 데 성공했다.

⊙ "돈으로 월드컵 티켓 샀다" 비판도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미국은 카타르에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월드컵을 치르기에 문제가 많은 카타르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표를 끌어모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카타르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3위이며,지난해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2만달러에 달해 전 세계 상위 5위 안에 든다.

앞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내년에는 2011 아시안컵을 개최할 수 있게 된 것도 막대한 자금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FIFA 집행위원들은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하다" "더러운 돈(오일 머니)으로 월드컵을 치르다니 충격"이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또 "카타르의 여름날씨는 뜨거운 오븐 안에 머리를 집어넣는 것과 같다"며 "에어컨을 틀 게 아니라 경기장 전체를 냉장고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타르가 투표를 매개로 집행위원인 훌리오 그론도나 아르헨티나 축구협회(AFA)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카타르축구협회가 그론도나 회장에게 카타르를 도와달라는 의미로 7840만달러(900억원)를 건넸다"고 보도했다.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 홍보대사로 활동한 프랑스의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도 카타르로부터 1500만달러(170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월드컵은 대형 맥주회사들의 후원을 받는 대회"라며 "이슬람 문화권이기 때문에 술을 일절 팔지 않는 카타르에서 어떻게 월드컵을 열 수 있는가"라며 아랍국가와 월드컵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말한 뒤 "미국이 이번에는 월드컵을 유치할 것으로 확신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중동 비즈 허브' 노려

카타르는 이 같은 논란을 패자의 좌절감으로 일축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레미 로와니 카타르 상공회의소 회장은 "카타르에 표를 던진 이들은 중동에 표를 던진 것"이라며 "카타르는 현재 기회의 땅으로 월드컵 개최국이 돼야 할 수많은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타르는 3개의 경기장을 리모델링하고 냉방시설을 갖춘 9개의 경기장을 신축하는 데 모두 40억달러(4조6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현재 5만개의 호텔 객실을 9만5000개로 늘리고 신공항 건설,항만 확장 등 월드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모두 429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월드컵 유치국이 전통적으로 겪어온 사업비 문제는 자원 부국인 카타르에는 큰 고민거리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 경제는 월드컵 유치 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보인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다시 기록할 것으로 예견돼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카타르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6%에 이를 것이며,내년엔 18.6%를 기록할 전망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내년도 카타르의 GDP 증가율을 20.8%로 내다봤다.

월드컵 유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온 카타르 경제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장 건설과 교통 전기 수도 등 인프라 구축,관광 활성화로 전례 없는 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크베르 칸 알 라이얀 인베스트먼트 책임자는 "카타르 정부가 월드컵 개최를 위해 경기장 건설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며 "이로 인해 은행,부동산,건설 관련 업체들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힘 라즈갈라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카타르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등을 제치고 중동 지역의 '비즈니스 허브'로 떠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5일 카타르 증시는 전날보다 3.6% 오른 8477.32로 마감,2008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유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