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좋았다가···나빴다가··· 경기는 순환한다
‘길거리 사람들의 옷색깔이 밝고 깨끗하다.담배꽁초의 길이가 길어진다. 성형외과가 붐빈다.’

이런 현상은 경기가 좋을 때(호경기) 주로 나타난다.

이와는 반대로 어둡고 우중충한 색깔의 옷을 입는 사람이 많아지고,짧은 담배꽁초가 많이 눈에 띄고,신경정신과를 찾는 환자가 늘어나면 불경기의신호다.

비공식적으로 경기를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은 더 있다.

미국 MIT대 크루그만 교수는 TV에 코믹광고가많이등장할때는경기가좋고,TV광고에서 상품 이름을 여러 번 반복하면 경기가 나쁠 때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커피 농도도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라는 주장이 있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예상하면스타벅스가비용절감을위해커피의농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가지 비공식적인판단방법이등장할만큼사람들은경기에관심이 많다.

현재의 경기상황과 앞으로의 경기흐름을어떻게판단하느냐에따라미래의경제적성과가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기가 변동하는 이유와 경기를 판단하는 공식적인 방법 등에 대해 알아보자.

확장기=>후퇴기=>수축기=>회복기=>확장기
경기변동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충격 때문
[Cover Story] 좋았다가···나빴다가··· 경기는 순환한다
⊙ 경기는 왜 변동하는가

먼저 경기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경기(business conditions)란 국민경제의 전체적인 활동수준을 의미한다.

생산 소비 투자 고용 등 실물부문 활동과 통화량 금리 주가 환율 등 금융부문 활동,수출입 등 해외부문 활동을 망라하는 각종 경제변수들의 움직임을 종합한 것이다.

경기는 흔히 사람의 체온에 비유되기도 한다. 체온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기가 너무 과열되거나 침체되면 국민경제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난다.

경기는 확장기→후퇴기→수축기→회복기→확장기가 반복되면서 끊임없이 변동한다. 이를 가리켜 경기변동 또는 경기순환이라고 부른다.

이런 경기변동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변동의 주요 원인으론 '수요 충격'과 '공급 충격'이 꼽힌다.

수요 충격은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으로 총수요(가계 기업 정부가 구매하려는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가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커다란 정치 스캔들이 터지거나,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제에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잃고 불안해한다.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큰 돈이 필요한 물건의 구입을 미룬다.

기업도 새로운 기계 장비의 구입을 연기한다.

이런 비관적 태도는 총수요를 감소시켜 경기침체를 유발한다.

1930대 대공황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총수요 증가에 따른 경기변동 사례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이런 경우다.

당시 미국 정부는 해외에서 전쟁을 치르느라 더 많은 자원을 군에 투입했다.

1939~1944년 미국 정부의 재화와 서비스 구입은 거의 5배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총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공급 충격은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급증해 총공급(한 국가의 기업들이 생산해 판매하려는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기상이변으로 곡창지대의 수확량이 감소해 식료품 생산비용이 증가하거나,중동에 전쟁이 일어나서 원유 운송이 중단되고 석유제품의 생산비가 높아지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

생산비용 상승으로 총공급이 줄면,시장의 균형 산출량은 감소하고 물가가 오른다. 이런 상황이 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공급 충격의 전형적인 사례는 1970년대 오일 쇼크다.

1970년대 중동 국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결성해 석유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올렸다.

1973~1975년 원유 가격은 거의 2배로 뛰었고,석유를 수입하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했다. 거의 동일한 사건이 몇년 후에 또 일어났다.

OPEC 회원국들은 원유 가격 인상을 위해 다시 원유 생산을 줄였고,역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 경기를 판단하는 공식적인 방법

그렇다면 경기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공식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이미 발표된 경제지표를 이용하는 방법,종합경기지표를 작성하는 방법,설문조사에 의한 방법 등이 있다.

이미 발표된 경제지표를 이용할 때는 우선 여러가지 경제활동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국민소득 통계를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소득 통계는 해당 연도나 분기 후 약 2~3개월이 지나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경기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보통은 매월 발표되는 산업생산지수 도소매판매액지수 수출입통계 등의 개별 지표를 이용한다.

개별 지표는 각 부문의 동향을 아는 데는 유용하지만 전체 경기의 움직임을 포괄적으로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

종합경기지표로 널리 이용되는 것은 경기종합지수다.

경기종합지수는 비교적 가까운 장래의 경기동향을 예측하는 선행지수,현재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지수,경기의 변동을 사후에 확인하는 후행지수 등으로 나뉜다.

경기종합지수는 현 경기국면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환점을 예측하는데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지만,경제구조가 빠르게 변화할 경우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나 기업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경기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태도조사(CSI)와 기업인 대상의 기업경기조사(BSI)가 그것이다.

다른 방법에 비해 손쉽게 경기변동을 판단할 수 있지만,조사 결과가 응답자의 주관과 심리적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게 단점이다.

이처럼 경기를 진단하는 방법들은 장 · 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실 경제를 분석할 때는 다양한 방법에 의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 우리나라의 과거 경기순환

앞에서 확장기→후퇴기→수축기→회복기→확장기가 반복되는 것을 경기변동(경기순환)이라고 했다.

확장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를 정점,수축기가 최고로 심화됐을 때를 저점이라 한다.

경기의 정점에서 다음 정점까지 또는 저점에서 다음 저점까지의 기간을 순환주기라 한다. 그리고 경기의 순환과정은 저점에서 정점까지의 상승국면과 정점에서 저점까지의 하강국면으로 나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과거 경기순환에서 나타난 특징을 살펴보면,상승국면과 하강국면이 매우 불규칙적이고 비대칭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경기순환에서 가장 긴 순환주기는 67개월,가장 짧은 순환주기는 35개월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 순환주기 내에서 상승국면의 지속기간은 평균 31개월,하강국면의 지속기간은 평균 18개월로 역시 차이가 컸다.

대체로 경기 상승국면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 반면,하강국면은 짧은 기간 동안 급속하게 이뤄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슷하게 관찰되고 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