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국제 농산물시장은 왜 한번씩 들썩이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농산물 가격 급등이 일반 물가를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불안요인으로 떠올랐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애그리컬처 · 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다.

농산물 가격이 뛰는 이유는 농산물 특유의 주기적인 흉작,옥수수 같은 곡물을 이용한 대체연료 사용 증가,투기자본의 농산물 시장 유입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엔 러시아가 밀 등 곡물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밀 값이 급등해 곡물 파동으로 인한 물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 투기자금으로 변하면서 국제 농산물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산물 가격은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한동안 상승 추세가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 농산물은 대표적인 '가격 비탄력적' 상품이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가격이 오른다고 하루 세 끼 먹던 식사를 두 끼로 줄일 수 없을 뿐 아니라 공급을 당장 늘리기도 힘들어 수요 공급이 가격에 비탄력적이다.

수요가 공급을 조금이라도 초과하게 되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영국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킹은 '곡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곡물 가격은 산술급수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는 '킹의 법칙'을 내놓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 급등은 우리나라처럼 곡물 자급률이 낮은 국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며 곡물 자급률이 28%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 수출국들이 수출을 제한한다면 돈을 주고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경우다.

대부분의 농산물 급등은 곧 잠잠해지고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진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농산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에 있다.

인간은 먹을거리 문제 해결을 위해 수백년 전부터 끓임없이 농산물 생산 혁명을 시도했다.

그 결과 식량의 생산성은 꾸준하게 향상되어 장기적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농산물 과잉상태에 있지 결코 부족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지적이다.

다만 상품의 특성상 수급에 불균형이 생기면 가격 폭등이라는 소동을 일으킨다.

애그플레이션 외에도 최근 물가 불안을 키우는 요인은 석유가격이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6월 평균 배럴당 75.40달러에서 7월 평균 76.38달러로 상승했고,이달 들어선 80달러대에 진입했다.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더 오른다면 전기와 가스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가스요금은 9월부터 오르고,전기요금은 내년부터 원가연동제(원료 가격의 변동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는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반기 3.5%,하반기 3.3% 등 연간 3.4%로 내다봤다.

올해 평균 예상치인 2.8%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치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을 계기로 인플레이션의 원인 영향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