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 철저하고 정책에 초점

[Cover Story] 미국의 인사 청문회는 어떻게 진행되나


⊙ 철저한 사전 검증시스템

의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자질이 없는 사람을 자의적으로 고위직에 임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미국 의회의 경우 헌법 제2조 제2항에 연방 상원(Senate)이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준 권한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대통령은 총 1141개의 공직 임명 때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며 이가운데 행정부의 장 · 차관과 정보기관의 장,연방대법원의 대법관,각국 대사 등 57개 직위는 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해당 직위의 모든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가 실시되는 것은 아니고 상당수는 관례적인 절차만 걸쳐 인준이 이뤄진다.

상원이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등 각료에 대해 인준을 거부한 사례는 매우 드물어서 2%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인준 거부율이 낮은 것은 장관에 대한 임명권을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인사권으로 존중하는 정치 풍토가 조성돼 있는 데다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후보자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는 경우 인준에 가기 전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기 때문이다.

또 공직 후보 지명에 앞서 사전 검증이 철저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일단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 대상자를 선정하면 백악관 인사국,미 연방수사국(FBI),국세청(IRS),공직자 윤리위원회 등이 총동원돼 매뉴얼에 의거,대상자의 배경과 과거 등에 대해 검증 작업을 벌인다.

이들이 조사하는 것은 △개인과 가족의 배경(61개항) △직업 및 교육적 배경(61개항) △세금 납부(32개항) △교통범칙금 등 경범죄 위반(34개항) △전과 및 소송 진행(35개항) 등 총 233개 항목이다.

이 테스트에서 통과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바로 의회에 인준을 신청하는 건 아니다.

일단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은 의회 지도자 및 각 정당 지도자들과 만나 사전 협의를 하고 여기서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지면 공식 후보로 지명,공표하고 상원에 인준동의안을 제출한다.

이렇게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 후보를 지명하면 상원의 해당 상임위원회는 청문회 개최 전 사전조사를 실시한다.

항목별로 궁금하거나 의문점을 적은 서면질의서를 후보자들에게 보내 상세한 답변서를 제출하게 만든다.

만약 답변 내용이 부실할 경우 위원회가 자체 조사를 벌인다. 이처럼 이중삼중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까닭에 웬만한 비리나 문제점은 사전에 모두 걸러진다.

미국 인사청문회의 특징은 사실상 기간 제한이 없다는 사실이다. 행정부의 인준 준비에 28일,상원인준에 50일 등 거의 석달 가까이가 소요된다. 고위 공직 후보 대상자로선 혹독한 검증 시험을 치르는 셈이다.

⊙ 정책 중심인 청문회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은 무엇인가.

6자회담의 미래는 어떻게 보고 6자회담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후보 인사청문회),"후보자가 골프를 좋아하고 배우자는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월 400만~500만원으로 생활이 가능하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 인사청문회)

한국과 미국의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질문을 살펴보면 같은 인사청문회라도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2009년 1월 미 상원에서 열린 클린턴 국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은 대부분 국무부 운영방안,미국의 외교 정책 등에 집중됐다.

클린턴 후보자가 어떤 정책구상을 갖고 그걸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한국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개인적 비리나 신상에 대한 질문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한 · 미 간 정치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경우 쟁점이 될 수 있는 문제 인물은 사전 검증과정에서 미리 솎아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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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사청문회는 여야정쟁의 場··· '부적격' 기준 애매모호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제16대 국회 때인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인사청문회는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장치의 하나지만 때때로 취지에 맞지 않게 여야 간 정쟁의 장으로 변해 무분별한 폭로전으로 치닫기도 한다.

⊙ 청문회 대상

인사청문회 대상에는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관,국무위원(장관),방송통신위원장,헌법재판소 재판관,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 등이 포함된다.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의 수장인 국가정보원장,국세청장,검찰총장,경찰청장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대상이고 현역 군인 중 최고위직인 합동참모의장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한국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헌법상 국회의 임명동의가 요구되는 경우와 인사청문회법에 의해 인사 청문의 대상이 되는 경우 두 유형으로 나뉜다.

헌법재판소장 대법원장 대법관 국무총리 감사원장처럼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임명해야 하는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라 할지라도 임명할 수 없다.

반면 장관이나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은 국회에서 후보자를 검토해서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일 뿐 대통령의 임명권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건 아니다.

인사청문회 대상자로 결정되면 후보자는 국회에 △직업 · 학력 · 경력 △본인과 18세 이상 직계비속의 병역 △본인과 배우자 · 자녀 등의 재산 △최근 5년간 세금 납부 및 체납 △범죄경력 사항과 관련된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 '부적격' 기준 논란 여전

인사청문회법 19조는 위증이나 불출석 때의 조치에 대해서는 '국회에서의 증언 · 감정 등에 관한 법률'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률은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이나 감정을 한 때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증인은 이 법을 그대로 적용받지만 후보자는 증인 선서를 하지 않고 후보자 선서만을 하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후보자의 경우 위증을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증인에 대해서는 고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과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경우 정부가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이내에 본회의 표결로 처리한다.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인준안은 부결된다.

그러나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과 국무위원(장관)의 경우 국회는 청문회만 열 뿐 찬반 표결을 하지 않는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부적격 기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위장전입 문제만 하더라도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장상 총리 후보자,장대환 총리서리 등은 위장전입을 이유로 고배를 마셨지만 최근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는 위장전입을 인정했는데도 결국 청문회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병역 기피,불법 증여,세금 탈루,논문 부정 게재 등도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는 기준들이다.

이제 10년이 된 우리 인사청문회도 후보자들의 부적격 판정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만들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