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경제에서 허용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은 무엇일까.
이에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시장의 힘이 자유롭게 작동해 총경제후생(total economic welfare)을 최대화 하도록 희소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정되게 만드는과정’을 경쟁이라고 정의한다.
경쟁의 결과로 단하나의 기업만 살아남더라도 시장의 힘이 자유롭게 작동한 결과라면 제대로 된 경쟁이라는 것이다.
반면 EU는‘경쟁자 없 는경쟁은 불가능하다’라고 규정한다.
시장의 힘에 의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다른 경쟁자가 소멸하면 경쟁도 함께 소멸한다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은 사회를 발전시키고 약자를 보호한다.
미국은 진입장벽이 없는 상황에서 유지되는 독점은 독점 기업과 잠재적 진입자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파악하지만,EU는 실제로 진입이 이뤄져야 경쟁이 살아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경쟁을 보호함으로써 비효율적 경쟁자가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인식하는 데 비해 EU는 우월적 지위를 점유한 기업은 그 지위를 차지한 과정이 정당했더라도 시장의 경쟁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는 특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이 차이가 미국의 자본주의를 '카우보이 자본주의(Cowboy Capitalism)'로 부르고,유럽식 경쟁을 '신사 간 경쟁(Gentlemen's Competition)'으로 지칭하게 만들었다.
달리 말하면 미국의 법체계는 경쟁을 보호하지만,EU의 법체계는 약한 경쟁자를 보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카우보이 자본주의는 희소한 자원을 낭비하는 행동은 반드시 응징하지만,신사 간 경쟁은 약자의 자원 낭비는 어느 정도 수용한다.
미국과 EU의 차이에 대해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자원 활용의 단계에서는 자원 낭비를 허용하는 약자 보호보다는 카우보이 자본주의를 따르고,약자 보호는 다른 방식으로 배려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한다.
경쟁이 왜 필요한지,경쟁이 어떻게 약자를 보호하는지 등을 알아보자.
⊙ 경쟁은 사람을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
경쟁은 사실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능하면 경쟁을 피하고 싶어한다. 경쟁에서 이겼을 때 느끼는 짜릿한 성취감 때문에 경쟁을 즐기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치열한 경쟁을 치르면서 패배의 쓴맛을 걱정해야 하는 걸 원치 않는 사람이 훨씬 많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장경제에선 특히 경쟁이 격심하다.
시장경제에서의 끊임없는 경쟁은 아주 강인한 사람도 지치게 만들고,일부는 격심한 경쟁 탓에 시장경제를 두려워하고 배척하기도 한다.
그들은 경쟁이 없는 소박한 삶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로 현실사회와 동떨어진 '대안적 공동체'에 끌리기도 한다.
그러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삶의 본질이다.
오히려 경쟁을 기꺼이 받아들여 경쟁이 가져다주는 긍정적 효과를 누려야 한다.
경쟁의 가장 중요한 긍정적 효과는 사람들을 노력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경쟁이 없는 곳에선 사람들이 열심히 생각하고 일하지 않는다.
몰락한 공산주의 명령경제가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명령경제 체제를 가졌던 공산주의 국가에선 대다수 국민이 일할 생각보다는 정부의 배급에만 관심을 가졌고,소수 지배층은 권력의 분배를 둘러싼 경쟁에만 열을 올렸다.
반면 시장경제에선 경쟁이 인센티브를 창출함으로써 개인의 사적 이익 충족과 사회 발전을 뒷받침했다.
경쟁은 인류가 생각해낸 가장 뛰어난 인센티브 창출 방안이란 점이 시장경제에서 입증된 것이다.
공개된 시장에서의 경쟁이 아예 없는 곳에서는 놀랍게도 공산당 간부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급부상하게 된다. 북한이 그런 상황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곳에 경쟁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어떤 경쟁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여야 하는 것이다.
⊙ 경쟁은 사회를 발전시키고,약자를 보호한다
시장경제의 경쟁 방식은 기본적으로 호가경쟁(bidding competition)이다.
호가경쟁의 규칙은 상품이 모자랄 경우 남보다 더 많은 값을 지불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상품을 배정하는 것이다.
이 규칙은 개인의 노동력에도 적용된다.
세상이 원하지만 남들은 못하는 일을 나만 할 수 있게 능력을 개발하거나,남들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남보다 더 적은 비용을 들여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시장의 호가경쟁은 내가 더 높은 소득을 얻도록 보장한다.
이런 호가경쟁 덕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시장의 호가경쟁이 생산능력 개발 경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생산성을 높여 한정된 자원에서 유용한 재화와 서비스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경쟁이 사회 발전을 이끌게 되면서 약자 보호라는 또 하나의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
시장경제는 경쟁에서 진 사람들이 너무 불행해지지 않도록 하는 길을 찾아냈다.
사회안전망이 바로 그것이다. 앞선 사회들은 사회안전망을 꾸준히 발전시키려 애썼고,그런 과정에서 혜택이 고루 미치면서 부작용은 아주 적은 사회안전망이 진화했다.
이런 사회안전망은 경쟁의 잔인함을 누그러뜨려 시장경제에서 경쟁을 보기보다 훨씬 덜 각박하게 만들었다.
⊙ 시장경제의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손
경쟁의 바탕에는 기본적으로 너의 사정은 알 바 아니고,나는 가져야겠다는 이기심이 깔려 있다.
서로 가지려는 이기심은 충돌하게 마련이므로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려면 경쟁의 규칙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쟁을 규제한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는 자칫 경쟁의 긍정적 효과를 감소시키거나 없앨 수 있다.
시장경제를 무시한 정부의 개입(규제)이 초래하는 부작용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공정한 경쟁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과 함께 대표적인 저서로 꼽히는 도덕감정론에서 정의(justice) 개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정의를 '모든 건물을 지탱하는 중추적인 기둥'이라고 비유하면서 이 기둥이 제거되면 위대하고 거대한 인간 사회라는 구조물은 한순간에 산산이 가루로 분해되고 말 것이라고 역설한다.
시장경제에서 개인들의 사적 이윤 추구 행위가 사회 전체의 풍요로운 결실로 이어지려면 필연적 전제로 정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손인 '도덕의 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스미스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랑받기(to be loved)를 원할 뿐 아니라 사랑스러움을 지니기(to be lovely)를 원한다. 또 칭찬받고 싶어하는 욕구와 더불어 칭찬받을 성품을 지니고 싶은(praiseworthiness) 욕구를 소유한다"며 자연으로부터 인간에게 부여된 도덕감정이 정의 개념의 근거라고 설파한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이에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시장의 힘이 자유롭게 작동해 총경제후생(total economic welfare)을 최대화 하도록 희소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정되게 만드는과정’을 경쟁이라고 정의한다.
경쟁의 결과로 단하나의 기업만 살아남더라도 시장의 힘이 자유롭게 작동한 결과라면 제대로 된 경쟁이라는 것이다.
반면 EU는‘경쟁자 없 는경쟁은 불가능하다’라고 규정한다.
시장의 힘에 의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다른 경쟁자가 소멸하면 경쟁도 함께 소멸한다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은 사회를 발전시키고 약자를 보호한다.
미국은 진입장벽이 없는 상황에서 유지되는 독점은 독점 기업과 잠재적 진입자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파악하지만,EU는 실제로 진입이 이뤄져야 경쟁이 살아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경쟁을 보호함으로써 비효율적 경쟁자가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인식하는 데 비해 EU는 우월적 지위를 점유한 기업은 그 지위를 차지한 과정이 정당했더라도 시장의 경쟁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는 특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이 차이가 미국의 자본주의를 '카우보이 자본주의(Cowboy Capitalism)'로 부르고,유럽식 경쟁을 '신사 간 경쟁(Gentlemen's Competition)'으로 지칭하게 만들었다.
달리 말하면 미국의 법체계는 경쟁을 보호하지만,EU의 법체계는 약한 경쟁자를 보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카우보이 자본주의는 희소한 자원을 낭비하는 행동은 반드시 응징하지만,신사 간 경쟁은 약자의 자원 낭비는 어느 정도 수용한다.
미국과 EU의 차이에 대해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자원 활용의 단계에서는 자원 낭비를 허용하는 약자 보호보다는 카우보이 자본주의를 따르고,약자 보호는 다른 방식으로 배려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한다.
경쟁이 왜 필요한지,경쟁이 어떻게 약자를 보호하는지 등을 알아보자.
⊙ 경쟁은 사람을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
경쟁은 사실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능하면 경쟁을 피하고 싶어한다. 경쟁에서 이겼을 때 느끼는 짜릿한 성취감 때문에 경쟁을 즐기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치열한 경쟁을 치르면서 패배의 쓴맛을 걱정해야 하는 걸 원치 않는 사람이 훨씬 많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장경제에선 특히 경쟁이 격심하다.
시장경제에서의 끊임없는 경쟁은 아주 강인한 사람도 지치게 만들고,일부는 격심한 경쟁 탓에 시장경제를 두려워하고 배척하기도 한다.
그들은 경쟁이 없는 소박한 삶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로 현실사회와 동떨어진 '대안적 공동체'에 끌리기도 한다.
그러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삶의 본질이다.
오히려 경쟁을 기꺼이 받아들여 경쟁이 가져다주는 긍정적 효과를 누려야 한다.
경쟁의 가장 중요한 긍정적 효과는 사람들을 노력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경쟁이 없는 곳에선 사람들이 열심히 생각하고 일하지 않는다.
몰락한 공산주의 명령경제가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명령경제 체제를 가졌던 공산주의 국가에선 대다수 국민이 일할 생각보다는 정부의 배급에만 관심을 가졌고,소수 지배층은 권력의 분배를 둘러싼 경쟁에만 열을 올렸다.
반면 시장경제에선 경쟁이 인센티브를 창출함으로써 개인의 사적 이익 충족과 사회 발전을 뒷받침했다.
경쟁은 인류가 생각해낸 가장 뛰어난 인센티브 창출 방안이란 점이 시장경제에서 입증된 것이다.
공개된 시장에서의 경쟁이 아예 없는 곳에서는 놀랍게도 공산당 간부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급부상하게 된다. 북한이 그런 상황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곳에 경쟁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어떤 경쟁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여야 하는 것이다.
⊙ 경쟁은 사회를 발전시키고,약자를 보호한다
시장경제의 경쟁 방식은 기본적으로 호가경쟁(bidding competition)이다.
호가경쟁의 규칙은 상품이 모자랄 경우 남보다 더 많은 값을 지불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상품을 배정하는 것이다.
이 규칙은 개인의 노동력에도 적용된다.
세상이 원하지만 남들은 못하는 일을 나만 할 수 있게 능력을 개발하거나,남들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남보다 더 적은 비용을 들여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시장의 호가경쟁은 내가 더 높은 소득을 얻도록 보장한다.
이런 호가경쟁 덕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시장의 호가경쟁이 생산능력 개발 경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생산성을 높여 한정된 자원에서 유용한 재화와 서비스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경쟁이 사회 발전을 이끌게 되면서 약자 보호라는 또 하나의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
시장경제는 경쟁에서 진 사람들이 너무 불행해지지 않도록 하는 길을 찾아냈다.
사회안전망이 바로 그것이다. 앞선 사회들은 사회안전망을 꾸준히 발전시키려 애썼고,그런 과정에서 혜택이 고루 미치면서 부작용은 아주 적은 사회안전망이 진화했다.
이런 사회안전망은 경쟁의 잔인함을 누그러뜨려 시장경제에서 경쟁을 보기보다 훨씬 덜 각박하게 만들었다.
⊙ 시장경제의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손
경쟁의 바탕에는 기본적으로 너의 사정은 알 바 아니고,나는 가져야겠다는 이기심이 깔려 있다.
서로 가지려는 이기심은 충돌하게 마련이므로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려면 경쟁의 규칙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쟁을 규제한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는 자칫 경쟁의 긍정적 효과를 감소시키거나 없앨 수 있다.
시장경제를 무시한 정부의 개입(규제)이 초래하는 부작용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공정한 경쟁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과 함께 대표적인 저서로 꼽히는 도덕감정론에서 정의(justice) 개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정의를 '모든 건물을 지탱하는 중추적인 기둥'이라고 비유하면서 이 기둥이 제거되면 위대하고 거대한 인간 사회라는 구조물은 한순간에 산산이 가루로 분해되고 말 것이라고 역설한다.
시장경제에서 개인들의 사적 이윤 추구 행위가 사회 전체의 풍요로운 결실로 이어지려면 필연적 전제로 정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손인 '도덕의 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스미스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랑받기(to be loved)를 원할 뿐 아니라 사랑스러움을 지니기(to be lovely)를 원한다. 또 칭찬받고 싶어하는 욕구와 더불어 칭찬받을 성품을 지니고 싶은(praiseworthiness) 욕구를 소유한다"며 자연으로부터 인간에게 부여된 도덕감정이 정의 개념의 근거라고 설파한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