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아시아에서 가장 키가 큰 韓國, 작은 北韓
남북한 국민의 키 차이가 10㎝ 이상 벌어지고 있다.

한국 청소년들은 한 · 중 · 일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물론 아시아 전역을 통틀어 터키 다음으로 키가 크다.

이에 반해 북한은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열대지방 인종만큼이나 작아지고 있다.

같은 민족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인구통계학적으로 보면 일반적으로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북방계가 남방계보다 키가 크다.

우리나라도 해방 이전에는 북한 사람이 남한 사람들보다 키가 컸다.

해방 전 북한 성인들이 남한 성인들에 비해 평균 1.1㎝ 정도 크다는 일본 학자 기무라의 연구보고도 있다.

그러나 해방 60년이 지난 지금 남북한 사람의 키는 완전히 역전됐으며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북한 주민들의 신장 통계는 2002년 유엔(UN)이 직접 표본조사를 통해 발표한 데이터와 정부 관계기관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통계가 주로 사용된다.

이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북한 사람의 키 차이는 평균 8~10㎝,체중 차이는 평균 10㎏ 정도에 달한다.

청소년들의 키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19~24세까지 한국의 청소년 신장은 평균 174㎝로 아시아에서 터키(176㎝)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일본(172㎝) 중국(170㎝)보다도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펴낸 세계 각국의 사회지표 조사(social indicator 2009)는 한국 청소년들의 신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세의 청년층과 45~49세의 중년층의 평균 신장을 비교했을 때,남성은 각각 174㎝,168㎝로 6㎝나 차이가 났고 여성은 각각 160㎝,156㎝로 4㎝나 벌어졌다.

한 세대에 가까운 25년 동안 남한 사람들은 남성이 6㎝ 여성이 4㎝나 자란 것이다.

이러한 세대 간 신장 차이는 OECD 회원국을 통틀어 가장 큰 것으로,한국인의 어린 시절 건강 상태가 과거에 비해 급격하게 향상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북한은 아시아에서 키가 가장 작은 나라군에 속한다.

20세 기준으로 북한 청년의 신장은 평균 164.88㎝로 적도 근처의 인도네시아,필리핀과 맞먹는다.

북한은 특히 어린 아이로 내려 갈수록 신장이 작아지는 추세다.

남북한의 키 차이가 왜 이렇게 크게 벌어지게 됐을까? 우선 꼽을 수 있는 게 식량난으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영양 결핍을 들 수 있다.

북한의 식량난은 1995년 8월 가뭄으로 국제적십자사에 구조 요청을 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연재해만으로는 작은 키를 모두 설명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농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서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의 비효율을 들 수 있다.

동일한 민족을 불과 수십년 만에 마치 다른 인종에 속하는 사람처럼 바꾸어 놓은 원인은 결국 경제성장이다.

남북한 주민들의 신체 구조 격차와 그 원인 등을 4~5면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