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잘 나가던 아일랜드가 IMF에 손벌린 이유는?
한때 '작지만 강한 나라(강소국)'의 대표주자로 꼽혔던 아일랜드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손을 벌리는 처지로 전락했다.

아일랜드의 몰락은 고속성장기 거품에 취해 흥청망청대면서 경제기초체력(펀더멘털)을 제대로 키워놓지 못했던 탓이 크다.

(아일랜드가 어디에 있는 국가인지 찾아보자.아일랜드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아일랜드 국영RTE방송 등은 지난 21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가 결국 유럽연합(EU)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이언 코웬 아일랜드 총리는 긴급 각료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아일랜드가 EU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며 EU 회원국들이 이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는 그리스에 이어 EU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가 됐다.

구제금융 규모는 브라이언 레니헌 아일랜드 재무장관이 "1000억유로에 못 미칠 것"이라고 밝혔으며,로이터통신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등은 800억~90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아일랜드 정부는 경제주권을 내줄 수 없다는 국내 여론을 고려,"외부 지원 없이도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늘어나는 정부 빚을 갚지 못해 결국 다른 나라가 공동으로 빌려주는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것이다.

아일랜드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켈틱 타이거(켈트족 호랑이)'로 불리며 경제가 잘 나갔었다.

인구가 420만명에 불과한 이 나라가 내건 전략은 개방과 세금 인하였다.

법인세를 한국의 절반 수준인 12%대로 낮춰 유럽으로 진출하는 다국적 기업들을 대거 유치했다.

그 결과 유럽 대륙에는 실업자가 넘쳐났지만 아일랜드만은 경기 호황이 이어져 1996~2006년 연평균 7%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주식가격은 물론 주택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올라 저금리의 돈을 빌려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2008년 밀어닥친 세계 금융위기의 쓰나미는 모든 것을 한순간에 휩쓸어 가버렸다.

부동산 가격이 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 났으며,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자금을 빌려준 은행들은 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은행이 문을 닫게 되면 모든 금융기능이 마비가 돼 큰 혼란이 오게 된다.

정부는 은행이 넘어지지 않도록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활용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나라 살림이 바닥나자 아일랜드는 결국 750년간 자국을 지배했던 '앙숙' 영국에까지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아일랜드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3% 이내로 줄이는 강도 높은 긴축 재정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냉정하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아일랜드의 국가신용등급을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설상가상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는 등 이른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국가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재정위기 공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에서부터 가까이는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아일랜드를 비롯한 경제위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예방책은 없는지에 대해 4,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