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월가 개혁법 등 야당 지연작전 거세질 듯 ··· 한 · 미 FTA 비준 한발 더 가까이
[Global Issue] 美 민주당 중간선거 참패··· 한쪽 날개 잃은 '오바마'
미국의 집권 민주당이 2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에 참패,권력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무엇보다 공화당이 연방 하원의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고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미국의 국내정치뿐 아니라 대외 정책에서도 적지않은 변수다.

이번 선거는 1938년 중간선거 이후 집권당이 최악의 참패를 당한 선거라는 '불명예'를 남겼다.

이는 민주당 소속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재임시절인 1938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80석을 추가한 이후 72년 만에 가장 많은 의석을 증가시킨 것이다.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 대한 염증과 대법원 개혁 추진 문제 등으로 민주당은 참패했었고 공화당은 중간선거 승리를 계기로 민주당 내 보수파와 함께 뉴딜정책을 끝내기 위해 적극 추진했다.

통상 대통령의 임기 4년 중 절반인 2년이 지나는 때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는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그동안 대부분 현직 대통령이 속한 집권당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미국 주요 외신들은 이번 선거가 미국의 국내정치뿐 아니라 대외 정책에서도 적지않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 겸손해진 오바마 대통령 "선거 패배에 책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민주당의 참패로 막을 내린 중간선거 이튿날인 3일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임기의 반환점을 돈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견에서 한껏 몸을 낮춘 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하원을 장악하게 된 공화당과 '상생,협력의 정치'를 펴나가겠다는 임기 후반의 국정운영 기조를 제시했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문제였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됐다"면서 "국민은 우리 행정부가 경제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좌절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민주당의 패인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완패했다'는 표현도 썼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반드시 이뤄냈어야 할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데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회견에서 공화당이 제안해온 일부 정책에 대해 '타협'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감세와 에너지 정책 등에 대해 신축적 자세로 임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 법안 처리,한 · 미FTA 비준 등 변화 생기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경기부양 법안,의료보험 개혁법안,금융감독 개혁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추동력은 연방 상원과 하원을 다수당으로 장악한 민주당의 힘 덕분이었다.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걸려 애를 먹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60석(총 의석의 5분의 3)을 모아 이를 뚫었다.

과반수(218석 이상)로 결정하는 하원에서는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새 의회가 출범하는 내년 1월부터는 민주당이 이처럼 강한 추동력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상원에서 의석을 잃어 필리버스터를 차단하기가 더 어려워진데다 하원에서도 다수당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미국은 통상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통과된 법안을 절충,법을 제정하는 시스템이어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하원이라는 중요한 한쪽 날개를 잃은 것이다.

한 · 미 FTA 비준도 우리에겐 중요한 이슈다.

일단 한국과 미국이 오는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까지 자동차와 쇠고기 쟁점을 타결지어야 한다.

이어 미 행정부는 이행법안을 상원과 하원에 제출하게 된다.

양원의 민주당은 일자리가 없어진다며 한 · 미 FTA 비준을 지연시켜 왔다.

그러나 FTA에 찬성하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자리를 탈환해 큰 장애물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한 · 미 FTA를 반대하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샌더 레빈 세입위원장도 현재의 직책에서 모두 물러난다.

미 자동차산업의 본산인 미시간주가 지역구인 레빈은 한 · 미 FTA 이행법안을 처리할 첫 관문을 막아왔다.

의회가 새로 구성되면 하원의장은 공화당의 존 베이너 의원이,세입위원장은 같은 당의 데이비드 캠프 현 세입위 간사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너는 지역구가 자동차부품회사 등 제조업체들이 몰려있는 오하이오주이고,캠프도 미시간주이나 둘 다 한 · 미 FTA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상원에서도 FTA 이행법안은 다른 법안과 달리 필리버스터나 수정안 제출 없이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절차)으로 처리되며 과반수 찬성만 얻으면 된다.

⊙ 월가 개혁법 등 폐기 가능하나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다수당이 되면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통과시킨 의료보험개혁법과 금융감독개혁법을 대폭 수정하거나 폐기하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다.

물론 개혁법 수정이나 폐기가 쉽지는 않다.

공화당이 폐기안을 제출해도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화당이 다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시하고 개혁법을 폐기하기 위해선 하원과 상원에서 3분의 2 의석인 290명과 67명의 찬성표가 각각 필요하다.

이번에 확보된 공화당의 상 · 하원 의석으로는 모자란다.

공화당은 차선책으로 법 시행을 위한 행정비용의 집행을 지연시켜 오바마와 민주당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단 상원에서 60석을 확보해야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이민법 개혁도 반대한다.

오바마는 미국에 들어와 있는 기존의 불법 체류자가 벌금을 내면 합법적인 이민자 지위를 부여하자는 쪽이지만 공화당은 국경 경비 강화가 우선이라고 맞선다.

이 밖에 공화당계 주지사들이 많이 당선됨에 따라 민주당이 잡고 있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충돌이 잦아질 가능성이 높으며 미 노동계의 의회 영향력 역시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