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거짓말 잘하는 한국인… ‘신뢰’ 사회로 가자!
신뢰를 무너뜨리는 소위 후진국형 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기나 횡령, 그리고 배임 등 남을 속이거나 자기 임무를 다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범죄가 매년 평균 20만건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일어난 사기 사건만도 무려 20만5140건에 달하고 횡령이 2만6750건,배임 5135건 등 총 23만7025건의 신뢰 범죄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형법 위반 사건 89만7536건의 26.4%에 달하는 규모다. 신뢰 범죄가 피해자들에게 안긴 손해 규모는 사기 2조8040억원,횡령 8061억원,배임 6179억원이나 됐다.

법정이나 국회 등 진실을 말해야 하는 장소에서 거짓말을 하는 위증죄와,없는 일을 꾸며서 남을 고소하거나 고발하는 무고 사건도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수백배나 많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2007년을 기준으로 하면 일본에서는 한 해 동안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이 9명에 불과한 데 반해 한국은 무려 1544명에 달했다.

무고죄로 기소된 사람은 일본 10명,한국 2171명이었다.

기소된 수로 보면 위증죄는 일본의 171배,무고죄는 217배였다. 일본의 인구가 우리나라의 2.5배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인구당 위증은 427배,무고는 542배나 많다는 결과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고,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은 바닥에 떨어진 걸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 · 25 전쟁,급격한 도시화,권위주의적 근대화를 겪으면서 불신(不信)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진단한다.

한국을 저(低)신뢰사회로 지적한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불신 문화는 고(高)신뢰사회에선 물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추가 세금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은 강압적인 수단이나 소송 등을 통해 일상생활의 갈등을 해결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가를 많이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경제생활을 하는데도 신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짓말이 많아지고 사람들 간 신뢰가 사라지면 경제도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후쿠야마의 지적처럼 사회적 신뢰가 후진적이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든다.

이와 관련해서는 보험을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보험은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사회적 제도다.

보험금을 받을 욕심에 경미한 사고에도 병원에 드러눕는 보험가입자가 많아지면 보험료가 뛰어 사회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증가한다.

심지어는 보험사기조차 늘어나면서 보험계약자들은 터무니 없는,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신뢰가 왜 중요한지,신뢰를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험제도에서 신뢰의 중요성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4,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