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정책 통해 수요 늘리고 줄여 통화정책으로 시중자금 수위조정
[Cover Story] 정부는 어떻게 경기를 조절하나?
경기는 항상 변동한다.

한때 호황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불황의 늪에 빠지면 공장들이 문을 닫고 실업자들이 거리를 헤매곤 한다.

1930년대의 대공황이나 미국발 부동산 거품 붕괴로 야기된 최근의 세계경제 위기가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어느 나라든지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경기를 일정한 수준에서 안정시키는 것을 중요한 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

⊙ 경제안정화 정책의 목표

경제안정화 정책은 경기변동을 조절,인플레이션과 실업을 억제해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제수지의 균형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경제를 안정시키려면 나라 전체의 총수요와 총공급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요가 공급능력을 크게 밑도는 경우에는 기업 파산으로 인해 대규모 실업이 생긴다.

반대로 수요가 공급능력을 크게 웃도는 때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

또한 수입이 늘어 국제수지는 적자가 되기 쉽다. 경제안정화 정책은 이 가운데 특히 수요가 모자라서 발생하는 경기침체기에 더 요구된다.

⊙ 재정정책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사용하는 수단으론 크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두 가지가 있다.

재정정책은 불경기 때는 정부가 돈을 풀어 모자라는 수요를 보충하고,반대로 호경기 때는 지출을 줄여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경제규모가 쪼그라들고(즉 성장률이 마이너스이고) 실업자가 대량으로 생기면 정부는 도로나 철도,항만을 건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출을 확대해 총수요를 늘린다.

예를 들어 정부가 서울과 인천 간 새 고속도로를 놓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A 건설회사에 발주했다고 하자.A 건설회사는 근로자를 더 고용하고 하청업체를 늘려 도로 건설에 나설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지출은 총수요를 증가시킨다.

뿐만 아니라 A사 근로자와 하청업체 근로자의 소득이 늘고 A사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윤이 증가하면 이들의 소비지출도 늘어 다른 기업들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확대된다.

이 때문에 정부의 1000억원 지출은 1000억원 이상의 총수요 증가 효과를 낸다. 이를 재정의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라고 한다.

정부의 수입(세입)보다 지출(세출)이 많으면 빚을 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도 한다. 빚을 내는 데는 주로 국채를 발행하는 방법이 동원된다.

따라서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재정정책의 대표적 사례는 1930년 대공황기 때 미국에서 실시된 뉴딜(New Dael) 정책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서도 각국은 재정지출을 크게 늘려 세계적인 대공황을 막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뉴딜 정책의 경제학적 기초는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제공했다. 케인스는 명저 '고용과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총수요가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생산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총수요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공황은 경제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는 고전학파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하는 케인스를 부각시켰다.

재정정책의 또 다른 주요 수단은 조세다.

정부가 소득세나 소비세를 낮추면 가계가 쓸 수 있는 돈(가처분소득)이 증가한다.

가계는 이 같은 추가 소득의 일부를 저축하고 일부는 소비한다.

이처럼 세금이 인하되면 소비지출이 증가하므로 한 나라의 총수요는 늘어나고(총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 경기는 활성화된다.

반대로 세금이 인상되면 소비지출이 감소하므로 총수요 또한 줄어들어(총수요곡선이 왼쪽으로 이동) 경기는 서서히 냉각된다.

⊙ 통화정책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이자율(금리)이나 통화량의 조정을 통해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경기가 불황일 경우 중앙은행은 시중에 돈을 많이 푼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이자율은 떨어지며,이자율이 낮아지면 돈을 빌리는 비용이 줄어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진다.

가계도 돈을 빌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기도 한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시중의 돈을 흡수하면 이자율은 올라가며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위축된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불황이면 기준금리를 낮추거나 통화량을 늘리고,호황이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통화량을 줄여 총수요를 조절한다.

통화량을 조절하는 수단에는 공개시장조작과 지급준비율 조절이 있다.

공개시장조작은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사거나 파는 방식으로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채권을 사면 채권을 구입한 대가로 지불한 돈이 시중에 흘러나와 통화량이 늘어나 이자율이 낮아진다.

반대로 채권을 팔면 시중 돈을 빨아들여 이자율은 높아진다.

지급준비금은 고객들의 예금 인출에 대비해 시중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돈으로,중앙은행은 은행들의 신용 유지를 위해 예금에 따라 지급준비금의 비율을 정해놓고 있다.

이 지급준비율이 높으면 은행이 대출할 수 있는 돈의 양이 줄어 통화량이 줄게 돼 이자율이 올라가고,반대도 지급준비율이 낮으면 통화량이 늘게 돼 이자율이 떨어진다.

⊙ 경제학자들의 논쟁
[Cover Story] 정부는 어떻게 경기를 조절하나?
홍길동씨는 최근 여름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만약 병원 치료를 받는다면 1주일이면 낫는다고 한다.

하지만 약을 먹지 않고 견디면 자연치유력 덕분에 치유 기간은 10일 정도로 더디지만 감기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홍씨는 병원에 가야 할까, 아니면 참아야 할까?

시장경제도 이와 비슷하게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가며 나타나지만 어느 정도 스스로 조정능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경기변동을 조절하기 위해 안정화 정책을 시행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게 더 나을까?

경제학자들 사이에도 견해가 갈려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시장에 맡겨 놓고 기다려야 한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경제안정화 정책을 주장하는 학자로는 케인스와 그의 이론을 따르는 케인스 학파가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미국 시카고대의 밀튼 프리드먼 교수는 유명한 '샤워실의 바보(a fool in the shower room)' 비유로 정부의 개입을 비판하고 있다.

샤워실의 바보는 우리가 목욕을 할 때 샤워꼭지를 틀면 처음에는 찬물이 나오는데 이를 참지 못하고 급히 꼭지를 더운물이 나오도록 돌리면 너무 뜨거운 물이 나오고,다시 찬물 쪽으로 급히 돌리면 이번엔 또다시 찬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호황이나 불황이 와도 성급하게 경제안정화 정책을 펼치는 것은 경제를 돕기보다는 망치기 쉽다는 뜻이다.

경제안정화 정책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경제가 호경기인지,불경기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고,설령 올바로 판단했더라도 적절한 정책이 실시되기까진 정부의 의사결정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자격 운전자가 운전하는 것처럼 어디서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고 어디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칼 멩거,미제스 등 오스트리아 학파로 불리는 경제학자들은 나아가 정부가 통화량을 늘려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토록 규제하면 버블(거품)과 버스트(붕괴)로 이어지는 경기변동을 초래한다며 "모든 경기변동은 시장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실패에서 연유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