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 매년 100조원" 큰 부담··· 사회적 합의 쉽지 않을 듯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통해 통일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통일세 도입 논의를 제안했다.
언젠가는 오게 될 통일 시대와 관련해 통일 후 일정기간 동안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등 통일세 도입을 위한 세부 준비작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통일세 논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통일세가 무엇인지,또 어떻게 세금을 거둘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합의다.
국민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일세는 현실화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 통일세 얘기 왜 나왔나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이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 배경과 관련, "통일 대비가 담론으로 그치지 않고 국민 스스로 통일의지를 갖고 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고민해 오던 것"이라며 "내부에서도 준비가 덜돼 있는 상황에서 꺼내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오게 될 통일에 대비해 비용에 대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독일 통일 과정에서 보듯이 국민의 큰 부담이 예상되는 비용 부담을 어떻게 하고 뭘 준비해야 하는지 본격 토의가 필요하다"며 "자연스럽게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독은 1990년 통일이 될 때까지 10년 동안 매년 100억달러를 모금한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통일 후 20년간 2조유로(약 3000조원)를 지출함으로써 입은 경제적 타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로 이어지는 평화통일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남북연합→연방→완전통일'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일방안과는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은 완전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삼았다.
평화공동체는 남북간 대화와 교류를 통해 북한의 변화 유도 및 평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게 주요 목적이다.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경제공동체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언급했던 '현대판 대북 마셜 플랜'을 망라하는 단계다.
개성공단 등 남북 교류협력의 포괄적인 확대와 '비핵 개방 3000'의 본격 가동을 의미한다.
⊙ 통일 비용 얼마나 들까
통일비용이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
언제 어떻게 통일하느냐,그리고 북한 경제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느냐 등에 따라 금액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통일 후 일정 기간은 북한 지역의 경제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비핵 · 개방 3000 구상(북핵 포기 전제,북한 1인당 국민소득 10년 안에 3000달러 달성 달성)'이 순조롭게 진척돼 북한이 점진적으로 자립도를 높여가는 경우와 갑작스럽게 붕괴되는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통일비용을 추산했다.
먼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남한이 '비핵 · 개방 3000구상'을 진행할 경우다.
남북 평화 · 경제공동체가 이뤄지면서 2011년부터 2040년까지 30년간 연평균 재정부담,즉 통일비용은 1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북한이 급변사태를 맞아 붕괴될 때는 30년간 연평균 통일비용은 720억달러로 순조롭게 통일이 이뤄지는 경우에 비해 7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은 2007년 남북한이 독일처럼 경제는 물론 정치적 통일까지 달성하는 경우와 경제적으로만 통합하는 경우 등 두 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통일비용을 추정했다.
한은은 독일과 같은 방식을 따를 때는 통일 후 22~29년간 총 5000억~9000억달러,경제적 통합만 할 때는 13~22년간 3000억~5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조세연구원은 남북한이 당장 통일된다고 가정할 경우 남한 GDP(국내총생산)의 12%를 통일비용으로 지출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남한 GDP(1063조원)를 기준으로 했을 때 127조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세연구원은 북한 경제 개발이 진행되면서 통일비용은 점차 줄겠지만,통일 후 10년 동안은 매년 남한 GDP의 약 7%를 통일비용으로 써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에서는 이보다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울리히 블룸 독일 할레대 경제연구소장은 "한국은 매년 GDP의 25%를 북한 지역에 투자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피터 벡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남북한 통일 비용이 2조~5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통일에 따른 편익을 고려하면 통일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안보 불안이 줄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등 통일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며 "비용과 편익을 함께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통일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남북한이 통일되면 30~40년 내에 GDP가 프랑스,독일,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 공감대 형성 쉽지 않을 듯
통일세를 도입키로 한다 해도 공감대 형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조세저항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2008년 말 실시했던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에서 "통일을 위해 국민 1인당 일정액의 부담을 져야 한다면 1년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부담하지 않겠다"는 응답률이 30.4%로 가장 높았다.
KBS가 최근 진행한 '국민의 통일의식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4명은 통일 비용을 세금으로 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2009년 초 실시한 '국민통일여론조사'에서는 80% 이상이 통일이 중요하다고 대답했지만 통일에 수반되는 재정비용을 부담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 정도만이 '의향 있다'고 했다.
때문에 통일세 논의가 지금 시점에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재의 남북간 대결국면에서 통일세 논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독일의 사례
대외적으로 '통일세'라고 불리는 독일의 '사회연대추가비용(Solidaritaetszuschlag)'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통일 직후인 1991년 도입됐다.
헬무트 콜 당시 서독 총리는 "통일로 인한 세금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통일관련 비용은 급증하는데도 뚜렷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자 통일세를 도입했다.
세금은 주로 낙후된 동독지역 개발에 사용됐다.
통일세는 원래 1년 한시 제도로 등장했다. 1991년 7월부터 1992년 6월까지 소득세 · 법인세의 7.5%가 부과됐다. 이후 폐지됐던 통일세는 1995년 부활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소득세나 법인세의 5.5%가 부과되고 있으며 지난해엔 119억2700만유로가 통일세 명목으로 징수됐다.
1995년 통일세 재도입 당시 '월급 봉투의 충격'이라며 독일 내에서 저항이 적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납세자연맹은 2005년 "10년간 1150억유로나 징수된 통일세가 일반세수에 편입돼 동독지역 개발에 사용되는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한시적으로 도입된 세금이 영원히 지속되는 세금이 돼 버렸다"며 연방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구체적인 사용계획이나 내역 없이 통일세를 거두는 것은 적합지 않으며 통일세는 한시적 조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종태 ·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com
언젠가는 오게 될 통일 시대와 관련해 통일 후 일정기간 동안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등 통일세 도입을 위한 세부 준비작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통일세 논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통일세가 무엇인지,또 어떻게 세금을 거둘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합의다.
국민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일세는 현실화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 통일세 얘기 왜 나왔나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이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 배경과 관련, "통일 대비가 담론으로 그치지 않고 국민 스스로 통일의지를 갖고 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고민해 오던 것"이라며 "내부에서도 준비가 덜돼 있는 상황에서 꺼내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오게 될 통일에 대비해 비용에 대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독일 통일 과정에서 보듯이 국민의 큰 부담이 예상되는 비용 부담을 어떻게 하고 뭘 준비해야 하는지 본격 토의가 필요하다"며 "자연스럽게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독은 1990년 통일이 될 때까지 10년 동안 매년 100억달러를 모금한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통일 후 20년간 2조유로(약 3000조원)를 지출함으로써 입은 경제적 타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로 이어지는 평화통일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남북연합→연방→완전통일'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일방안과는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은 완전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삼았다.
평화공동체는 남북간 대화와 교류를 통해 북한의 변화 유도 및 평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게 주요 목적이다.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경제공동체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언급했던 '현대판 대북 마셜 플랜'을 망라하는 단계다.
개성공단 등 남북 교류협력의 포괄적인 확대와 '비핵 개방 3000'의 본격 가동을 의미한다.
⊙ 통일 비용 얼마나 들까
통일비용이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
언제 어떻게 통일하느냐,그리고 북한 경제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느냐 등에 따라 금액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통일 후 일정 기간은 북한 지역의 경제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비핵 · 개방 3000 구상(북핵 포기 전제,북한 1인당 국민소득 10년 안에 3000달러 달성 달성)'이 순조롭게 진척돼 북한이 점진적으로 자립도를 높여가는 경우와 갑작스럽게 붕괴되는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통일비용을 추산했다.
먼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남한이 '비핵 · 개방 3000구상'을 진행할 경우다.
남북 평화 · 경제공동체가 이뤄지면서 2011년부터 2040년까지 30년간 연평균 재정부담,즉 통일비용은 1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북한이 급변사태를 맞아 붕괴될 때는 30년간 연평균 통일비용은 720억달러로 순조롭게 통일이 이뤄지는 경우에 비해 7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은 2007년 남북한이 독일처럼 경제는 물론 정치적 통일까지 달성하는 경우와 경제적으로만 통합하는 경우 등 두 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통일비용을 추정했다.
한은은 독일과 같은 방식을 따를 때는 통일 후 22~29년간 총 5000억~9000억달러,경제적 통합만 할 때는 13~22년간 3000억~5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조세연구원은 남북한이 당장 통일된다고 가정할 경우 남한 GDP(국내총생산)의 12%를 통일비용으로 지출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남한 GDP(1063조원)를 기준으로 했을 때 127조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세연구원은 북한 경제 개발이 진행되면서 통일비용은 점차 줄겠지만,통일 후 10년 동안은 매년 남한 GDP의 약 7%를 통일비용으로 써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에서는 이보다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울리히 블룸 독일 할레대 경제연구소장은 "한국은 매년 GDP의 25%를 북한 지역에 투자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피터 벡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남북한 통일 비용이 2조~5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통일에 따른 편익을 고려하면 통일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안보 불안이 줄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등 통일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며 "비용과 편익을 함께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통일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남북한이 통일되면 30~40년 내에 GDP가 프랑스,독일,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 공감대 형성 쉽지 않을 듯
통일세를 도입키로 한다 해도 공감대 형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조세저항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2008년 말 실시했던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에서 "통일을 위해 국민 1인당 일정액의 부담을 져야 한다면 1년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부담하지 않겠다"는 응답률이 30.4%로 가장 높았다.
KBS가 최근 진행한 '국민의 통일의식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4명은 통일 비용을 세금으로 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2009년 초 실시한 '국민통일여론조사'에서는 80% 이상이 통일이 중요하다고 대답했지만 통일에 수반되는 재정비용을 부담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 정도만이 '의향 있다'고 했다.
때문에 통일세 논의가 지금 시점에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재의 남북간 대결국면에서 통일세 논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독일의 사례
대외적으로 '통일세'라고 불리는 독일의 '사회연대추가비용(Solidaritaetszuschlag)'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통일 직후인 1991년 도입됐다.
헬무트 콜 당시 서독 총리는 "통일로 인한 세금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통일관련 비용은 급증하는데도 뚜렷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자 통일세를 도입했다.
세금은 주로 낙후된 동독지역 개발에 사용됐다.
통일세는 원래 1년 한시 제도로 등장했다. 1991년 7월부터 1992년 6월까지 소득세 · 법인세의 7.5%가 부과됐다. 이후 폐지됐던 통일세는 1995년 부활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소득세나 법인세의 5.5%가 부과되고 있으며 지난해엔 119억2700만유로가 통일세 명목으로 징수됐다.
1995년 통일세 재도입 당시 '월급 봉투의 충격'이라며 독일 내에서 저항이 적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납세자연맹은 2005년 "10년간 1150억유로나 징수된 통일세가 일반세수에 편입돼 동독지역 개발에 사용되는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한시적으로 도입된 세금이 영원히 지속되는 세금이 돼 버렸다"며 연방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구체적인 사용계획이나 내역 없이 통일세를 거두는 것은 적합지 않으며 통일세는 한시적 조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종태 ·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