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세습 · 경제파탄으로 인한 사회 불만을 밖으로 돌리려는 술책
[Focus] 앗! 이럴수가··· 북한은 왜 연평도를 포격했나?
천안함 폭침 사태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북한은 연평도 불법 무력도발로 다시 한번 우리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이번 북한의 불법 도발은 북한이 즐겨 쓰는 '벼랑 끝 전술'의 일환으로 핵과 미사일을 통한 위기조성이 여의치 않자,국지적인 무력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북한은 미국 및 한국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대내적으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의 과정에서 불안한 체제를 결속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무자비한 군사 공격으로 소중한 생명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도발을 자행한 배경과 우리의 대응 방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군인과 민간인을 희생시킨 불법 도발

북한이 불법 화력도발 조짐을 보인 것은 23일 오전부터였다.

북한은 오전 8시20분에 우리 군이 일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해상사격훈련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전통문을 보내왔다.

북한군이 처음 무력도발을 시작한 시간은 이날 오후 2시34분부터다. 연평도 곳곳에 마치 소나기 같은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 군이 훈련을 위한 사격을 한 지 1시간 만이다.

포탄이 떨어지는 곳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포탄 파편을 맞은 군인과 민간인들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고,군부대와 민가에는 시커먼 불길이 솟아올랐다.

북한군은 2시55분까지 21분 동안 연평도에서 약 14㎞ 떨어진 서해 개머리 해안포 기지에서 연평도 방향으로 50여발의 포탄을 발사했다.

우리군은 북한군의 공격을 받은 지 13분 만에 K-9 자주포 80여발의 대응사격을 가했다.

오전 10시부터 매달 실시되는 정기 사격 훈련을 하던 연평부대 자주포들은 포문을 북쪽으로 돌려 우선 가까운 무도의 적 포 진지를 향해 일제 포격을 실시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 직후인 오후 2시50분 최고 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진돗개'는 적 침투가 예상되거나 침투했을 때 또는 무장한 병사가 탈영했을 때 발령되는 출동준비 및 전투준비태세로 '진돗개 하나'는 가장 강력한 준비태세단계다.

북한군은 잠시 사격을 중단했다가 오후 3시10분부터 다시 포격을 재개했다. 북한의 도발로 해병대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희생됐다.

⊙ 핵과 미사일은 벼랑 끝 전술의 주요 수단,국지적 무력 도발은 보조 수단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이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핵과 미사일에다 국지적인 무력 도발을 추가해 위기 조성의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많았다는 얘기다.

북한은 지난해 4월5일 장거리 로켓 발사와 5월25일 2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벼랑 끝 전술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런 벼랑 끝 전술이 잘 먹히지 않자,올 3월엔 천안함을 폭침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다시 이번엔 서해에서 무력 도발을 일으켰다.

핵과 미사일을 벼랑 끝 전술의 주요 수단으로,국지적인 무력 도발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끊임없이 위기를 조성하는 이유는 북한의 국가 목표 및 국가 당면목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북한의 국가 목표는 '한반도 공산화'다.

북한은 한국전쟁 후 한반도 공산화를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위기를 만들었다.

수시로 무장공비를 침투시켰고,1968년엔 청와대까지 기습했다.

수많은 땅굴을 파서 남침을 시도했고,1976년엔 판문점에서 도끼 만행 사건을 저질렀다.

1987년엔 대한항공기를 공중에서 폭파시켰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은 한반도 공산화라는 국가목표 외에 '정권안보 및 체제유지'와 '경제난 극복'이라는 국가당면목표도 내걸었다.

수십년간 독재정권이 지속되면서 생긴 주민 불만 등 각종 부작용을 극단적인 위기조성을 통해 해결하려는 비상식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2006년 지하 핵실험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이번 북한의 도발은 3대 세습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북한은 현재 화폐개혁 실패와 대규모 홍수 피해 등으로 심각한 민심 이반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28세에 불과한 김정은에게 주민들의 충성을 강요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잇따른 대남 무력 도발로 김정은에게 '선군(先軍) 업적'을 쌓아주려고 애쓰고 있다.

'선군'이란 모든 것에 군(軍)이 우선한다는 북한의 특수한 통치철학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군 강경파인 야전군 세력이 김정은 옹립에 앞장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청해전과 올 3월 천안함 폭침도 이들의 만행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해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은 휴전협정 이후 우리가 실효지배를 해왔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분쟁지역화함으로써 북핵문제와 함께 NLL을 대미(對美)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 위기조성을 통한 벼랑 끝 전술 더 이상 용납해선 안돼

북한은 2012년까지 강성대국 완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북한은 강성대국은 '그 어떤 침략자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무적의 나라이며 사상강국 정치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체제유지와 경제난 극복에 허덕이는 북한이 이런 목표를 이룰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래서 위기조성을 통한 벼랑 끝 전술을 계속해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벼랑 끝 전술을 통해 실리를 챙겼던 경험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

위기를 조성해 미국과 한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는 방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남북 문제를 풀기 위한 평화적인 협상은 언제든지 환영해야 하지만,위기를 조성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행동엔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길만이 체제유지와 경제난 극복 등 국가당면목표를 해결하고 대남우위를 확보하는 유일한 생존수단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국지적인 군사 도발과 핵실험을 시도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여전히 북한의 장사정포와 미사일 공격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선제공격을 허용할 경우 초전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선제 도발을 예방하기 위한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상황을 막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은 2005년 핵 보유를 선언하고 잇단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보유국 관련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핵무기 보유국에 핵무기 보유 인정,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의무 면제 등의 지위를 부여한다.

구동회 한국경제신문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