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칠레 광부 탈출 순서는 왜 그렇게 결정됐나
칠레 매몰 광부 33명이 69일 만에 기적처럼 구조돼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지난 8월5일 갱도 붕괴 사고로 지하 622m 지점에 갇혔던 광부들의 무사 귀환은 많은 사람을 전율시킨 감동의 드라마였다.

광부들의 생존 사실이 알려진 것은 매몰 17일 만인 8월22일.

'지하 피신처에 33명이 모두 생존해 있다'고 적힌 쪽지가 탐지장치를 통해 외부로 전해지자,칠레 정부와 국민들은 하나가 되어 이들을 구출할 모든 방안을 마련했다.

33명이나 되는 사람이 지하막장 죽음의 문턱에 가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다른 나라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구조 당일엔 현장 상황을 전하는 CNN 인터넷 뉴스가 분당 400만건이나 조회될 정도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사람들은 누가 먼저,어떤 순서대로 구조될지에도 관심이 컸다.

어둡고 캄캄한 지하에 69일이나 갇혀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먼저 탈출하고 싶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33명 가운데 가장 먼저 구조된 사람은 31세의 건강한 젊은 남성 플로렌시오 아발로스였다.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니 예상 밖이란 생각이 든다.

나이나 건강상태를 고려해서 약자부터 구조할 것으로 예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최연장자인 63세 마리오 고메스가 가장 먼저 구조돼야 했고,최연소자인 19세 지미 산체스가 구조장비인 '불사조' 캡슐에 마지막으로 타야 했다.

하지만 구조팀의 선택은 달랐다.

구조팀은 지름 50㎝ 정도의 작은 원통 속에서 1시간 가까이 견뎌야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는 구조 과정인 만큼 첫 구조자의 성공 여부가 전체 구조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첫 구조가 성공해야 나머지 광부들도 두려움을 떨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또 밖에서 지켜보는 가족에게는 안도감을 주고 구조팀도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점을 고려했다.

구조팀은 건강 상태가 좋은 4명을 먼저 구조한 뒤 고혈압 당뇨 피부질환 등이 있는 광부들을 구조하고,통솔력과 노련함으로 차분하게 어둠 속의 동료들을 통솔했던 54세의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를 마지막으로 구출했다.

칠레 구조팀은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는 공리주의적 구조 순서를 선택한 셈이다.

여러분이 구조 결정 책임자라면,또는 33명 광부 중 한 명이라면 어떤 원리나 기준을 적용해 구조 순서를 정할 것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4,5면에서 같이 생각해 보자.

박성진 S · 논술 선임연구원 mok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