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 미래 세대를 향한 어른들의 당연한 임무이자 애정 "

반 " 교육 현장의 어려움 반영하지 않은 독단적 결정 "

학생의 존엄과 가치, 자유, 권리 보장을 담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지난 5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식 선포됐다.

이에 따라 각급 학교의 학칙과 생활규정 개정을 거쳐 조례는 내년 3월부터 경기도 내 모든 학교에서 시행된다.

인권 조례는 체벌 전면 금지, 강제 야간자율학습 · 보충수업 금지, 두발 · 복장의 개성 존중 및 두발길이 규제 금지, 특정 종교행사 참여 및 대체과목 없는 종교과목 수강 강요 금지, 학생인권옹호관 설치 등이 포함됐다.

도교육청은 또 매년 10월5일을 '학생인권의 날'로 선포하고, 학생인권선언문도 채택했다.

도교육청은 또 후속 대책으로 인권조례시행 준비단을 구성하고 인권조례 관련 연수를 실시하는 한편 교육규칙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체벌 대체방안 제시, 조례해설서 제작 배포, 찾아가는 학생인권조례 설명회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조례가 시행도 되기 전에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빚어지는 등 경기도의 학생조례 공포를 둘러싸고 각종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일부 학교나 학부모 교육 관련단체 등은 교권침해나 시기상조 등의 이유를 들어 이에 반대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교원단체나 학부모들은 기본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이여 자칫 사회갈등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경기도의 학생인권조례 공포를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측, "어른들의 당연한 임무이고 미래 세대를 향한 최소한의 애정이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학생조례를 공포한 지난 5일 "학생인권 보장이라는 우리 교육의 새로운 역사가 열리는 날"이라며 "학생들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무력감에 지쳐가고 있는 수많은 위기의 지표와 현상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을 비롯, 학생조례에 찬성하는 측은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되고 인권 감수성 역시 크게 높아졌음에도 학교 현장은 변화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고 주장한다.

체벌이나 두발규제 같은 학생들의 인격권 · 사생활 침해가 교육적 필요라는 이름으로 유지돼온 게 단적인 예라며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인권조례를 제정한 것은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인권 보장 노력이 전국으로 확산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학부모 단체인 참교육학부모회고양지회는 조례안 입법예고 의견에서 "천부인권과 헌법의 기본권, 유엔아동권리협약,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방지법을 지키는 일은 어른들의 당연한 임무이고 미래 세대를 향한 최소한의 애정"이라며 조례에 찬성했다.

전교조경기지부 정진강 정책실장은 "조례 통과를 환영하고 이를 통해 학교에서 인권존중의 문화가 형성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학교현장에서 실질적인 인권이 보장되도록 교사의 교권와 학생의 학습권이 보호되고 교사,학생,학부모가 합의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반대 측, "학생지도 어려움을 반영하지 않은 독단적 결정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공포에 대해 "학생의 책임과 의무는 빠져 있고 학교 내 학생 지도의 어려움 등을 반영하지 않은 독단적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또 "학생인권 조례가 내년 새학기부터 시행되면 학생이 자기 주장만을 강하게 표출할 경우 학교는 무방비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학교와 교사는 지도권을 상실한 채 학생의 눈치를 보면서 학부모에겐 지도 소홀에 따른 비판까지 받아야 해 '샌드위치' 처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교총은 자체조사 결과 교사의 76%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하고 학부모의 70.2%는 체벌금지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인권의 논리를 끌어들여 교사는 가해자, 학생은 피해자로 설정해서는 학교 교육이 온전히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어 학생 인권은 특정 교육감의 전유물이 아니며 이번 조치가 정치적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한국교총은 이러한 조치는 국회,정부,교육청,교원단체,학부모 등이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함으로써 국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인권 존중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지만 체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상위법(초중등교육법)에 상충되고 아직 실효성 있는 대체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학생의 본분을 벗어난 행위까지 용인할 경우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을 소지가 크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 상위법령과의 조화 범위 내에서 학생조례 정해져야

학생들의 인권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며 교육상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학생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이런 원칙론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막상 교육 현장에서 학생지도 문제를 당면하게 되는 교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학생조례의 내용을 모두 다 수용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라는 데 있다.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의 폭력은 분명 문제지만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무시와 안하무인격인 태도 또한 최근 들어 각급 학교에서 적지 않은 이슈가 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학생들이 학교 이외의 장소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의 전부를 학교에서도 모두 당연히 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학교와 학생의 관계는 공법상 소위 '특별권력관계'와 유사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전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물론 사립학교의 경우 공법상 특별권력관계로 볼 수는 없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다니는 학교가 국공립학교이든, 사립학교이든 차이가 없다.

특별권력관계란 일정한 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일방이 상대방을 지배하고 상대방은 복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관계인데 교육이라는 목적을 위해 학생들은 학교의 방침이나 선생님의 지도를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하는 범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점은 학생인권조례 자체보다는 그것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초중등교육법 등 상위법에서 학생조례로 정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조례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는 각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초중등교육법 등 상위 법령에서 학생조례로 정할 수 있는 것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는 충분한 여론수렴과 치열한 토론을 통해 정해져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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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0월5일자 보도기사>

전국 처음으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지난 5일 공식 선포됐다.

김상곤 도 교육감은 이날 오전 9시 수원 청명고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내 체벌 금지 △강제 야간자율학습 · 보충수업 금지 △두발 · 복장의 개성 존중 및 두발길이 규제 금지 △학생 동의 아래 소지품 검사 △휴대폰 소지의 부분적 허용 △특정 종교행사 참여 및 대체과목 없는 과목 수강 강요 금지 △인권교육 의무화 및 학생인권옹호관 설치 등의 조항을 담고 있다.

이어 김 교육감은 매년 10월5일을 '학생인권의 날'로 선포하고 학생인권선언문을 채택했다.

김 교육감은 "오늘은 우리 교육의 새로운 역사가 열리는 날"이라면서 "인권조례 공포를 계기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과 배움의 현실,그리고 우리 교육에 대한 지성적 성찰과 사회적 대화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과 교육,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적으로 보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학생들은 스스로 인권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유와 권리의 또 다른 이름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도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규정에 맞춰 각 학교의 학칙 및 규정을 개정해 내년 신학기부터 도내 모든 학교에서 전면 시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